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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Jun 05. 2022

40년 경력인데, 이짓이 지겹다고 말하면 어떡해요?


직업적인 행운(?)으로 가끔 연수원을 갈 때면 '기사님이 모는 리무진'을 탈 때가 있습니다.

직업적인 습관(!)으로 기사님께 궁금한 것은 이것저것 여쭤보고는 하는데요.

이번에 만난 분은 국내 1호로 제네시스 리무진을 취득해서 운전하는 기사님이셨습니다. 경력은 20년이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유명연예인, 자산가들을 자주 모시는 터라 강원랜드 쪽으로도 갈 일이 꽤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 기사님이 주유소에서 일반 개인택시 운전하는 분과 나눴던 대화를 얘기해주셨습니다. 듣다보니 어떤 영역에도 적용될만한 이야기라 생각되서 글로 한번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개인택시 운전으로 40년을 하셨다는 A 기사님. 20대에 일을 시작해서 40년을 했으니 이제 60대. A 기사님은 말합니다.


"이짓도 지겨워 죽겠어요"

그럴만도 합니다. 반말하는 손님, 차에다 토하는 손님 (요즘에도??), 무매너로 끼어드는 차들, 대체 어떻게 면허를 땄는지 의심스러운 와일드한 길위의 김여사님들 (요즘은 김사장님도 있다고..) 가족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이 지겨운 일을 언제까지 해야하나.. A기사님은 푸념을 했습니다.

20년의 경력에 고급리무진을 운전하는 기사님의 눈에 들어온 것은 A 기사님의 옷이었다고 하더군요. 누가봐도 편안한 등산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택시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는 기사님의 입장에선 눈에 띄었다고 합니다. 40년을 했는데 이제와서 지겹다는 말을 하는 A 기사님의 푸념을 들으며 여러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들은 기억이 맞다면 택시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무사고로 3년 법인 택시를 하고, 또 7년을 개인 택시를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리무진을 모는 기사님은 고급차종을 몰기 때문에 피로감도 (당연히) 덜하다고 합니다. 만나는 손님도 대부분 유명인, 자산가, 회사임원들이라고 합니다. 생각보다는 훨씬 매너 좋은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수입도 좋을 뿐 아니라 고맙다는 뜻으로 이용료를 더 주는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것들이죠.


20년 경력에 고급 리무진 운전, 40년 경력에 일반 개인 택시. 수준을 비교하거나, , 누구는 잘못 살았다는 등의 평가는 의미 없겠지요. 다만 40년의 시간동안 주어진 일만 그대로 반복 수행을 하면서 '지겹지 않기를 바라는' 생각은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운전이 좋아서 평생을 개인 택시하면서 큰 욕심없이 만족하며 사는 기사님들도 계시겠죠. 반면, 다음 단계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누군가에게 배우고, 더 잘해보려는 노력을 하는 기사님들도 계십니다. 그리고 대체로 그런 분들이 그에 걸맞는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와 코칭을 하는 저에게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고객사와 참가자를 평가하는 것처럼 들릴까 우려되지만 그냥 생각하는 바를 적어보면 이렇습니다. 강의 초년생 시절에는 학습의욕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참가자를 만날 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누구나 참가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이 시간대에, 이 상황에, 이 주제에는 관심이 없는 참가자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고, 몸값이 오르게 되니 오히려 참가 의욕이 높은 참가자를 만날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이번에 리무진을 타고 가서 진행했던 강의가 그러했습니다. 100% 자발적 신청에 의해서 온 분들일 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어하는 분들이었으니까요.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어떤 강사가 와도 잘될 수밖에 없는 강의인 것이죠. (좋은 학습자는 놀랍게도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점을 찾아냅니다.)


열심히 사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부하고 성장하는 것만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과의 법칙은 분명히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인과의 법칙은 대체로 '선순환, 악순환'의 형태가 더해지는 것 같습니다. 수준이 높아지는만큼 여유가 생기고, 여유가 생긴만큼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성장할 마음과 시간의 공간이 생깁니다. 이것이 스티븐 코비의 시간관리 2사분면 개념입니다. 당장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에 아주 약간의 시간이라도 투자를 하는 것이죠. 그 작은 투자가 점점 '여유 공간'을 만들고, 그것이 계속 더 큰 '여유 공간'을 만들어 줍니다.


40년 경력의 A 기사님은 어떻게 사시게 될까요? 이전 글에서 '나일리지'에 관해 말했습니다. ('나일리지'라는 말에는 나이 헛먹고 가르치려 든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더군요.)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쌓이는 내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내공의 가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짓도 지겨워 죽겠어요."

이 말은 제게 있어서는 스스로의 경력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지겹다면 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제넘게 그 분의 걱정을 하기보다는 저는 혹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주제였습니다. (원래 꼰대가 되는 것은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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