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창훈 Mar 24. 2022

정말 사악한 부유층과 부패한 정부 때문인가?

어떤 것을 보고 듣고 배워 왔는가가 인생을 결정한다?

자신의 불행한 환경이 사악한 부유층 사람들과 부패한 정부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의 가족들은 아이에게 끊임없이 계급 투쟁 사상을 교육시키고 그들이 무엇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주입한다. 이러한 생각은 아이가 학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에도 큰 장애가 되고 대학 공부도 그만두고 무턱대고 아버지의 뒤를 좇아 공장이나 탄광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저는 어릴적 아버지가 '남의 돈 벌어먹기 쉽지 않어'라고 푸념하는 소리를 자주 듣고 자랐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는 '저 도둑놈들 때문에 나라가 이렇다', '요즘 경기가 나쁘다는데 너는 괜찮냐?', '세상살이가 원래 쉽지 않은거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 20대 후반에는 아버지에게 들어온 말이 무의식중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깜짝 놀라기도 했고, 한편으로 그런 내적 문제를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30대가 되어서는 아버지를 만나기 싫었습니다. 대화 자체가 싫었습니다. 대화를 한시간 하고 나면 이 세상이 너무 부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대기업을 다니면서 '아~ 내가 알았던 세상은 너무 좁았구나'하며 가능성을 보다가 아버지와 대화하면 다시 기존의 프레임으로 돌아와버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40대가 되어서야 아버지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아버지, 근심스러운 얼굴로 잘되냐?라고 물어보시기 보다는 '너는 잘될거다'라고 말해주시는게 저는 훨씬 힘이 됩니다.' 아버지는 한동안 나름의 노력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70년을 가져온 신념에서 나오는 다른 말들은 기존의 프레임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것에 화내고 바꾸려는 대신 아버지가 살아온 힘든 인생을 생각하며 이해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평생 성실하게 일해서 딱 먹고 살 만큼 벌어서 살고 있는 부모님은 70이 다되어서도 노는 것에 죄책감을 갖고 뭐라도 일을해야 안심하는 분들입니다. 부모님은 무의식중에 그에 걸맞는 사고방식을 물려주셨고, 나 역시 무의식중에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럼 어느새 부모가 되어 있는 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무엇을 물려주고 있는걸까? 두려웠습니다. 나 역시도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막연한 분노를 갖고 있었고, 노력하지 않고 부동산과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질투하고 미워하며 오랜 세월을 살았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을 지키고 자유를 얻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시행착오를 한다는 사실에는 일부러 귀를 닫았습니다. 다행히 좋은 회사를 다녔고, 회사를 나와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여전히 일을 해야만 돈이 들어오는 구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 믿으면서요.) 부동산이 오를수록 '이건 불공정해, 집값은 미쳤어,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고, 잘못된거야, 바로잡아야 해, 정부는 뭐하는거야' 하며 사람들의 탐욕과 미친 시장만을 욕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시장이 미쳤다기 보다는 내가 시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 더 현실에 가까웠습니다.

오늘날 가난을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그처럼 어두운 성장환경을 가진 사람이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가 책을 통해 영향을 받거나 TV에서 보는 사람들, 정신적 스승의 영향, 삶의 체험 등을 통해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어 온 것에 도전하고, 그것이 순전히 상상에서 비롯된 것임을 발견하고는 또 다른 진실로 그것을 대체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계속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공부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도덕적, 정치적 당위성에 맞춰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선택을 통해 부자가 되어야 누군가를 돕거나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일도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 부모님의 신념을 바꿔드릴만큼 큰 부자가 되지 못한 것도 사실은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늦게서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여전히 화가 나있기는 합니다. 온 국민이 자기 할일을 잘할 때 개인도 국가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자기 할일을 잘하는 직원은 바보취급 당하고, 자영업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중 다수가 빚의 한계에 몰려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인 소수는 주식, 코인, 부동산 등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똑같이 투자했지만 잘못된 투자로 돈을 날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여기서 쉽게 놓치는 부분은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이 운이 좋았다기 보다는 운이 좋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많은 현장 공부를 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같은 자영업자라도 '하던대로'만 하는 사람이 있고 시대의 변화를 읽고 빠르게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역시 코로나 상황이 되면서 나름 빠르게 일의 방식을 전환해서 잘 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 상황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투자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의 '실패와 가난'을 누구의 탓으로 할 것인가?

미국식 자기계발이 가장 비판을 받는 지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사회가 잘못된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죠. 금융소득이 노동소득을 앞지른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피케티의 책 '21세기 자본' 널리 읽히면서 알려졌죠.) 다수의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에게는 불리한 환경입니다. 사회적인 문제,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사회가 좋아지기만을 바랄수도 없고, 실패가 확인된 공산주의 혁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필요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무의식에서는 계속 부딪쳤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일에도 동참하면 됩니다. 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가 되기 위한 공부를 게을리해왔다는 가장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껏 어떤 사고방식과 능력을 물려받았나요? 자녀가 있으시다면 어떻게 대물림을 해주실 것인가요? 혹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붙잡고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나에게 불행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사악한 부유층과 부패한 정부 때문인 것일까요?


이 글의 인용문은 도서 <맥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에 있습니다.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https://www.peterhan.kr/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지도

작가의 이전글 문제 가족 안에는 희생양이 있다. 조직도 그렇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