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화웨이 (华为) – 기술 패권 전쟁 속의 승자?

순환 CEO 시스템, 화웨이의 실험

by 최성호

기업이 업계의 선두에 서면 반드시 맞닥뜨리는 과제가 있다. 바로 리더십의 지속성이다. 창업자나 오너 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기업은 성장 속도가 빠른 대신, 의사결정이 그 사람의 역량과 한계에 묶이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한 개인이 모든 판단을 책임지기 어려워지고, 장기적인 혁신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매달릴 위험도 커진다.


화웨이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독창적인 제도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순환 회장 제도(轮值董事长制度)’**다. 창업자 런정페이가 직접 구상한 이 제도는 전통적인 단일 리더 중심의 경영 방식과 달리, 세 명의 부회장이 차례대로 6개월씩 회장직을 맡는 구조다. 임기 동안 각 회장은 회사의 경영 전반을 책임지지만, 중요한 전략적 의사결정은 반드시 이사회와 집단적 논의를 거친다. 결국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여러 리더의 시각이 더해진 집단 지도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왜 이런 실험을 했을까?

첫째, 권력 집중을 피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 중 상당수가 여전히 창업자 개인의 의지에 크게 좌우되지만, 화웨이는 특정 인물에 모든 권한이 쏠리는 위험을 줄이고자 했다.

둘째, 예측 불가능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국의 강력한 제재 등 단일 리더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집단적 리더십은 더 유연하고 빠른 대응을 가능하게 했다.

셋째, 리더십 승계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기 위해서다. 창업자가 언제까지 회사를 이끌 수는 없다. 후계 구도에 따른 갈등을 줄이고, 내부에서 차세대 리더를 꾸준히 길러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제도의 장점

순환 회장 제도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화웨이의 생존력과 혁신 동력을 강화했다.

리더십의 다양성: 각 회장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조직은 늘 신선한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투명성과 안정성: 권력이 분산되면서 부패 위험이 줄고, 리더 교체가 정기적으로 이뤄져 공백 없이 경영이 이어진다.

장기적 안목 확보: 단기 실적에만 매달리지 않고 연구개발 같은 장기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 실제로 화웨이는 2020년 이후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입하며 미래 기술을 선점해 왔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다

물론 이 제도에도 약점은 있다. 집단 논의가 길어지면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위험도 존재한다. 실제로 2018년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었을 때, 순환 회장들 사이에서 전략적 입장 차이가 드러나 혼란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중국 특유의 위계적 기업 문화 속에서 리더들 간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굳건히 버텨왔다. 단일 리더에 의존하는 기업이 예기치 못한 사건 앞에서 무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웨이의 집단 리더십 모델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다른 기업에 주는 메시지

화웨이의 순환 회장 제도는 중국적 맥락을 넘어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진다. 권력은 나눌수록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 전체의 힘을 키우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고, 끊임없이 혁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천재보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화웨이가 보여주는 놀라운 생존력과 혁신의 배경에는 이 독특한 리더십 실험이 자리한다. 이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철학이다. 화웨이는 이를 통해 “리더십도 혁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에게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교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