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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eong Apr 23. 2017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무기여 잘 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풀꽃 - 나태주


몇 해 전 교보문고 글판에 나와 온라인에서 많이 돌아다닌 예쁜 글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이 글을 읽었을 때 무슨 생각이 떠오를까요? 이 글을 다시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너는 못 생겼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모임에 갔을 때 제 나이를 듣고 깜짝 놀란 어떤 분이 "자세히 보니 젊어 보인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를 자세히 오랫동안 보면 여러 가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글을 읽었을 때 떠오르는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바다 마을 다이어리,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등의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일본 감독이 있습니다. 최근작은「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예고편에 나오는 줄거리만 간략하게 말하면, 6년 동안 키워온 외동아들이 알고 보니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첫 번째 아들이자 외동아들입니다. 보통의 경우, 이 아이와의 사진, 추억 등이 특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화 내용과 상관없이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해서 이 아이를 쉽게 보낼 수 있을까요? 오랫동안 함께 보낸 시간이 애정과 사랑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 자식 간의 특수한 사랑도 있겠지만, 오래 보아서 더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약 1년 전부터 저는 어떤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학생들을 선택할 수는 없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알아서 예습, 복습 척척 잘해오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가끔 수업 진행에 지장이 생길 만큼 따라오지 못하거나, 분명 공부하러 왔으면서 안 하려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다지 담탁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2~3달이 지나면서 정기적으로 꾸준히 만나다 보니 성격이나 개성을 알게 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서로를 이해를 하게 되니, 이제는 쳐다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소중한 학생이 된 분들이 꽤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해도 오래 보다 보니 좋아지는 관계가 여러분 주변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을 때, 중반부까지 프레드릭 헨리와 캐서린 바클리의 사랑에 뭔가 미묘하게 바퀴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헤밍웨이가 말한 대로 이 책은 자신이 쓴 로미오와 줄리엣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그 소설에 빗대 이야기해보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에게 느끼는 간절함과 절실함이 프레드릭과 캐서린 사이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 서로가, 서로를 형식적으로 사랑하는 척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과도하고 너무 잦은 애정 표시 등이 오히려 '정말 사랑하는 사람 맞아?'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캐서린이 임신을 하고 둘이 스위스 지역 등을 여행하면서부터는 서로를 정말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사건 후에 프레드릭이 캐서린을 사랑한다는 것에는 의심이 없었습니다. 둘의 첫 시작이야 어떻든 둘 다 오래 보면서 서로에게 애정과 사랑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우리는 빨리빨리 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빨리 성공해야 하고, 빨리 취업해야 하고, 빨리 결혼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도 빨리 하고 싶고, 좋은 사람들, 친구들도 빨리 사귀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만큼은 빨리 해서 좋은 경우는 별로 없었던 듯합니다. 불꽃처럼 다가왔던 사람들은 불꽃처럼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어쩌면 이 내용은 너는 못생겼다, 일수도 있지만 또 달리 받아 들여질 수 있을 듯합니다.


자세히 보아도 예쁘다

오래 보아도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금방 좋아졌다가 금방 질리는 사람보다, 자세히 봐도 예쁘고 오랫동안 보아도 아름다운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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