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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Jul 21. 2022

"열심히 하는 리더를 보면 짜증나요." .. 왜?

"열심히 하는 리더를 보면 짜증나요."

반어법으로 쓴게 아닙니다.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되었을까요?

요즘 조직의 화두는 '자율성'입니다. 1950~70년대를 생각하면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뭐든지 처음해 보는 것이고, 안되면 되게해야만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체계는 없었지만 몸으로 부딪치며 많은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선배 세대는 후배들을 '명령'으로 이끌었습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강력하게 통하는 시절이었죠. 군대 문화가 강했고, 종신고용 개념이 강하던 시절이었기에 잘 작동했습니다. 90년 후반 IMF. 명령과 카리스마가 일시에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나름 잘 나간다고 했던 선배들이 모두 강제로 명예퇴직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조직은 '능력과 보상'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습니다. 더 높은 연봉이나 보너스로 납득을 시키는 것이죠.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고, 보상을 기대하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보상을 많이 해주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누가요? 네, 기업이 원하는 능력있는 인재가요. 회사에서 붙잡고 싶은 인재일 수록 다른 것을 원합니다. 바로 성장의 기회, 좋은 조직 문화 같은 것이죠. 그 안에 '자율성'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주체성이 강한데도 그것을 만족시킬 존재감과 자유권을 누리고 있지 못하다. 과거 폭풍성장기의 한국 사회는 상대적으로 아무것도 없었기에 주체성이 발휘되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나도 한번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 할 수 있다는 신념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이 가능했다. 게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었다. 설계도도 없고, 매뉴얼도 없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해본 적도 없는 것들을 할 때는 그냥 자동적으로 자율권이 주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법규가 만들어지고, 조직은 커졌고,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이미 그것을 해본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이제 한국인에게는 과거처럼 신날만큼 자율성이 주어지지는 못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은 급격히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을 더욱더 힘 빠지게 하는 것은 너무 열심히 사는 리더들이다. 과거 소수의 리더들은 그들을 따르는 사람에게 근면, 성실, 희생, 충성에 관한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일하고, 모든 것을 챙기고, 전천후로, 앉으나 서나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을 이상적으로 생각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조직은 복잡해지고 거대해지고 동시에 체계화되었다. 다양한 전문가가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책임감과 자율권을 가지고 일하는 사회가 되었다. 모든 것을 챙기고 모든 것을 결정하는 리더는 안 그래도 작아지는 주체성에 무기력해져가는 부하직원의 존재 이유를 완전히 짓밟는 것이다.  직원들이 주체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일할 수 있도록 이제는 리더가 더 많은 것을 책임지고 세세하게 챙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쩌다 한국인>



똑부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능력있는 리더를 만나 일을 많이 배우게 된다고 좋아하는 신세대 직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똑부 리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에게 능력이 있음을 믿고 있고, 주도적으로 해보려는 의욕이 강한 팔로워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똑부 밑에는 같은 똑부가 있으면 괜찮을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서로 누가 잘났는지 주도권 싸움을 할 위험이 있습니다. 세간에 돌아다니는(?) 이 도표가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진짜로 잘하는 리더라면 부하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놔두거나 개입하거나 하는 것을 잘합니다. 부하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접근법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능력이 출중한 리더들 중에는 자기 중심성이 너무나 강해서 이런 것을 거의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런 분들은 의아해합니다. "왜 쓸만한 애들이 하나도 없지? 나때는 안그랬는데.."

억울할 수 있겠지만 조직의 문제는 대부분 팔로워가 아닌 리더의 문제입니다. 열심히 하는 능력있는 당신, 혹시 자신도 모르게 똑부나 멍부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세요.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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