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 다 때려치고 뉴욕으로 29 - 월스트릿
Are you ok. Sir?
다리 길고 늘씬늘씬한 흑인 시큐리어티가 나를 깨웠다.
아뇨. 안 괜찮으니 당신 품에 잠시 눈감고 있으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벌떡 일어났다. 창피해서 휘익 가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잤다. 로비 의자에 앉아서 40분이나 잤다.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인디언 박물관에서 앉아서 푹 잤다.
이곳은 전시품으로 봐도 훌륭하다. 공간으로 보나, 건축물로 보나 아주 훌륭했지만 아메리칸 인디언이라는 이유로 관광객이 아주 적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이곳은 화장실을 가거나, 더위나 추위를 피해 잠시 앉아 있기도 훌륭하다. 난 너무 자버렸다.
마치 보안관에 쫓기던 마지막 토마호크 부족의 아들이 된 듯, 아파치 부족의 마지막 추장처럼 피곤에 절어 잤다. 오죽하면 경비가 심각하게 나한테 와서 깨울 정도였다. 여행의 피로보다 아침에 먹은 감기약이 독해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내가 잔 곳은, 아니 관람한 곳은 뉴욕 스미소니언 박물관이었다.
입장료도 무료이고 사람도 없고 시원하다. 건물도 멋있는 데, 관광객은 거의 없다. 이곳 테마는 뉴욕에 살았던 인디언에 대한 역사와 물품 등 민속박물관, 현대 인디언 출신의 미술품도 전시되고 있다. 인디언 학살.. 정도는 아니어도 나름 사회가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예전에는 인디언을 spiritual 한 영적 느낌의 이미지로만 소비했으니까..
월스트리트 관광하시고 시티뱅크 앞 공원에서도 쉬셔도 된다. 또는 여기 박물관에서 쉬시고 화장실을 쾌적하게 이용하셔도 된다.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 한다. 와.. 911도 지나가고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낸 교회이다. 월드트레이드센터와 5분 걸리려나. 증권거래소 옆에 있다. 금싸라기 땅에 있는 교회이다. 실제로 많은 부동산을 소요했다고 한다. 들어가는 데는 가방을 검사하고 보안을 철저히 한다. 물론 무료이다.
거기서 기도하다가 또 잤다. 한 40분 기도했나.. 40분 지나니 성령으로 충만했다.. 그만큼 잤다는 이야기이다. 감기 몸살약의 후유증인가 보다. 아님 독한 감기약으로 잠시 환각 작용이 있었던 건가.. 어쨌든 마음이 묘하고, 나 자신을 반성도 하고 소원도 빌었다.
그런데 난 교회에 앉아 있는 게 좋다. 마음도 차분해진다. 정말 자려고 온 건 아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초도 켰다. 근데 이 교회 좋다. 다른 분들도 여기서 소원을 빌면 좋을 거 같다. 근거는 없다. 그냥 느낌..
(사실 월스트리트에 있는 교회이니 왠지 재복이 들어올 거라는 흑심이 숨겨져 있었다.. 아멘)
으음 사실 난 기독교 신자가 아니지만 차분히 여행길에 나 자신을 보여주는 곳이다. 시간을 내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충분히 앉아서 나를 바라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