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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Jun 20. 2022

한국인이 쉽게 빠지는 '인고의 착각'

고생하면 낙이 오는 거 맞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인고의 착각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에, 사람들은 불안하니까 그냥 아무거나 한번 해보려고 한다. 남들이 하는 걸 그냥 따라한다. 사교육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부모들은 그 외에 뭘해야 할지 몰라서,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자니 불안해서 그러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결코 자원이나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일이 안 풀릴 때는 쉬어야 한다. 필요없는 고통은 무조건 피하고 봐야한다.
<어쩌다 한국인>


한국인들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하니까 뭐라도 한다는 것은 한국인 대부분이 경험하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편안하게 놀거나 쉬면 죄책감 비슷한 것이 들지 않나요? 창의성의 시대, 다양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비교'의 프레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상이나 멍때리기를 해보면,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때로 최고의 생산성의 시작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명상을 방청소라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을 방안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방안에 이것저것 지저분한 것들이 잔뜩 들어 있습니다. 공부를 하려해도, 쉬려고 해도 너저분한 것이 많으니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뭘 하든간에 첫번째로 해야 하는 것은 '방정리, 방청소'입니다. 방을 청소하다보면 오랫동안 그토록 찾았던 물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진작에 버렸어야 할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줘버리자 싶은 것은 당근마켓에 올리면 됩니다.

명상은 이와 같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생각을 비우는 것이 아니죠. 생각이 비워지면, 고요한 빈 공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도 더 잘 정리하게 됩니다. 당연히 양적인 노동에서 질적인 노동으로 전환되기가 쉽지 않을까요?


노력과 성취에 관한 감동적인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마치 고난의 시간이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고, 나아가 그런 고생이 성공을 가져다줄 것처럼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종종 인과혼동의 오류를 일으킨다.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어 있다.  첫째, 세상에는 그런 고생을 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는 사실이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성공을 이루는 사람의 경우 그들이 고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고생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성공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는 이런 인고의 착각에 빠지는 것일까? 바로 불안을 다스리는 착각적 통제감과 자신은 무조건 잘될 것라고 생각하는 비현실적 낙관주의 때문이다. 착각적 통제감. 긍정적인 일은 더 많이 일어나고, 부정적 사건은 자신을 피해갈 것이라고 믿는다. 자녀가 명문대 들어가거나, 자신이 임원이 되거나, 심지어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은 긍정적 사건을 겪을 확률은 높게 예상한다. <어쩌다 한국인>


착각적 통제감, 또는 통제의 환상은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속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지게 될 수록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구요. 과거에는 '하면 된다!'라는 말이 통했습니다. 1960년대에서 IMF 시기까지를 생각해보면 이렇죠. 현실은 어려워도 내일은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어제보다는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무작정 열심히 노력한다고 더 나아질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이미 그런 상황을 다양한 형식으로 겪었습니다. 거기에 대고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게으르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도 않고 의미도 없습니다.


군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사단장님이 부대를 방문하신다는 소식에 대대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남은 시간은 불과 3일. 우리는 위병소부터 1km 정도가 되는 길에 꽃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군대에서는 안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당일에는 먼지 날리지 말라고 물을 퍼다가 길에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대대 전체 병력이 곳곳에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육로(?)로 오실거라 했던 사단장님은 헬기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사단장님의 헬기를 유도하고 멋지게 경례를 때렸던 병장이 칭찬받고 휴가를 갔습니다. 거의 한달동안 우리는 틈나면 그 얘기들을 했지요. 군대에서 열심히 한다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가 생각했죠.  

한국 부모들은 청소년인 자녀가 놀고 있는 것을 못 본다. ‘너무 즐거운 것 아니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라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잘못된 것처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과 즐거움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과연 이런 주장은 정말 근거가 있는 것일까? <어쩌다 한국인>

어른들이 스스로 소화해 내지 못한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대물림 됩니다. 관계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비교를 당하면서 자라는 아이들.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부러워했던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이런 무한 경쟁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모두가 좋은 성적과 좋은 대학을 추구하는 사이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을 시간에 남들 들러리나 서는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노는것도 경쟁력'이라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표현에 거부감이 없지는 않습니다. 뭐든지 경쟁력, 생산성하고 연결되어야만 의미있는 것처럼 해석이 되니까요. 하지만 노는 것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테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김정운 교수의 '노는만큼 성공한다'를 추천드립니다. (교수님이 유명해지시기 전에 출간한 책인데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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