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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HANZ Mar 25. 2016

San Juan del surf

마지막일지 모르는 그날의 바다

두 눈 치켜뜨고 해를 바라보려, 미간을 찌그리고 뭉뚝한 손가락들 얇은 사이로 눈을 가져다 대면 조그마한 빛 덩어리가 머릿 속을 긁어 온다. 그 날의 바다가 그랬다. 도저히 멀쩡히 처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니카의 태양을 담아 던지는 파도들의 눈빛을 도저히 직시 할 수 없었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두 시간 내내 파도 속을 헤집으며 얻은 성과는 키보다 발 서너개가 더 큰 보드 위에 올라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위를 한 두 발 걸었던 것 뿐이다. 아니 이번에는 그 보다 조금 더 멀리 나아갔었다.

소프트 렌즈가 쪼그라 들 정도로 짠 바다를 한 움큼 들여 마셔도, 파도가 보드를 밀어 백사장으로 백사장으로 목하나 내놓고 있는 머리통 하나 둘 지나 갈때면, 이미 플라야는 내 것이었다.

빰을 내려치고 보드를 뒤집는 파도가 두 손 힘껏 등 떠밀어줄 때면, 플라야를 내달리는 말 등 위에 두 손 활짝 벌려 소리 지르던 난 내일이 싫었다.


오늘도 사무실에 덩그러니 홀로 재때 답도 오지 않는 메일을 기계적으로 쓰고 있다. 모니터 속 해변가 야자나무 숲이 갑자기 그 때 그 파도, 그 바람, 그 태양을 불러 내 머릿 속을 긁어 온다.

내일은 마지막일지 모르는 San Juan del Sur의 바다를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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