고양이가 내게 알려준 생활 지침서 07
목욕 후, 고양이의 향기가 아직도 기억나. 나도 오랫동안 기억되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
고양이가 목욕하는 건 그 당시 굉장한 호강이었다. 바둥거리는 고양이가 생각난다. 물에 빠진 고양이는 참 볼품이 없다. 물론 어떤 샴푸를 썼느 냐... 미안하지만 하이타이였다.
예전, 세제는 설거지에는 "퐁퐁"이고 빨래에는 '하이타이'가 대명사였다.
그때는 평지가 아닌 산동네에 있는 친구 집에 가보면 대부분 비누가 딱 두 종류이다. 세수용 비누이고 하나는 빨래 비누였다. 샴푸나 린스, 바디 린스 그런 건 없었다. 하물며 반려동물용 목욕용품은 없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시내버스에 "안내양"이 있어서 차비를 받고 거슬러주는 시대였다. 후진국의 기억일까?
일요일 낮, 거품이 가득한 고양이는 이제 '헹굼과 탈수' 차례이다.
물통에 버둥거리는 고양이를 건져 수건으로 닦아 준다. 그러면 그나마 귀여운 얼굴이 돌아온다. 정말 고양이는 목욕이 싫은 표정이었다. 그때 한국의 화학기술은 어땠을 까? 사실 하이타이는 피부에 독했을 텐데. 그래도 그때는 고양이까지 목욕시키는 집은 없었다. 다행히 고양이는 피부병에 걸리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물로 잘 헹궈줬을 것이다.
고양이는 목욕 후 이내 잠들어 버린다. 지도 개운한 거지.. 그때 어릴 적 나는 안고 잔다. 그때 그 향기로운 화학 냄새 하이타이 냄새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지금까지 기억이 난다.
고양이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때 껴안았을 때 향기로움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부드러운 고양이 털에 통통한 고양이 살집을 느끼며 잠든 기억이 난다.
이렇게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후각일까? 그래서 향기로운 사람이 되어야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사랑해주는 걸까? 법정스님이 계셨던 길상사에 가면 "맑고 향기롭게"라는 글을 볼 수 있다. 왜 "향기롭게'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길상사에 가면 '맑고 향기롭게'라는 말을 볼 수 있어. 어떻게 하면 내가 향기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 까?
바디 린스를 하이타이로 해야 하나?
그게 아니라 마음을 닦아야겠지.
그런데 저는... 오늘도 사람에게 상처 주고 못되게 말하고, 초조하고 급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지 못했어요.
그리고 오늘..
"지나간 인연"에 대해 생각을 하며 길을 걸었어요. 그리움일까요? 그리움에 동네를 걸었지요.
그러다가...
동네에는 작은 클래식 공연을 하는 카페가 있었죠. 그 카페에 들어가는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어요. 5분을 기다렸죠. 말을 걸어볼까? 그러다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내가 또 한심했어요. "그리움"을 고민한 게 5분 전이었는 데 말이죠. 왜 이렇게 산만하고 정신을 못 차릴까..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도다...
날 기억해주었으면 해요. 내가 고양이를 기억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규모가 큰 요정의 주인께서 길상사를 지어 자신의 업을 지우 듯, 내가 고양이한테 배운 교훈들을 나와 다른 사람과 공유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나의 사명일까요?
그게 내가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자 하는 첫걸음이죠. 그게 글을 쓰는 것이었죠.
그리고 바른 생각을 하고, 좀 더 나의 것을 나누는 삶을 하길 바라는 데... 이것도 추상적이죠.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내가 하는 일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기여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어요. "억지로 누구의 노예가 되는 삶을 살지 말자"하는 다짐도 내가 향기롭게 가는 길에 첫걸음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애슐리 버터가 들어간 쿠키 향이 너무 좋아요.
지금 쿠키 향이 생각나네요.
쿠키 몬스터처럼 애슐리 쿠키를 마구 마구 먹고 싶어요. 지금 쓰면서도 생각나요.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죠. 저는....
도를 닦는 길은 멀고도 험하도다...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