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
“강사님, 발표나 말하기를 잘하는 사람은 타고 나는거죠?”
강의를 하다보니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따라갈 수 없는 타고난 능력자의 영역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게 잡아야 20%가 되지 않습니다. 80%는 꾸준한 연습과 피드백에 열린 태도를 통해 만들어 집니다. (코칭으로 만난 대표, 임원분들도 그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 마인드셋은 비즈니스 성과, 커리어적 성장과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마인드셋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볼까요?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맞습니다. 운은 분명히 존재하며, 때로는 개인의 노력을 압도해 버리죠. 운을 인정하는 것은 패배주의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현명함의 시작입니다.
역사학자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그의 역작 『총, 균, 쇠』에서 인류 문명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요인이 인종적 우월성이 아닌, '지리적 환경'이라는 운이었다고 역설합니다. 어쩌다 보니 농사짓기 좋은 땅과 가축화할 만한 동물이 풍부했던 유라시아 대륙에 자리 잡은 문명이, 그렇지 못했던 다른 문명보다 먼저 강력한 무기(총), 질병에 대한 면역력(균), 그리고 발전된 기술(쇠)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아닌, 태어난 장소라는 거대한 운이 문명의 격차를 만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운의 법칙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작동합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캐나다 아이스하키 리그 최상위권 선수들의 생일을 분석한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합니다. 선수들의 40%가 1, 2월 생이었다는 것이죠. 연초에 태어난 아이들은 같은 해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가 조금 더 클수 있겠지요? 이 작은 차이가 유소년 대표팀 선발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일단 대표팀에 선발되면 더 좋은 훈련과 많은 출전 기회를 얻게 되고, 이 경험이 쌓여 실력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됩니다. 그들의 성공은 순수한 재능이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언제 태어났는가'라는 우연한 행운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운, 즉 태어난 환경과 시대, 부모, 심지어 생일까지도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사실을 외면하고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공허합니다. 오히려 내가 가진 운의 유불리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것을 생각하는 것이 낫습니다.
운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무력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차피 정해진 것이라면, 노력해서 무엇 하나?'라는 체념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개인과 국가의 역사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는 변수, 바로 '선택'과 '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총, 균, 쇠』를 썼던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2019년, 또 다른 역작 『대변동(Upheaval)』을 통해 새로운 화두를 던집니다. 그는 비슷한 위기를 겪고도 어떤 나라는 더 크게 성장하고, 어떤 나라는 몰락의 길을 걸었던 사례들을 분석하며 그 차이가 '선택적 변화'에 있었다고 말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강점은 유지하되, 약점은 과감하게 바꾸는 '선택'을 한 국가만이 생존하고 번영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가적 위기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이 '노력'과 '선택'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극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잿더미 위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었던 이 나라는 불리한 운명을 탓하는 대신,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교육에 투자하고, 땀 흘려 일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끊임없이 도전했습니다. (60, 70년대의 프로젝트들 대부분은 '말도 안된다'는 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지요.)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회적 문제가 있었고 지금도 남아있지만, 수많은 사람의 피나는 노력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노래가 빌보드를 석권하고, 세계적 찬사를 받는 영화를 만들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성공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우리는 운명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적인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운이 좋지 않은 환경을 탓하며 체념하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그 환경에도 불구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위대한 성공 스토리를 써 내려갈 것인가. 그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의 운명은 다시 쓰이기 시작합니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말은 때로 너무 진부하게 들립니다. 게다가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지요.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승률을 높이는’ 힌트를 얻을수는 있습니다. 성공한 이들과 나는 상황도, 성향도, 목적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성공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요소’를 찾아내면 됩니다.
모텔 청소부에서 기업가치 10조의 데카콘 CEO로
야놀자의 이수진 총괄대표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여섯 살엔 어머니마저 곁을 떠나 할머니 손에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한글을 뗐고, 중학교 때는 할머니마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 농사일로 학업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병역특례로 모은 돈은 주식 투자 실패로 모두 날리고,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모텔 청소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봐도 불행과 실패로 점철된 삶.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좌절하고 운명을 탓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모텔업 종사자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모텔 이야기'를 만들었고, 이것이 훗날 국내 1위 여가 플랫폼 '야놀자'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그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했으며,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회사를 성장시켰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기업가치 10조 원의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흙수저'라는 운명도 꺾을 수 없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의 힘을 보여줍니다.
배송료 60바트가 없던 청년, 태국 물류의 역사를 새로 쓰다
2025년 6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매드 유니콘>은 태국 최초의 유니콘 기업 '플래시 익스프레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주인공 '산티'는 시골의 어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쿠키를 보내기 위해 택배 회사를 찾지만, 단돈 60바트(약 2,200원)의 배송료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이 결핍의 기억은 그의 인생을 바꾸는 야망의 씨앗이 됩니다.
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택배 회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썬더 익스프레스'를 창업하고, 기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바트라는 파격적인 배송료를 선언합니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거대 자본의 방해, 동료의 배신, 자금난으로 인한 파산 위기 등 수많은 역경에 부딪칩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스마트폰 앱 기반의 혁신적인 IT 전략과 모든 것을 내던지는 과감한 승부로 위기를 돌파하며 결국 물류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킵니다. 이 이야기는 아주 작은 결핍과 분노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노력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들의 삶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당신의 손에 쥔 카드가 나쁘더라도, 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한 승리의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중요한 것은 카드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 카드를 가지고 어떻게 최고의 플레이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노력'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왜 어떤 사람은 불운을 딛고 일어나고, 어떤 사람은 좌절 앞에 무너지는 것일까요? 그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 열쇠는 바로 '마인드셋'에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는 수십 년의 연구를 통해, 우리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타고난 재능(운)이 아니라, 능력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 "내 지능과 재능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어." 이들은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해석하고, 곧 '자기 자신의 부족함'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실패가 두려워 도전을 피하고, 어려움에 부딪히면 쉽게 무기력해지거나 포기합니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나의 능력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어." 이들은 실패를 '성장을 위한 배움의 과정'으로 여깁니다. 실패의 원인을 자신의 고정된 능력이 아닌, 노력이나 전략, 외부 상황 등 바꿀 수 있는 것에서 찾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동기를 부여받아 더 끈질기게 도전합니다.
결국,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이 노력을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엔진인 셈입니다. 야놀자의 이수진 대표나 <매드 유니콘>의 산티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그들이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나는 이 상황을 바꿀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도전적인 과제를 마주했을 때 23% 더 높은 성과를 보였고, 실패 후 회복 속도 또한 2.4배 더 빨랐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도 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직원들은 건설적인 비판을 받았을 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비율이 70% 더 낮았고, 그 피드백을 실제 행동 변화로 옮기는 비율은 2.4배 더 높았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비생산적인 방어와 변명으로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하면, 이 수치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025년까지 전체 직무의 85%가 새로운 역량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AI는 이것을 가속화 시키고 있지요. 어제의 지식과 기술이 내일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정 마인드셋은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상황을 자신의 무능이 드러날 위협으로 인식하고, 변화에 저항하게 되니까요. AI의 발달로 AI도구의 활용은 물론 필요에 따라 개발자의 언어와 도구도 학습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납니다. 그런데 '나는 원래 이런 건 잘 못해'라는 생각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됩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이러한 변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끊임없는 학습을 성가신 과제가 아닌, 기본값으로 보는 것이죠. '아직' 모를 뿐, 배우면 된다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당신은 지금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습니까? '나는 원래 이래'라며 스스로를 한계 속에 가두고 있나요? 아니면 '배우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나요? 당신의 그 믿음이 바로, 당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입니다.
인생에서 '운'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카드를 손에 쥐고 인생이라는 게임을 시작합니다. 어떤 카드는 명백히 유리하고, 어떤 카드는 불리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냉정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어떤 카드라도 게임의 승패를 결정짓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승패는 그 카드를 가지고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얼마나 끈질기게 노력하며, 위기의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즉, '어떻게 게임을 하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삼으며, 끈기(Grit) 있게 나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 방식입니다. 당신의 출발선이 어디였든, 당신의 손에 쥔 카드가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노력이 당신의 서사를 만들고, 당신의 믿음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것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노력을 통해 당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가시겠습니까?
당신이 인생에서 받은 '운'의 카드는 무엇이었나요? (유리했던 점, 불리했던 점 모두) 당신은 그 카드를 탓하며 주저앉았나요, 아니면 그 안에서 최선의 플레이를 하기 위해 노력했나요?
최근 당신의 노력이 배신당했다고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고정 마인드셋'의 관점("역시 난 안돼")과 '성장 마인드셋'의 관점("이번 방법은 통하지 않았네,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에서 그 상황을 다시 해석해본다면 어떻게 달라질까요?
오늘 당신의 '노력'으로 아주 작은 성공 하나를 만든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예: 미뤄왔던 보고서의 첫 문단 쓰기, 불편했던 동료에게 먼저 인사하기, 5분 스트레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