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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HANZ Mar 25. 2016

정성이 담긴 열대과일주스

소중함을 느끼는 방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주말에 함께 일하시는 정 실장님 댁에 잠깐 들렸을 때다.


"길, 목마르지? 잠깐만 있어봐. 내가 주스 갈아 줄게."


냉장고 문을 여시곤 주섬주섬 이런저런 과일들을 꺼내 시 더 시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한 오분이 지났을까? 검은색 씨앗들이 드문드문 박힌 보랏빛 주스를 한 컵 내주시고는 나갈 채비를 하시러 방으로 들어가셨다. 컵을 손에 쥐고 생전 처음 보는 색깔의 주스에 이상하리 넋이 나가 잠시 바라보고 있을 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갈아주는 주스를 마셔보는 게 얼마만인가...'


어렸을 때 새벽마다 주방에서 요란 스래 부산 떠시며 당근, 사과, 오렌지 등을 갈아 주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 달디 단 주스를 케일이 몸에 좋다며 항상 마지막에 잔뜩 넣으시곤 얼굴을 찌뿌지리 않으면 마실 수 없게 만드는 게 특기셨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내 손에 든 실장님의 열대과일 주스는 그때 철없던 시절 어머니의 정성으로, 부족한 사랑에 대한 표현으로 갈증 난 목을 시원히 축여 주었다.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워낙 더웠던 데다 한숨 쉬지도 않고 벌컥 들여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주스의 선명한 보랏빛과 어머니의 사랑은, 아니 정 실장님의 정성은 소중한 추억으로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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