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덴부와 셜리 Feb 27. 2023

찬물 한 그릇이라도 대접할 것

토크쇼 위드 맘 02 - 


누가 집에 찾아오면 꼭 찬물이라도 대접하라고.



예전에는 누군가 찾아 올 일이 많았으니까.

집배원 아저씨, 가스검침원, 전화선 연결하는 사람

그리고 방문 판매 아줌마 등

누군가 오면 "내가 이미 돈을 지불했어도" 반드시 찬물이라도 대접하라고 했다.



그래서 요새도 kt 아저씨가 오시거나 하면 커피나 간식을 드리곤 한다.


엄마가 극락에 갈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동네 할머니들에 대한 일들이다.


서울 골목길.


시어머니가 엄마 나이 60 넘어 돌아가셔도

여전히 우리 한옥집이 있던 동네 골목길 그늘에는

돗자리를 깔고 자연스럽게 할머니들이 앉아 계셨다.

많을 때는 열 분 정도 계셨다. 


지금이야 자동차 주차장으로 변한 다세대 주택 골목길이지만

그때는 한적한 서울의 고풍스러운 골목길이었다.


더운 여름이면 엄마는 할머니에게 수박을 갖다 주거나

아니면 찬밥에 김치, 시원한 보리차를 드리기도 했다.


나 역시 누구에게나 친절과 배려를 몸에 베이게끔 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엄마의 행동들 덕분이다.


그러나 친절과 배려에도 책임감이 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희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절은 내 생활범위를 건드리지 않은 한도에서 행해지는 거니까.


엄마는 벌써 그때 할머니들 나이가 되어버렸다.

앉아 있을 공간은 이미 주차된 차들로 꽉찼다.


그 많던 할머니는 이제 어디에 있는 걸까?


엄마는 뭐..여전히 소파위에 있지, 고정불변 kbs1만 보고 계시지. 




매거진의 이전글 돈은 을이 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