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왕국

서로를 해치고 피하려는 본능

by 이건희

우리, 참 다른 것 같아. 살아온 환경에서부터 성격, 식습관, 관심 있는 분야까지 달라. 몸의 생김새도, 마음의 온도도 다르지. 이를테면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서로 다른 만큼이나. 동물들 간에도 차이점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잖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달라. 늑대와 토끼, 사자와 영양, 이렇게 종류별로 비교하려고 하면 끝도 없지.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우리 사이에도 절대적인 차이점이 한둘이 아닐 거야.


너는 한입에 닭 다리를 뜯고, 꼭 먹을 때가 아니더라도 그 매서운 눈빛을 자주 드러내지. 행여 실수를 저지를까 전전긍긍하지만, 한번 낚아챈 목표는 절대로 놓치지 않아. 그런 너의 안쪽에는 분명 빠르게 뜨거워졌다가 다시 빠르게 식는 심장이 쿵쿵 뛰고 있을 거야.


나는 너랑은 많이 달라. 늘 주위를 살피면서 예민한 귀를 팔랑거려. 정해진 식사 시간에 채소를 오물오물 씹기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항상 바쁘게 움직이려고 해. 만일의 사태를 침착하게 대비하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면 겁을 집어먹고 냅다 줄행랑을 쳐선 꽁꽁 숨어버리지.


처음 널 만났을 땐 우리가 얼마나 비슷한지, 둘의 공통점을 하나라도 더 많이 찾아내려고 했어. 그런데 이제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차이점이 보여.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그 차이 때문에 우리는 어긋나고 부딪혀. 너는 나를 상처 입히고, 나는 네게서 달아나.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본능일지도 몰라. 공격과 방어의 본능은 툭 하면 우리에게 손을 뻗칠 거야.


그렇지만 너와 내가 이다지도 달라서,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닐까. 만일 네가 나와 정확히 똑같은 성격과 똑같은 취향을,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똑같은 마음을 가졌더라면 우리가 사랑할 수 있었을까. 사랑은 시작되지 못했을 거야. 나는 너를 몰라보고 그냥 지나쳐버렸을 거야. 어렵사리 사랑에 안착했더라도 우리는 금방 싫증을 내고 서로를 떠났을 거야.


우리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자. 애초부터 끈끈하게 결속된 관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너는 나에게 겁을 주지 않도록, 나는 너를 보고 겁먹지 않도록 조금씩 양보하자. 다정하게 눈높이를 맞춰보자. 서로를 해치려는, 서로를 피하려는 욕망을 극복해 보자. 의식적으로 노력을 다하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세운 사랑의 왕국을 공고히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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