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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창훈 Mar 23. 2022

문제 가족 안에는 희생양이 있다. 조직도 그렇다.

나의 가족, 회사 조직에는 희생양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까? 

<가족의 두얼굴>이라는 책은 개인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왔습니다. 개인의 깊은 상처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가족'이라는 커다란 환경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족 안에서의 메커니즘이 회사조직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많은 것중에 이번 글에서는 '희생양'을 보겠습니다. 


문제 가족 안에는 희생양이 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직관적으로 '아하!'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가족 안에서 '에이, 그냥 내가 참아야지, 내가 희생하고 말지'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저는 '종가집 맏며느리' 개념을 싫어합니다. (남자인데 왜 이런것에 민감한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문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종가집 맏며느리를 최고의 여성상인 것처럼 포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역할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캠페인처럼 했던 그 메시지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저런 (훌륭한) 사람도 있다. 너는 뭐하는거냐'는 식의 메시지가 되니까요. 



한 사회안에 불안, 불만과 갈등이 일어났을 때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고 일시적으로 가장 높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응책은 누군가 또는 일부 소수자들에게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이다.
책임으로 지목된 사람에게 증오와 분노, 그리고 적대감을 터뜨리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무마하고 일시적으로 질서를 찾는 방식이다. 유럽의 유대인 박해, 마녀 사냥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이런 마녀사냥과 같은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그 원인이 되는 환경이나 시스템보다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이나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요즘에는 곧바로 신상털기까지 들어갑니다. <어쩌다 한국인>에서 허태균 교수는 한국의 '관계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동양인은 한 사건에 관련된 맥락을 중시하는데, 그 중에 한국인은 맥락속에 '사람' 요소를 중요시한다는 것이죠. 한사람의 잘못이 불씨가 되어 문제를 일으켰다는 식의 생각이겠지요. 특히 조직의 리더라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희생양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또는 그 일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시스템, 구조, 환경을 찾아 개선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문제아는 나쁜 짓을 함으로써 가족이 느끼는 고통과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게 만들어 가족의 결속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족은 희생양의 역할을 통해 일시적 평화와 안정을 갖지만 가족 희생양이 된 자녀는 죄책감, 열등감, 불안감을 피할 길이 없다.


희생양은 조직을 결속시킬 수 있습니다. 공공의 적이 탄생하는 순간 조직은 하나로 뭉치게 되지요. 카리스마가 과한 상사가 부임하면 갑자기 팀원들이 결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팀원들이 갑자기 '동병상련'의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는 리더가 태도와 방식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태도로 팀원에게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해도 팀원이 성장하고 팀이 성과를 낸다고 생각한다면 지속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희생양이 조직 구성원일 때는 문제입니다. 조직에서 누군가를 험담하고 왕따시키면서 결속하는 것은 전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면 조직은 계속 분열됩니다. 분열로 인한 비효율은 팀 구성원 전체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리더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그런 현상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하며 해결해가야 합니다. Divide & Rule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식민지를 경영하거나 적을 상대할 때 그들을 분열시켜 지배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을 본인의 조직에 적용하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족 희생양의 역할을 하는 이들은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이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한다. 그러나 사실 가족 희생양이 가족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조직내에서 뭐든지 희생하고 나서는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어떤 동기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혹시 '내가 아니면 안된다',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간다'는 생각이 동기라면 본인은 물론 팀워크를 해칠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의도치 않게 빼앗는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본인이 번아웃 될 수도 있습니다. 번아웃되어 못하게 된 일을 다른 구성원이 갑자기 맡게되면 더 큰 혼란이 올수도 있구요. 


가족이나 조직에 희생양이 있다는 자체가 '빨간불 신호'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희생양 역할을 맡고 있는 본인이 알면 제일 좋겠지만, 가족과 조직의 리더가 그 메커니즘을 빨리 파악해서 바꿔나가는 작업을 해야합니다. 희생양 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조직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한창훈 (Peter Han)   피터의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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