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인생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by 이건희

도련님처럼 살았습니다. 포근한 가정에서 번듯하게 자랐습니다. 숫기 없는 나에게 늘 다정한 사람들이 먼저 다가와 주었고, 세상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때때로 안 좋은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만큼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다짐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삶 속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현상을 좋게좋게 바라보게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배가 불러서 남의 일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감상이나 성장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유치하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순진한 이상주의자다, 그런 말을 듣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온당한 지적입니다. 평소에도 내가 세상 물정은 뒷전으로 하고 태평하게 살아가는 철부지라는 생각이 빈번하게 듭니다. 어쩔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대로의 자신에게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즈음에는 주변을 더욱 면밀하게 관찰하고 타인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합니다. 나의 두 귀가 팔랑거릴 때 내 안쪽에 있는 무형의 공간이 확장되는 기분이 근사합니다. 내가 아닌 당신의 훌륭함에 감탄하고, 그걸 표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나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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