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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Jul 22. 2022

자동번역의 시대에 외국어 공부 필요하냐구요? 네!

운동의 목적도, 외국어 학습의 목적도 진짜는 따로 있다.

나와 영어

 

중학교 시절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운동을 잘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관심이 가고 성적이 좋았던 과목은 영어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한국어와 다른 말로 해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이 그랬듯 중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공책에 ABC.. 를 썼었네요. 영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원어민 발음을 일부러 열심히 따라했습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에게는 재수없다는 말과 표정을 견뎌야 하는 일도 있었죠.


뭐, 그래도 개의치 않고 꾸준히 공부를 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일본어를 선택해서 이 또한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군대에 가서는 성문 종합영어를 5회독 했습니다. 포병 사격지휘를 했기 때문에 매뉴얼을 공부했는데, 대대에 놀고있는(!!) 영어 매뉴얼이 있길래 담당 간부에게 사정해서 가져와 한국어 교범과 비교해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교범이었던 덕에 고참의 눈치도 쉽게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 때 공부했던 모습을 그려보면 영화 '터미널'에서 영어를 모르는 러시아 사람 연기를 했던 톰 행크스가 영어 원서와 번역서를 나란히 놓고 공부하는 무식하지만 확실한 방법과 다르지 않았네요.


영어 덕분에 외국어 대학교를 갈 수 있었고, 언어별로 훌륭한 한국인, 외국인 교수님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신이 나서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수업을 청강하고 다녔습니다. 해당 외국어를 잘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호기심의 충족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던 중 일본에서 1년 공부를 하고 왔습니다. 영어와 일본어 능력 덕분에 대기업의 해외 마케팅 직군에서 일을 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영어로 거래선을 만나고, 기술협력을 하는 일본 (히타치) 연구진과 논의를 하고, 중국 생산공장 담당자와 중국어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 틈틈이 이런 저런 번역을 해왔던 덕분에 내가 좋아하게 된 책인 '오픈스페이스 베타'도 직접 번역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가 나의 성장을 꾸준하게 견인해 주었던 것입니다.


운동의 목적은 다이어트가 아니라 '뇌 훈련'이라는 것이 반복적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1분 과학 - 운동을 꼭 해야하는 진짜 이유  https://youtu.be/30N6sz4WE7I )  건망증, 코로나 블루 등이 문제시되는 요즘 상황을 생각할 때 운동은 너무나도 중요한 활동입니다. 외국어 공부의 목적도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말을 합니다. 외국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동의하지만, 한번 꼭 생각해 보면 좋을 '외국어 학습의 유익'이 따로 있습니다.


외국어의 쓸모


1. 외국어는 뇌를 훈련시킵니다.

쉽게 말해 뇌에 새로운 회로가 생기게 됩니다. 중년의 뇌를 훈련시키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외국어입니다. 이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검증이 되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연구는 이렇습니다.  


2013년 켄터키대학 연구팀은 2개 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이 색깔과 형태를 구별하는 것이 더 빠르고 주의력 변환 과제도 더 잘 수용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이들의 뇌 영상을 촬영한 결과 모국어만 사용하는 노인의 뇌는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는 반면, 2개 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의 뇌는 젊은이의 뇌처럼 효율적으로 과제를 수행한다.  도서 <나이보다 젊어지는 행복한 뇌>



2. 세상과 사람을 보는 관점을 넓혀줍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관점'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흔히 말하듯이 언어는 그 나라 또는 민족의 사고방식을 반영합니다. 그러니 외국어를 익히면 한 나라나 민족이 갖고 있는 사고 방식을 익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몽골에서 '말'(horse)과 '눈'(snow)에 많은 단어들이 있고, 일본어에 '참치'관련된 단어가 많듯 말이죠.)


3. 한국어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순진무구에서 '구'가 때밀이할 때의 '때'라는 것을 일본어 공부하면서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순진무구는 순진하여 때가 없다는 뜻이었더군요. 외국어를 공부하면 요즘 관심받고 있는 '문해력'이 넓어지기 때문에 한국어를 이해하는 능력 또한 올라갑니다. 2년째 운영중인 '인문놀이터'에서 꾸준히 하는 잔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한자, 라틴어 어원 개념'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에게는 자랑스러운 한글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쉽게 쓰고 읽을 수 있지요. 그러나 조금만 전문영역으로 들어가도 '한자어' 또는 '외래어' 표기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집니다. 한국어만으로 '유추해서' 해석하면 완전히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 중국어, 일본어를 배우다보면 한국어 어원을 거꾸로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을 하나만 말한다면..


가끔 '외국어를 어떻게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많은 외국어 능력자들이 계시기에 저는 스스로 외국어를 잘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세요.'  일본에서 공부할 때 일본인 애인을 사귄 친구보다 일본어를 더 빨리 배운 신급 친구가 있었습니다. 일본에 온 이유 자체가 일본어로 된 어려운 게임을 깨기 위해서였습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게임에 나온 모르는 표현을 물어보고, 집에 가서는 밤새서 배운 것을 적용해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놀라울 정도로 실력이 올라가 있더군요. 모두가 원어민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관심사, 또는 나의 업무를 외국어로 대화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접근 보다는 해당 외국어로 된 좋은 컨텐츠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접근이 출발로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유튜브에는 재밌는 내용으로 해설해 주는 콘텐츠가 많으니까요.)





인문놀이터는 매주 토요일 저녁 8~10시, 인문학 도서를 소재로 배우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절반이상은 초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님이 함께 참여합니다. 자녀와 함께 배우고, 대화하고, 성장하기 원하는 분들은 오픈채팅에 가입하시면 참가방법을 안내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인문놀이터에 참가하실 분을 위한 링크와 비번입니다.

https://open.kakao.com/o/gtrXncyc  

비번 : 'dlsans' (인문을 영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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