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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Mar 20. 2023

장수의 비결, 앉아서 공부하고 메모하고

mother's note

고난이도의 수술실 들어가기 전까지 메모하고, 정신이 깨셨을 때도 메모하고


큰 수술을 받고 나서 10년이 지나도 다행히 아버지는 아직도 정정하셨다.

(물론 지금은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다.)


그 당시 의사말로는 아버지의 수술은 서울대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고난위 수술이라고 했다.

수술 받기 직전에도 그리고 수술을 마치고 회복이 되는 순간부터

메모를 하셨다.


메모내용은 

병원에서도 누가 왔다갔는 지, 어떤 선물, 돈을 얼만큼 주었는 지도 기록해놓으신다.

참...매정하다. 


글쎄... 아니다. 늘 메모를 하고 계시기에 습관이시다..     

지금도 아버지의 노트는 일몰시간과 일출시간을 적어놓은 기록이 있고

손자들의 생일까지 기록해 놓는 다. 가계부는 기본이다.


그리고 나이 어린 손주들을 위해서 안방에는 키와 몸무게가 방문일자와 함께 적어두는 상황판이 있다.     

그래서 건강하시고 깊은 통찰력과 정신력을 가지고 계신 듯 해했다. 


 그리고 수술 후 집으로 퇴원하시고는 하루에 만보를 걸어으시는 데, 그건 자그마한 만보계를 갖고 다니시며 하루에 얼만큼 걸으시는 지 확인한다. 그리고 적어 놓으신다.


규칙적인 습관은 행동에서 나오지만, 그걸 기록하고 다짐하면 그 다음날도 행해지고

그게 굳어지면 습관이 된다.     


아버지가 만보를 걷는 동안, 어머니는 복지회관에서 운영하는 수영을 다니신다.

춥다고 뭐하다고 해도 어머니는 늘 수영을 꾸준히 한다.(어머니늘 다음에 엄마로 바꾼겠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 엄마는부잣집 막내딸인 부모는 나를 공부도 안 시켰다며... 그런 엄마는 식민지 시절의 아버지(나에게는 외할아버지)를 탓하며 공부를 하신다. 정말 일제시대 일이다.

공부 많이 한 오빠들은 한량과 사업자가 섞여있어 재산을 다 거덜냈다며 자신에게 재산 한 푼오지 않았다는 레퍼토리도 따라온다. 일제시대와 해방기, 한국전쟁을 지나 산업초기 시대 일이다. 



엄마는 영어공부인데 그냥 기계적으로 쓰고 계신다. 외워지지 않는 다면서.


엄마는 본인이 치매 걸릴까 걱정된다며 꾸준히 공부를 하고 계신다.     

내가 하는 것은 그저 자식된 도리로.... 엄마 공부하라고 회사의 이면지를, 반출가능한 무의미한 이면지를 모아서 연습장 대용으로 드리는 것 뿐이다.     


아버지의 기록과 어머니의 공부,

메모지, 만보계와 영어 노트는 

두분의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신다.    

 

이러한 습관은 우리들이 본받아야 하고 중년에 들어선 자식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그게 백세시대를 받아들이는 자세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하는 공부와 메모도 건강하게 만든다.           



...

지금도 떠오르는 한 가지 풍경이 있다면

식탁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나란히 앉아서 무언가를 쓰시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쓰시고 계신다. 참 80넘은 노인네들 열심히 산다라고 생각만 했다. 

메모와 ABC 노트가 무슨 의미지?

옆에서 볼 때는 참..의미 없는 건데,,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쩝


물론 아버지는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완벽한 사고체계를 갖고 계셨고

지금 엄마는 스스로 예견했듯 치매이기는 하다. 물론 90이 가까워져 가고 있으니 그럴만하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는 나와 손주의 정확히 이름을 기억하신다.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일까? 

우리 영어공부 다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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