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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May 27. 2023

사표도 뉴욕도 모두가 신의 뜻대로

브런치북 : 다 때려치고 뉴욕으로 09

치즈 두장슬라이스  한잔베이글 1/6. 사과 6조각 이렇게 도시락을 쌌다.


알뜰하지 않은가. 혼자 흐뭇…그러나 저녁 집에 돌아와 정신 차려보니 띠어리 바지, 뉴발란스 희귀템을 사들고 왔다.


알뜰은 개뿔.. 뉴욕 현대미술관 갔다가 점심을 공원에서 먹을 요량이었다. 그리고 패트릭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고 와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성당 주변이 바로 럭셔리 메이커들과 백화점이 즐비했다. 눈이 너무 돌아갔다. 아… 성당에 앉아 하느님, 성모 마리아께 한 기도는 정녕 헛되도다. 금세 물욕에 사로잡혔도다. 오늘 계획에는 쇼핑이 없었다.


그렇다. 인생이 내가 계획되로 된 적이 있던가.. 오직 신의 뜻대로 흘러가는 것이리라.



꿈은 크게 한 발 한 발 스탭은 작게 계획을 세워야.


누구에게나 꿈이 있다. 그런데 꿈을 꾸었을 때는, 발바닥은 한 걸음 한 걸음 디뎌야 한다. 그래서 어떤 스텝을 밟을지 하나하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 간단한 걸 모르고 살아왔다.


사실 회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나? 검사가 되려면 법 공부를 하고, 시험과정은 어떻게 하고, 나이 제한은 있는지 세세한 것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의사가 되려는 것도 마찬가지로 하나하나 다시 공부하고 학교도 미리 정해놓고 시험공부에 임해야 한다.

 

그래서  꿈을 꾸려면 작은 스탭을 설정해야 한다.


게으른 나로서는 꿈만 꾼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신이 정해진 대로 흘러간 거 아닌가? 내가 직업을 갖는 것도 생각도 안 한 것이고, 퇴사한 것도 생각도 못한 것이다. 나이 50이 되면 뉴욕에 한 달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은 예전에 했었지만 정말 될지는 몰랐다. 모두 신의 뜻대로 내 소원대로 이루어졌다. 대신 뉴욕에 한 달 있으려면 회사를 관두라는 신의 “딜”이 있을 줄이야.


모든 게 신의 뜻대로, 하느님의 인도하심이, 알라신의 뜻대로 이 모든 게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어릴 적에는 운명은 인간이 개척하는 것, 운명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살아왔다. 맞다. 개인의 자유의지가 실행해서 운명은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에 것이 나타나고 꿈만 꿨는 데 정말 이루어져서 오히려 당황하는 세월이 온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여기저기 터진다.


그래서 작은 스탭들을 하나하나 밟아가야 한다. 신의 뜻대로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나의 의지대로 가는 게 얼마나 힘들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작은 스탭 하나하나 밟아가야 한다.


지금의 일본 동경, 도쿄를 만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한 말이 있지 않는 가. “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멀리 떠나가는 것”이라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다른 집안으로 “인질”로 볼모 잡혀서 살면서 나중에 일본 통일을 완성한 이유도 묵묵히 참아가며 한발 한발 살았을 것 같다.


그리고 한발 한발 들어간 목표를 이룬 이후는?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 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어도, 같은 학과 동급생들과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오늘은 차분히 있으려고 했다. 그래서 뉴욕 현대미술관에 가고, 패트릭 성당 가고 공공도서관에 가보려고 했다. 이 스케줄만으로도 참 사람이 차분하고, 신심이 깊다고나 할까? 모두 근처에 있다.



우연한 공간의 만남들과 행운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있는 피카소, 크림트, 고흐, 마티세, 모네, 몬드리안 그림들을 보는 것도 좋지만, 처음 보는 아프리카의 그림을 보고 큰 영감을 얻었다. 전문 화가가 아닌, 불어를 쓰는 행정가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그린 낱말카드 등이 전시되었다. 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사이사이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갔다. 패트릭 성당 옆 삭스 백화점, 그리고 프렌즈 드라마 등을 방영하는 NBC 방송국과 록펠러센터가 있다. 모두 생각지도 않게 들려본 곳이다.


. (아래 패트릭성당과 커피차)

패트릭 성당 앞 랄프로렌 커피는 꼭 마실 것, 그리고 삭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헤매다 지나간 교회, 교회에서 나눠준 음식을 얻어먹은 것도 행운이었다.


(아래 - 우연히 뭣도 모르고 들어가 공양밥 얻어 먹음- 세인트바트 교회)


그리고 밤하늘의 별처럼 별자리를 보고 싶어 갑자기 걷기 시작한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까지 모두 오늘 스케줄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29살 뉴욕으로 처음 왔을 때, 헤매다가 우연히 들어갔던 곳. 그곳에서 내가 20년 후에 또 혼자서 찾아올 줄 알았을 까? 그때도 퇴사하고 찾아왔던 기차역의 천장.. 별자리를 보고 난 어떤 기차를 타고 떠날까?


오직 신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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