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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의 힘, 왜 논리만으로는 부족한가?

파토스 (Pathos) 활용하기

by 한창훈

감성의 힘: 왜 논리만으로는 부족한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에서 우리는 종종 논리, 데이터, 명확한 근거를 가장 중요한 설득의 도구로 여깁니다. 그러나 수천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간파했듯,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차가운 이성만으로는 불완전합니다. 그의 수사학 체계는 설득의 세 가지 기둥으로 로고스(Logos, 논리), 에토스(Ethos, 화자의 신뢰성), 그리고 파토스(Pathos, 감성)를 제시했습니다. 이 중 파토스는 현대의 공감(Empathy)과 연민(Sympathy)의 개념과 맞닿아 있으며,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행동을 이끌어내는 가장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재조명: 파토스(Pathos)의 현대적 의미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과정을 단순히 정보 전달의 차원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설득이 청중의 감정적 상태를 이해하고, 그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완성된다고 보았습니다. 파토스는 논리적 주장이 청중의 마음에 가닿도록 하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현대 뇌과학 연구는 이러한 고대의 통찰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합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설득되는 순간에는 논리적 추론을 담당하는 뇌 영역(로고스)뿐만 아니라,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영역(파토스), 그리고 메시지 전달자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영역(에토스)이 복합적으로 활성화됩니다. 이는 설득이 단일한 인지 과정이 아니라, 논리, 감정, 신뢰가 상호작용하는 다차원적 프로세스임을 시사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파토스의 부재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논리와 데이터를 갖춘 제안이라도 듣는 이의 마음에 공감의 파동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공허한 외침에 그치기 쉽습니다. 감성적 호소는 메시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청중이 제안된 아이디어를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여 자발적인 동의와 행동을 유발하는 핵심 동력입니다.


"재수 없는 말"의 심리학: 논리가 감정을 만났을 때


"로고스는 충분한데 파토스가 부족하면 한마디로 ‘재수없는 말’로 들립니다" 특히 그 말이 사실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왜 옳은 말이 오히려 반감을 살까요? 이는 인간의 정보 처리 메커니즘이 감정을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때, 그 정보는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에 도달하기 전에 감정과 본능을 관장하는 변연계(limbic system)를 먼저 거칩니다. 만약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위협적이거나, 무시당하는 느낌, 혹은 공격받는다는 감정을 유발하면, 변연계는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논리적으로 타당한 내용이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거부당하기 쉽습니다. 즉, 감정의 문이 닫히면 이성의 문도 함께 닫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상대방의 감정적 안정감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파토스가 로고스의 전제 조건이 되는 이유입니다. 긍정적인 감성적 교감이 이루어질 때, 상대방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논리적 주장에 귀를 기울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논리를 앞세워 상대를 몰아붙이는 대신, 공감과 이해를 통해 감정의 다리를 먼저 놓습니다.


의사결정의 숨은 조종자: 행동경제학과 휴리스틱


고전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로 가정했지만, 현실의 우리는 종종 비합리적인 선택을 내립니다. 이러한 인간 행동의 이면을 파헤치는 행동경제학은 감성적 소통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는 인간이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가능한 한 정신적 에너지를 아끼려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인지적 구두쇠'로서의 인간: 왜 우리는 쉬운 길을 택하는가?


우리의 뇌, 특히 인지적 자원을 관리하는 작동기억(working memory)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명백한 한계를 가집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은 평균적으로 4개에서 7개 사이의 새로운 정보 덩어리(chunk)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 용량을 초과하는 정보가 주어지면 뇌는 '인지 과부하(cognitive overload)' 상태에 빠져 학습 및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됩니다.


이러한 인지적 제약 때문에, 우리는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판단 기준, 즉 '휴리스틱(heuristic)'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상적인 결정의 대부분은 심층적인 분석보다는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이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뇌의 효율적인 생존 전략인 셈입니다.


마음을 사로잡는 지름길: 휴리스틱을 활용한 설득 전략


효과적인 커뮤니케이터는 이러한 인간의 인지적 특성을 역으로 활용합니다. 상대방에게 장황한 데이터와 복잡한 논리를 제시하여 인지적 부담을 주기보다는, 상대의 마음속에 강렬하게 '꽂히는' 단순하고 명쾌한 단서(cue)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휴리스틱을 활용한 설득 전략의 핵심입니다.


이 전략은 생생한 이미지, 강력한 비유, 문화적으로 친숙한 연상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상대방이 깊은 고민 없이도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수용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통계 수치를 나열하기보다 "이 솔루션을 도입하면 매년 에베레스트산 높이만큼의 서류 작업을 줄일 수 있습니다"와 같은 구체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는 상대방의 뇌가 정보를 쉽게 처리하고 오래 기억하도록 돕습니다.


실전 기술: 더블 바인드(Double Bind) 화법의 원리와 적용


더블 바인드 화법은 휴리스틱 원리를 실전에 적용한 매우 구체적이고 강력한 기술입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개방형 질문을 던져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대신, 화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이 안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묻는 것은 상대방에게 '문제 정의, 대안 탐색, 비교 평가'라는 높은 수준의 인지적 과업을 부과합니다. 이는 인지적 구두쇠인 인간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며, "잘 모르겠습니다" 또는 "나중에 생각해보죠"와 같은 회피적 반응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반면, "A안과 B안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보십니까?"라고 질문하면, 상대방의 과업은 '두 가지 대안의 비교 및 선택'이라는 훨씬 단순한 형태로 축소됩니다. 이 질문은 '이 안건을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건너뛰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프레임을 전환시킵니다. 이처럼 더블 바인드는 상대방의 인지적 저항을 최소화하고, 동의의 경로를 가장 쉬운 경로로 만들어줌으로써 설득의 성공률을 극적으로 높입니다. 유능한 리더는 팀원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요?"라고 묻지 않습니다.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와 B라는 접근법을 생각해 봤는데, 어떤 방법이 더 현실적일까요?"라고 물으며 팀의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고 신속한 결정을 유도합니다.


공감의 뇌과학: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우리가 타인의 말에 감동하고, 이야기에 빠져들며, 누군가를 신뢰하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심리적 현상을 넘어섭니다. 최신 뇌과학 연구는 이러한 감성적 연결의 이면에 정교한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함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감성적 소통은 우리의 뇌 구조와 신경화학물질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감정의 관제탑: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의 역할


인간의 뇌에서 감정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은 변연계(limbic system)이며, 특히 편도체와 해마가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편도체(Amygdala): 아몬드 모양의 이 작은 뇌 영역은 감정의 '관제탑'과 같습니다. 외부 자극에 대해 두려움, 기쁨, 분노와 같은 감정적 반응을 즉각적으로 생성하며, 이는 생존과 직결된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설득의 과정에서 편도체는 메시지가 위협적인지, 아니면 보상이 될지를 판단하여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마(Hippocampus): 해마는 기억의 '저장소' 역할을 합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강렬한 경험, 즉 편도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감동적인 이야기가 건조한 사실의 나열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입니다.


결론적으로,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만들려면, 즉 설득에 성공하려면 메시지가 이 두 영역을 효과적으로 자극해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강렬한 인상을 주고(해마 활성화),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일으켜(편도체 활성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이것이 바로 감성적 소통의 신경과학적 목표입니다.


신뢰의 화학: 옥시토신(Oxytocin)과 관계 형성의 메커니즘


우리가 타인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에는 '옥시토신'이라는 신경화학물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랑의 호르몬' 또는 '신뢰의 분자'로 불리는 옥시토신은 사회적 상호작용 시 뇌에서 분비되어 우리가 상대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받거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할 때 뇌의 옥시토신 수치가 증가합니다. 이 옥시토신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고 협력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악수와 같은 간단한 신체적 접촉만으로도 옥시토신 분비가 촉진되어 신뢰 형성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즈니스 미팅에서 악수가 단순한 의례를 넘어 관계 형성의 중요한 시작점이 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줍니다.


거울 뉴런과 신경 동조화: 스토리텔링이 뇌를 동기화시키는 원리


스토리텔링이 가진 강력한 설득의 힘은 '신경 동조화(neural coupling)'라는 놀라운 뇌 현상에서 비롯됩니다. fMRI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이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두 사람의 뇌는 동일한 영역에서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활성화됩니다. 즉, 듣는 사람의 뇌가 말하는 사람의 뇌를 '미러링(mirroring)'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의 기저에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 있습니다. 거울 뉴런은 우리가 특정 행동을 직접 할 때와 다른 사람이 그 행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때 모두 활성화되는 특수한 신경세포입니다. 이 덕분에 우리는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시뮬레이션하고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공감 능력의 핵심적인 기반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 때,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신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과 경험을 능동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며, 이야기꾼의 뇌와 실시간으로 동기화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이해를 넘어 깊은 공감과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내며, 이는 메시지에 대한 수용도를 극적으로 높입니다.


결론적으로, 감성적 소통, 특히 스토리텔링은 분석적 방어 체계를 우회하여 신뢰와 공감을 형성하는 일종의 '생물학적 해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과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은 상대방의 뇌를 분석 모드로 만들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상대방의 뇌가 나의 경험을 함께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공유된 경험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고 신경을 동조화시켜, 논리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깊은 수준의 신뢰와 연결을 단숨에 구축합니다. 이것이 바로 감성적 요소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체 불가능한 힘을 갖는 이유입니다.


감성 지능(EQ) 리더십: 공감으로 이끌다


21세기 리더십의 핵심 역량으로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Q)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을 넘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능력입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연구를 통해 고위 리더십 직책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람과 평범한 사람의 차이 중 거의 90%가 인지 능력이 아닌 감성 지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감성 지능이 높은 리더는 팀원들과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며, 변화의 과정에서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대니얼 골먼의 5가지 구성요소: 자기인식, 자기조절, 동기부여, 공감, 사회적 기술


대니얼 골먼은 감성 지능을 다음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 프레임워크로 제시했습니다. 이 요소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리더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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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공감 사례 연구: 사티아 나델라와 인드라 누이


현대 비즈니스 리더십에서 감성 지능, 특히 공감 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와 펩시코의 전 CEO 인드라 누이의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들은 공감을 단순한 감정적 동조를 넘어 조직 문화 혁신과 전략적 목표 달성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Satya Nadella, Microsoft): 나델라는 2014년 CEO로 취임하며 "타성에 젖은 거인"으로 불리던 마이크로소프트를 '공감'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중심으로 재창조했습니다. 그는 이전의 치열한 내부 경쟁 문화를 협력의 문화로 바꾸기 위해 리더들에게 "모델(Model), 코치(Coach), 케어(Care)" 프레임워크를 강조했습니다. 나델라에게 공감은 "고객의 충족되지 않고, 표현되지 않은 니즈(unmet, unarticulated needs)를 이해하는 능력"이며, 이것이 곧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통해 얻은 개인적 경험을 리더십 철학에 녹여내, 모든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회사의 미션을 진정성 있게 이끌었습니다. Seeing AI 프로젝트와 같이 장애인을 위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여러 팀이 협력하여 시너지를 내도록 직접 독려한 사례는 그의 공감 리더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인드라 누이 (Indra Nooyi, PepsiCo): 누이는 '목적이 이끄는 성과(Performance with Purpose)'라는 비전 아래, 단기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녀의 리더십은 개인적 연결과 진정성 있는 소통에 기반합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그녀는 자신의 직속 부하직원들의 부모님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썼습니다. 이는 자녀를 훌륭한 인재로 키워준 부모의 노고를 인정하고 감사하는 행위로, 직원들에게는 회사와 리더에 대한 깊은 유대감과 충성심을 심어주었습니다. 또한, 누이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공유함으로써 직원들과의 인간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일과 가정의 양립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을 때, 많은 여성 직원들은 깊은 공감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이러한 소통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신뢰와 결속력을 구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두 리더의 사례는 공감이 단순한 '부드러운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혁신을 촉진하며,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전략적 자산'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나델라가 고객의 니즈를 파고드는 도구로 공감을 활용했다면, 누이는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얻고 변화의 동력을 만드는 데 공감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최고의 리더들에게 공감은 느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동적인 기술인 것입니다.


심리적 안정감: 감성적 소통의 토대


감성적 소통이 조직 내에서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입니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조직의 구성원이 대인관계의 위험을 감수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믿음을 의미합니다. 즉,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질문하거나, 실수를 인정해도 비난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적인 신념입니다. 이것이 보장될 때, 비로소 구성원들은 마음을 열고 진솔하며 창의적인 소통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브레네 브라운의 '취약성'의 힘: 진정성 있는 연결 만들기


심리적 안정감의 핵심에는 '취약성(Vulnerability)'이 있습니다. 연구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취약성을 약점이 아니라, "불확실성, 리스크, 감정적 노출에 직면하는 용기"라고 재정의했습니다. 리더십의 맥락에서 이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는 대신, 자신의 실수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때, 즉 "방어막을 내릴 때(taking off the armor)", 팀원들은 비로소 리더를 인간적으로 신뢰하게 되며, 자신들도 안전하게 취약해질 수 있다는 신호를 받습니다. 리더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함께 답을 찾아봅시다"라고 말하거나, "제가 실수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고 인정할 때, 팀에는 비난의 두려움 대신 협력과 신뢰의 문화가 싹틉니다. 이처럼 리더의 솔선수범하는 취약성은 심리적 안정감을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출발점입니다.


솔직함과 배려의 균형: 래디컬 캔더(Radical Candor)의 적용


심리적 안정감이 보장된 환경에서 리더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요? 킴 스캇(Kim Scott)이 제안한 '래디컬 캔더(Radical Candor)'는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공합니다. 래디컬 캔더는 '개인적 관심(Care Personally)'과 '직접적 대립(Challenge Directly)'이라는 두 축의 교차점에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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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레임워크는 리더가 피해야 할 함정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파괴적 공감'은 단기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대의 성장을 가로막습니다. '불쾌한 공격'은 상처를 주고 신뢰를 파괴하며, '조종적 불성실'은 조직 문화를 좀먹습니다. 오직 '래디컬 캔더'만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진정한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이 '마냥 좋은 분위기'가 아니라,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한 분위기'임을 의미합니다.


비폭력 대화(NVC): 필요(Needs)에 기반한 공감적 소통법


갈등 상황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며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마셜 로젠버그(Marshall Rosenberg)의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가 있습니다. NVC의 핵심은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평가('재칼의 언어')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과 그 이면에 있는 근원적인 '필요(Needs)'에 집중하여 소통('기린의 언어')하는 것입니다.


NVC는 다음의 4단계로 구성됩니다:

관찰(Observation): 평가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합니다. (예: "당신은 항상 늦어" 대신 "지난주 회의에 10분 늦게 들어오셨습니다.")

느낌(Feeling): 그 관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예: "저는 실망스럽고 걱정되었습니다.")

필요(Need): 그 감정이 어떤 충족되지 않은 필요에서 비롯되었는지 밝힙니다. (예: "왜냐하면 저는 우리 팀의 시간 존중과 효율성에 대한 약속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탁(Request): 자신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부탁합니다. (예: "앞으로는 회의 시작 시간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러한 접근법은 갈등의 초점을 '누가 옳고 그른가'에서 '우리의 필요를 어떻게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가'로 전환시킵니다. 이는 상대방의 방어기제를 낮추고, 공감적 연결을 통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을 만듭니다.


결론적으로, 심리적 안정감, 리더의 취약성, 그리고 래디컬 캔더나 NVC와 같은 효과적인 소통 프레임워크는 개별적인 개념이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룹니다. 리더가 먼저 용기 내어 취약성을 보이고, 구조화된 소통법을 통해 솔직하고 배려 깊은 피드백을 실천할 때, 팀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뿌리내립니다. 이렇게 구축된 안정감은 다시 팀원들이 더 큰 용기를 내어 자신의 아이디어와 감정을 공유하게 만들고, 이는 곧 조직 전체의 혁신과 성과로 이어집니다. 감성적 소통은 이 선순환을 구동하는 핵심 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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