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 다 때려치고 뉴욕으로 17
따르릉..
(이렇게 쓰는 거 보니까 난 정말 구식이다. 어떻게 전화 온 걸 의성어로 표현해? - 알려주세요)
카톡 영상통화다. 내가 머물고 있는 뉴욕의 집주인이다. 그는 한국에 있다. 집주인이고 인생선배이고 내 예전 회사의 입사동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게는 귀인이기도 하다.
나는 전화를 받기 전 심호흡을 했다. 방금 내 주변 상황을 점검했다. 이렇게 말해야지
1. 난 아프지 않다 - 괜히 집에 왔는 데 아프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 심려를 끼쳐드릴까 봐
2. 열쇠를 두고 오지 않았다. - 집 잘 보고 있다. 창문을 뜯거나 그러지 않았다.
영상통화를 받았다. 집주인은 대번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너 목에 수건을 왜 둘러? 목 아프구나.. 이마에 검은 건? 너 지하 창문으로 기어들어갔구나
어... 그게...(형은 약이 어디있는 지, 정전 대처 방법 등 소상히 알려줬다 - 복 받을 껴)
어쨌든 이 집주인 덕분에 뉴욕에 왔다. (급 화제 전환) 내가 여기서 본 뉴욕의 인상은 그랬다. 뉴욕의 화장실이 내게 모든 걸 말해주었다. 사실 LA도 그랬던 거 같고..
친 동물 정책이다. 반려견 정책
LA에 들렀다 왔는 데, 공항은 그냥 개랑 같이 다니고 있었다. 공항 안에서 말이다. 강아지를 목 줄만 채웠을 뿐 그냥 비행기 대합실에서 개들과 왔다 갔다 했다. 실제로 비행기 안에서도 내 뒤에 강아지가 앉아 있었다. 뉴욕 공항(여기서 그러니까 입국심사 저 너머 안에)에는 반려견과 주인을 위한 별도의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즉 화장실이 세 개다. 남성, 여성, 젠더와 상관없이 누구나 쓰는 화장실이 있다.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해 여성 스스로 결정하는 법 이슈때문에 미국이 시끄러웠는 데, 뉴욕은 당연히 "여성의 자유"를 선택했다. 물론 모든 화장실이 세 가지 종류로 되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건 캘리포니아가 더 많은 것 같긴 한데...
차졀반대 표지판 - 집 마당에 개인이 걸어둔 거다)
동성애 평등을 위한 레인보우 표지판이나 차별반대를 위한 표지판이 자연스럽게 집집마다 붙어있다. 뉴욕이어서 그런가? 이렇게 붙여 놓고 보니 생각이 다양하고 그걸 또 이렇게 표현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작은 공간의 입간판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와 색채, 철학을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는 사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너랑 나랑 다른 계급 사람? 다른 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