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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Jul 11. 2020

매일의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다.

코스모 내과 양성우 원장 (닥터 비나인)과의 랜선 티타임 

닥터 비나인, 양성우 원장님과의 랜선 티타임을 가졌다.  

의료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삶과 죽음, 인생의 의미는 어떨까 상당히 궁금한 것이 많았다.  안락사, 의료체계, 노인의 삶, 코로나와 언택트... 많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중에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몇가지를 따로 정리해 본다. 


의사로서 죽음에 익숙해져 있나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 한 개인으로서의 의사는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까?   당연한 듯 들렸던 답 뒤에 중요한 두가지가 있었다. 


    "확실히 매일같이 죽음을 목격하는 입장에서 죽음에 상당히 익숙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곧잘 익숙해지지 않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  또하나는 남겨진 이들과의 관계다."   


 질병으로 인한 고통이라는 부분은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양성우 원장님의 글에는 '인간의 목숨이 의외로 질기다'는 표현이 나온다.  인간이 쉽게 아프고 고장이 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쉽사리(?) 죽음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85세가 넘으면 평균적으로 2,3년 정도를 여러가지 형태로 많이 아파하다가 죽는다고 한다. 그 중에는 치매가 걸리는 경우도 있고.  담배를 피우면서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호흡기 문제로 꽤 오랜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가 간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폐암으로 떠난 고 이주일, 그리고 정말 화려한 인생을 살다가 말년에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자니윤이 떠올랐다. (이젠 나도 옛날 사람 맞다. ㅋㅋ)  그리고 행복 전도사로 유명했던 최윤희 씨가 생각났다. 남편도 본인도 극심한 통증으로 일상을 살 수 없을 지경이었고 결국 자살을 했다.  사실 나는 기존에도 그 사연을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하나는 남겨진 이들과의 관계다.  특히 가장인 입장에서 나도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떠나면 남아 있는 이들에게는 커다란 슬픔인데, 가장의 죽음은 훨씬 더 큰 일이 된다.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문제가 남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닐 때 나를 잘 챙겨주었던 선배가 있었다. 워낙 센스도 뛰어나고 일도 잘해서 남들이 가기 어렵다는 미국 주재원으로 발탁이 되었다.  임기를 모두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고 1년 정도가 되던 무렵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선배의 가족, 그리고 아직 한참 어린 아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런 부분은 나의 평소 생각과도 일치했다. 건강을 챙기는 것은 '오래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래 살고 싶어도 교통사고등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죽을 수도 있다.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가족들과 웃을 수 있고, 활력 넘치게 살다가 가고 싶은 것이다. 


안락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외로 큰 화두가 되어 적지 않은 시간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약 안락사가 허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관점을 넓히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의료진 입장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이해가 되었다.  의료진인 내가 살릴 수 있는 환자인데, 정작 본인은 안락사를 원한다. 그럼 의료진인 나는 환자가 죽는 과정을 도와주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이 의료진 개인의 가치, 신념에 위배되는 행위라면 어떻게 될까?  몰랐는데 한국에서는 의료진은 환자의 진료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낙태를 요구했을 때에도 의사는 그것을 함부로(?)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락사를 찬성하는 쪽이다. 여담이지만 이혼식에도 관심이 있다. 둘은 심각한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개인이 주도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혼식의 경우 '그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다. 앞으로는 또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살도록 놓아주자'는 행위인 것이다. (집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 뭐라할까 ㅎㅎ)  매일같이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그냥 부부란게 그런거지... 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부부관계는 좋지 않고 뒤에서는 다른 남자, 다른 여자를 몰래 만나고, 들키면 또 싸우고, 이런 것 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이혼하고서도 가끔 만나고 친구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일까?  안락사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보았다.  내가 태어난 것은 선택하지 못했지만, 떠날 때에는 미리 시점을 정해놓고 그에 맞추어 하고 싶은 것을 정해보고, 허투루 살지 않는 것,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제대로 된 작별을 미리 하는 것, 이런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 아닐까? 


 의료진 입장으로서의 양성우 원장님은 현재의 '연명 치료 중단' 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락사가 악용되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소중한 사람들과 거의 숨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인사를 나누고 떠나는 것은 여전히 못마땅하다.  조금이라도 내가 제대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상태에서 사람들과 충분히 이별의 대화 시간을 갖고 떠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너무 욕심인 걸까? 


노인의 삶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양성우 원장님은 노인을 동정의 눈으로 보는 것도 일종의 폭력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노인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고, 비호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안락사가 허용된다면 노인에 대한 비호감 등이 연결되어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나에게 있어 설득이 된 부분은 이것이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인을 바라보라.'  

그렇다. 나도 언젠가는 늙어서 노인이 될 것이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약속이나 한듯이 채팅창과 양 원장님의 입에서 나온 키워드 중 하나가 있었다.  외로움이었다.  지금보다 더 비대면의 시대가 된다면, 이런 상태로 거동이 쉽지 않는 노인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외로움이 가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아주 막연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내가 가진 관심사에 좀 더 솔직한다면, 그래서 그런 부분에 같은 관심을 가진 이들과 꾸준히 교류한다면, 비대면으로  만나더라도 그런 외로움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과 교류하면서 산다면 괜찮지 않을까?  결국 내가 어떤 삶의 관점을 갖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노인의 삶을 지켜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사실 몇년전에 가까운 가족 구성원이 병원을 다니게 되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매우 희망적이거나 들으면 힘이 나는 종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익숙해 지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양성우 원장님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부분을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치료 효율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보 접근이 이전보다 쉬워지면서 환자들은 처방과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되고, 소위 말하는 '의료 쇼핑'을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도 상급병원을 고집하는 등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 상황이 되었고, 원격 진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 회복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올만한 부분이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동네 돌팔이 (당사자에게는 매우 기분 나쁜 표현이겠지만) 가 장사할려고, 돈 더 벌겠다고 불필요한 진료를 한다, 믿을 수가 없다는 식의 말을 쉽게 한다.  애초에 대학병원 갔으면 살았을 것이라는 말도 한다. 그리고 실제 그랬을 것만 같은 사건들도 이래저래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사회생활 하면서 의사, 법조인 친구는 꼭 두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현실이 그러하니 딱히 반박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양 원장님은 현재도 양심을 갖고 진실성 있게 노력하는 의료진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추가 로 정부의 정책 관련된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그건 간단하게만 말하고 넘어갔지만,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죽음이 있기에 인생의 활력과 열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양 원장님의 책을 밤늦게 읽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에 다 읽었다.  책을 덮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죽음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한다.  그 다양한 모습 중에는 의료인, 환자, 보호자가 있다.  이야기의 중간에는, 치료 또는 죽음의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하지만 조명을 받지 못하는 존재가 있다고 했다. 바로 보호자다.  보호자는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한번이라도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 일들을 황망한 마음으로 해야하는지 알 것이다.  


  보호자를 포함한 각각의 주체들은 치료 또는 죽음의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겪는다.  그 다양한 주체의 생각과 감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내가 쉬지 않고 읽게 되었던 이유중의 하나인 것 같다.  그렇다고 죽음을 생각해서 우울하게 삶을 살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반대가 가능하다.  죽음이 있고 유한함이 있기에 지금의 삶을 더 아끼고 후회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나 역시 죽음에 대해서는 좀 더 가볍게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고통은 또 다른 이야기이며, 나를 걱정해 주는, 또는 내가 걱정하게 될 소중한 이들과의 관계 또한 다른 이야기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인간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찌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오늘 하루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양성우 원장 (닥터 비나인) 


저자이며 유튜브 이기도 하다. 의사의 생각과 관점을 세상과 나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건강하게 살아도 병원과 관계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워하거나 거리를 두려 애쓸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닥터 비나인의 책 http://www.yes24.com/Product/Goods/90344952?scode=032&OzSrank=1

닥터 비나인의 브런치   https://brunch.co.kr/@wubenign

닥터 비나인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p-tkBXuG6NzaPUBFTNf5A

닥터 비나인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p-tkBXuG6NzaPUBFTNf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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