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 다 때려치고 뉴욕으로 15 (뉴욕 베이커리)
옷이 아주 더러워졌다. 입지 못할 정도로.
왜냐면... 음 말은 못 하겠고. 어쨌든 열쇠가 없었는 데 다행히 뉴욕의 숙소인 내 집에 들어왔다. 그 과정은 조금 부풀려 말하면 리와인드한 쇼생크의 탈출이라고나 할까.
일단 정신을 차리고 동네의 델리로 가서 커피와 빵을 먹었다. 약간 감기 기운이 있지만 나가서 햇빛도 쬘 겸 해서 나가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커피도 그렇고 빵도 좋네. 이 집도 괜찮네.
맛난 빵집은 뉴욕 여행 책이나 블로그에 많이 나왔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입맛이 없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정말 맛있는 데를 못 찾은 건가. 큰 감동이 없어졌다. 또는 LA에 사는 큰 누나 말이 맞는 거야?
파리바게트가 미국에서 제일 맛있어
맞다. 조카가 LA에서 맛있는 커피집을 데리고 간 곳도 부산에서 유명한 모모스 커피를 원두로 쓴 집이다. kumquat이라는 커피숍인데 아침 9시인데도 줄을 섰다. 마셔보니 알겠다. 어차피 미국은 달디 단 도넛을 먹기 위해 쓴 커피를 마시는 거니까. 이런 향기로운 커피를 맛보기는 쉽지 않겠지. 산미있고..
이 커피는 한국의 느낌이 났다. 물론 모모스 상표를 보고 말하는 거지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모를 것이다. 캘리포니아 뙤약볕 아래 먹는 커피는 맛있었다. 커피숍 이름도 낑깡(금귤/kumquat).. 캘리포니아 오렌지도 아닌 낑깡(나 어릴 땐 낑깡이라 해야 알아듣지 금귤은 모른다) 마음에 들었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를 기준으로 메시 백화점 쪽으로 내려가면 파리바게트가 있다. 참조하시길, 반대로 타임스 스퀘어에서 걸어서 센트럴파크까지 가면 그 끝에 빵집이 하나 있다. 나는 다리 아파서 쉴 겸 커피와 도넛을 먹었었다. 벨기에 빵집이라고 해서 사람이 많고 유명한 집이란다.
난 그냥 다리 아파서 커피 한잔 하려고 들어갔다. 거기서 나는 뜨거운 블랙커피와 후렌치 도넛을 시켰다. 후렌치 도넛은 도넛에다가 크림을 듬뿍 얹은 것이다. 우리가 프랑스에서 안 먹어봤겠니 벨기에서 뭘 안 먹어 봤겠니 하고 허세를 혼자 부리며 먹기 시작했다.
으음.. 마리또조구나.. 이 마리또조는 당연히 부암동에 있는 빵집하고 일산에 있는 빵집이 내 마음속에는 아직 넘버 원 투를 차지하는 데,, 강남에 유명한 그곳, 줄 서서 먹는 크림 도넛 집은 별로… 하면서 도넛을 먹었다.
사실 커피 맛 그리고 도넛 맛은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든 가서 먹으면 된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라면 좋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냐면, 젊을 적에는 빡빡한 스케줄의 여행 계획, 빠듯한 예산으로 여기저기 다니느라 커피의 여유를 잊어버렸다. 커피도 유명한 데를 찾아서 먹어야만 되는 줄 알았다.
그럴 필요 없다. 다리 아프면 잠시 쉬고, 목마르면 들어가서 커피 한잔 하면 된다.
아침에 마셨으면 점심에도 먹으면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들과 여유롭게 먹고 마시면 된다. 그런데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데, 잠깐 커피 마시며 쉬면 될 것을 혼자 강행군하다가 연인과 싸움만 났다. 켈리하고도 그래서 틀어지기도 했구나. 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그때는 몰랐을 까?
젊을 땐 상대방이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 내 목표가 중심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이제사 남는 게 뭐였지?
그래 함께 먹어야 진정 맛있는 커피집이고 도넛 집이다. 지금 나 혼자니까 별 맛이 그저 그런건가..사실 맛있는 건데.
이 글이 낚였다고 생각하지 마시기.. 뭐 중요한 정보가 있나 하고 말이다. 있다. 뉴욕에는 도넛 가게가 많다. 그러니 아무데서나 즐기시라.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내가 있는 동네에 베이글은 너무 맛있다. 직접 구운 베이글이 이럴 수가!!! 그렇다고 맨해튼에서 한 시간 걸려서 올 필요는 없을 정도이다. 그러기에는 뉴욕 관광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뉴욕 펜 스테이션에서 롱아일랜드 기차를 타고 40분 걸려서 종점 포트 워싱턴에 내려서 우축으로 우측으로 걸어가면 있다.
아 맞다. 예전에는 강남에 뉴욕 제과가 있었다. 지금도 있나? 없지? 핸드폰이 없던 시절, 그때는 강남에서 만나자 하면 그냥 뉴욕제과 앞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사람들은 뉴욕 베이커리를 경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