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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Aug 29. 2023

정년을 앞에두고 일을 안하는 나이 많은 팀원..

일 안하는 팀원에게 성과평가 낮게 줘도.. 되는거죠? 

"그럼,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만든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제 말을 들은 팀장님의 표정이 밝아지시면서 꼭 말을 해봐야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국내 대기업 전 계열사 팀장 교육에 FT(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많은 훌륭한 강사, FT님들과 동시에 각반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데요. '성과 평가'를 주제로 한 워크샵을 진행하는데 이런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제 팀원 중에 정년이 2년 남은 분이 계신데요. 예전에 팀장님이었던 경력이 있으시구요. 지금까지 평가는 B를 쭉 받아온 분인데요. 솔직히, 진짜로 일을 안하세요. 선임급에게 일을 떠넘기고..  다른 팀원 불만이 많은 상황입니다.  제가 성과 평가 처음인데..  B를 드려야 되나, (감히?) C를 드려도 되나 고민입니다." 


사연을 가만히 들어보니.. 해당 팀원분의 입장도 이해는 갔습니다. 정년도 얼마 안남았고, 노후 준비해야되고,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해도 (본인에게는) 큰 문제 없고, 어차피 능력 인정 못받아서 임원된 것도 아니고, 임원 아닌데 열심히 할 필요도 없고 ..  대략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당사자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의견을 드렸습니다. 

"팀장이 팀을 먼저 생각하고 팀장으로서 할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팀원의 입장에 공감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성과 평가에서는 공정성을 앞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지 않았고, 팀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미리미리 면담을 해서 방향성을 함께 잡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변화가 없다면.. 화낼 필요없이 (쉽지는 않지만) 그에 맞는 평가를 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C를 주고 평가 면담에서 어떻게 말할지가 고민이라는 말씀이지요?" 


팀장님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팀장님들도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성과 평가 면담을 시작할 때 이렇게 말해 보시면 어떨까요?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만든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영어 표현중에 처음엔 이해가 안갔다가 아주 공감되었던 표현이 있습니다. 


"Don't take it personal"  (내말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마.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교정적 피드백을 주면 '나'를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거절을 당하면 '내가' 거절당하거나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부지런히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내가 피드백을 받으면 내 감정을 빨리 알아차리고 '나에 대한' 평가에 앞서, 나의 언행에 대한 평가 또는 피드백이라고 이해를 해야 합니다. 반대로 내가 피드백을 줄 때는 '당신에 대한' 평가가 아님을 명확히 밝히고 시작해야 합니다. 최대한 오해를 줄이는 것이죠. (물론 그래도 오해하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성과 평가 면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에 대한, 당신 인격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라는 것을 미리 말해 주어야 합니다. 물론 면담의 진행 역시 그래야겠지요. 


오늘 아침에 3회차 워크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트너 FT님이 멋진 사례를 들려주시더군요. 은퇴를 앞둔 한 팀원께서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한 것은 물론 팀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 기안까지 만들어 놓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분께 A를 드렸는데 이렇게 말하시더랍니다. 


"내가 곧 나갈 사람인데 A를 주면 어떡해. 일 잘하는 다른 팀원들한테 A를 줘야 의욕도 생기지. 나는 평가가 나쁘다고 크게 손해볼 일이 없으니까 C로 해주고, 후배들 좀 챙겨줘.." 

꼭 이분처럼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분은 누구와 관계를 맺든 깊고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1차적으로 그분 본인의 삶을 평화롭게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과 인연을 맺게 되는 사람은 행운이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됩니다.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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