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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May 27. 2023

당신의 스물은 어땠어요?

브런치북 : 다때려치고 뉴욕으로 ( 뉴욕 월스트리트) 

나는 심부름으로 가는 길이었다.


경제의 중심 월스트리트, 월 스트리트의 중심 골드만 삭스로 가고 있다.


서울에 김언니(나와 '김'선배 사이가 언니 동생 수준이니 그렇게 설명하겠다.) 부탁이다. 김언니가 '선배 A' 한테 선물 보낼 게 있다면서 뭘 내게 맡겼다


 나도 대학 1학년 때 먼발치에서 한 번 “그 선배 A”를 본 거 같다.


참고로 내 대학 1학년은 한국이 대통령을 국민 투표로 뽑기 시작한 지 불과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어쨌든 대학 1학년, 내가 스무 살 때 본 선배 A 얼굴이 어렴풋했다. 만나면 나도 학교 후배니까 밥도 사달라고 해야지 할 참이었다. 그분은 날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 나의 스무 살 즈음, 20대는 또 어땠을 까? 당신의 스무 살은 어땠을 까요?


그때는  내가 왜 동양철학과 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뭘 할지도 몰랐다. 뭐가 되고 싶은 지도 없었다. 졸업 후, 국회 쪽 정치계와 공장(손재주가 없어서), 농사(체력이 없어서)는 안 갈 것이라고만 정했었다. 그냥 졸업하고 취직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뭐 그럴거로만 생각했던 스물이었다. 사랑도 뜨거웠고, 친구들과 크게 노래부르면 즐거웠던 그냥 스물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공기와 사회의 흐름, 그리고 내가 가진 공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것 같다. 


지금도 사회의 분위기와 트렌드가 지금의 스무 살을 만들고 있겠지. 사회적 트렌드는 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진로와 꿈에 스며든다. 


예를 들면 씨네 21이 그때 즈음 창간했다. 즉 시민들의 민주의식과 정치적 파워가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 쪽으로 터지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그런 시대 흐름에 우리 동양철학과 30명 동기생 중 4명이 엔터테인먼트 쪽에 있다. SM에 미스터 리, CJ ENM의 팍, 촬영감독 부영, 그리고 나 포함하면 많은 편이다. 


그리고 그때 개인 퍼스널 컴퓨터가 보급됐다.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래서 동기 중에  초기에 PC방을 차려 돈 번 서초동 양꼬치집 '김 사장', 온라인 저널리즘 오마이뉴스 편집팀장 '언제나 젊은 영'도 보면, 그전에는 없던 새로운 일자리였다. 


뉴욕에서 김언니가 내게 연락을 했다. 


A선배가 심각히 아프셔서 못 나가신대, 다른 사람 B한테 전해주면 그분이 선배 A에게 전해줄 거야. 네가 B에게 전해줄 수 있겠니?


 그래서 지금 월스트릿으로 지하철 타고 내려서 걸어가고 있다. 선물 들고 말이다. 


그러나 선물 전달은 생각해보니 거절해야 했었다. 선물용 차(tea) 안에다가 대마를 넣거나 향정신성 약품을 넣었을지, 지구를 세 번 부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넣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공항에서 분명 시커면 셰퍼드가 나한테 와서 킁킁거리다가 내 가방을 보면서 짓겠지. 난 영문도 없이 잡혀갔을 수도 있다. 플루토늄 소지 죄나 향정신성 약품 소지죄로 뉴욕 감옥에서 종신 형…


참고로 만나기로 한 월스트릿의 빌딩 건물에는 회사 이름이나 뭐 그런 간판이 없다.


그 이유는 그전 경제위기 때 시위였다. 월스트릿 시위의 주된 어젠다는 다음과 같다. 


 1%가 99%를 갖고 있다!
(1%의 상류층이 인구 재산의 99%를 독점하고  있으니 개혁하자라는 뜻이겠지)


만나기로 한 곳을 찾았다. 겨우 아까 봤던 쉑쉑 버거 건물이었다. 그 말은 그 주위를 못 찾아 빙빙 돌았던 것이다.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젊은 20대 청년의 한국 얼굴이 보였다.


해맑고 밝고 스마트한 얼굴이었다. 금융가의 슈트 차림으로 다가왔다. 스무 살은 이렇게 밝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한국말 잘하네...


선물을 잘 전해주고 왔다. 


돌아서 헤어질 때 그가 나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대학 때 어떤 사람이었어요?

나는 답했다.


응, 아주 훌륭한 Socialist 였지. 아주 멋진... 암도 완쾌되시길 바라.
 나도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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