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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Sep 24. 2022

고양이는 뻔뻔해서 사랑받는 거야

고양이가 내게 알려준 생활 지침서 06

고양이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사랑받는 게 아니야. '난 사랑받아야 한다'는 뻔뻔함으로 사랑받는 거야



고양이가 사랑스러울 때가 언제일까?

그것은 우리 10명의 식구가 밥을 먹을 때, 고등어 반찬이 올라왔을 때이다.

토막 난 고등어 구이가 자주 올라온다. 왜냐하면 부모님은 바닷가 근처 출신이라 생선을 자주 먹었다.


오래전에 집들은 식탁이 없었다. 그저 밥상을 깔고 앉아서 밥을 먹을 때이다.


고등어 반찬이 올라올 때, 하얀 고양이 손이 식탁 위로 몰래 올라온다. 그 동그란 하얀 고양이손은 너무 귀엽다.

너무 귀엽지만, 대부분 고양이는   맞는 .


(이걸 또 동물 학대라고 생각하지 말고, 세게 때린 건 아니다. 그냥 그랬다. 그 당시 생각해보니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뺨 맞는 건 부지기수의 시기였으니까. 참교육을 표방한 전교조 등장 전에는 학교에 구타가 당연하고 만연했으니까. 어떻게 어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선생님한테 뺨 맞고 공부했을 까? 그때는...)


그래도 고양이는 식탁 주변에서 우리를 뻔뻔하게 쳐다본다.


"빨리 고양이에게 고등어 대가리로라도 내어 놓아라."


그 뻔뻔함에 고양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고등어를 주지 않고는 못 배긴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을 "집사"라고 한다.


집사의 의미는 시중을 드는 사람, 주인 수발을 드는 머슴 그런 뜻이다. 머슴 그러면 좀 천하지만 집사 그러면 약간 영국 귀족의 스탭 같은 느낌이 든다. 뭐.. 머슴이라는 표현이 어때서 그래? 배트맨의 머슴은 알프레도 아닌가?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들을 왜 집사라고 하는 가? 그것은 고양이의 뻔뻔함 때문일 것이다. 내가 사람이고 주인의 위치인데 고양이 앞에서는 머슴이 되고 하인이 되기 때문이다. 왜? 사랑스러우니까.


그리고 고양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이니, 이 정도 뻔뻔함은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왜 이렇게 우리는 사랑에 목마르고 외로움에 힘들어할 까? 나이가 들어도, 나이가 어려도 모두가 그런 것 같다. 젊을 적에는, 어른이 되고 머리에 새치가 나면 그런 외로움은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을 보면 모두 외로워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받고 싶어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혼의 유무, 가족의 숫자와는 별개이다. 요새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 다가와서 그런 건가?



나 사랑받고 싶어. 이렇게 뻔뻔하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어.


모두가 사랑받고 싶은 데, 그건 혼자만의 생각이다. 일상이 그래서, 일이 바빠서, 이 나이에 무슨... 이러면서 외로움을 그대로 방치한다. 가난한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바쁜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못나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삶의 임무 아닐까?


그러나 사랑받고 싶지만, 거절의 두려움이 있다. 추태와 '낯 부끄러움(낯부끄럽다고 쓰고 쪽이 팔리다고 읽는다.)"이 있다.  민망함도 있다. 그리고 이제까지 일해왔는 데 왜 내가 "감정 노동"을 일상에서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가을이 오니까 우리는 뻔뻔함을 가져야 하지 않을 까? 왜?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아무도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사랑해 주지 않아. 넌 아기가 아니니까. 고양이도 집사가 가만히 있으면 "뭐 하냥"하면서 울어. 관심 좀 가지라고 호통치듯이 말이야.




브랜드에서 '고양잇과'는 있어도 '개과'는 있나?


고양이가 왜 그렇게 뻔뻔할까?


글쎄? DNA 때문일까? 늑대는 무리 생활을 하고, 사냥을 위해 상하 체계가 중요한 동물이다. 그런 피를 갖고 있는 개는 무리에 녹아들기 쉽고 상하 체계를 확실히 한다. 그래서 사람에게 복종하고 무리(가족, 식구)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고양잇과는 대부분 독립적이다. 물론 사자도 무리를 지어 사냥을 하기는 한다. 그런데 호랑이나 표범, 치타, 재규어, 퓨마를 보면 독립적인 강렬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브랜드나 래퍼명을 쓰나? 치타는 래퍼, 재규어는 자동차 브랜드, 퓨마는 신발 브랜드이다.


브랜드에서 '개과' 이름을 쓰는 게 있나? 울프는 있던 거 같긴 한데 딱 떠오르지 않는 다. 억지로 찾아서 있는 거보다 '딱 떠오르는' 개과 브랜드가 없다. 확실히 고양잇과는 강렬한 끌림이 있다는 걸 브랜드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써보니 참 비이성적인데 논리적인 귀결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니 많네. 개과도. 허쉬파피, 그레이하운드, 닥스훈트 이미지인 골프웨어. 불도그 이미지 브랜드도 있고.. 또 뭐 있나. 한참 생각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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