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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Jeong Jun 26. 2017

“그거야, 나하곤 상관없을 때나 그렇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1, 2 - 에밀 졸라

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6,000만 원 올려달라고 했습니다.

이사를 결심했고, 살 집 찾아 돌아다니며 부동산 업자분들께 이런저런 말들을 들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이거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지방에서 지난 3월에 올라왔답니다. 갭 투자(전세가 있는 집을 전셋값 제외하고 남은 차액만 지불하는 방식)로 아파트 30채를 샀다는 겁니다. 그 후에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그 전후로 집값이 갑자기 쑥쑥 오르기 시작했고, 그 사람이 산 집들이 작게는 5천만 원, 많게는 1억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영업용 말투가 진득한 부동산 업자 아저씨는 "그 사람은 몇 달 사이로 최소 15억을 넘게 번 거야. 그걸 미리 알았으면 우리가 샀지... 참 나, 그렇게 돈을 벌더라고..." 하시면서 아쉬움 섞인 말투로 그 사람이 왜 이 지역을 골랐는지 상세히 설명해주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두 가지 점에서 감탄을 했습니다.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서, 그 사람의 실행력이 놀라웠고, 두 번째로는 돈이 돈을 번다는 소리가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 생각해보니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그렇게 부동산 투기를 하는 사람들이 집값을 올려놓으면, 나처럼 실제로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이 차액만큼 돈을 갖다 바치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를 외치고, 그 때문에 집값이 뛰어서 서민들 등이 터지는구나. 나하고 상관없을 때는 몰랐는데 집값 문제가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왜 고전을 읽어야 할까요?

뜬금없는 질문입니다만,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듯해요.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오래 살아남은 유명한 책들을 읽는 것이 어떤 도움이 있을까요? 사실 읽으면서도 가끔씩은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한 의미가 모호할 때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상황들에 맞닥드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모든 일을 준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자기계발서가 아닌 고전, 혹은 소설들을 읽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끔씩 느끼는 변화가 있습니다. 그건 '이 상황은 마치 앵무새 죽이기에 나온 애티커스가 처한 상황 같다.' '저 사람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겁쟁이 겁쟁이 사자처럼,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구나.' 어떤 상황을 인지할 때 고전에서 만난 강렬한 인물과 상황이 연상되면서, 내가 처한 상황이나 어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때, 그 상황을 정의할 고민할 필요가 줄어들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불투명하면 그걸 생각하는 데만도 꽤 답답한데, 좀 더 경쾌하고 시원하게 비유를 통해 상황이 정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좋은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큰 고민이 하나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게 아마 저에게는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au bonheur des dames)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읽으면서, 이 책의 큰 줄기 중 하나인 백화점 사장님(무레)과 점원(드니즈)의 러브 스토리는 저한테는 큰 흥밋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백화점이라는 거대 자본과 그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몰락해가는 과정.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변화를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백화점의 욕심이라는 점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욕망으로 생긴 피할 수 없는 상황인 듯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무레가 말하길, 자기들이 아니라도 다른 백화점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요즘 로봇으로 인한 공장 무인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판매 방식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백화점 옆 흉한 혹 같은 허름한 가게를 양보하면 엄청난 보상금을 준다고 했지만, 끝까지 거부한 부라 영감. 백화점과 관련된 인물들 때문와 부인과 딸, 가게를 잃어버리는 보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과 가격 승부를 내며 대항을 시도했던 (하지만 당연히 실패한) 로비노, 그리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상황을 보면서,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 듯합니다. 어떤 사람이 무슨 일을 한다면 어떤 사정이 있을 것 같다, 와 같은 생각들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눈에 보이는 내용만 가지고 즉각적으로 판단을 내렸던 것 같습니다. 집주인이 전세를 올린 것도, (아마) 집값이 껑충 뛰니까 가만히 있기엔 참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거고요. 그렇게 생각하니 부담은 같지만 (사실이든 아니든) 좀 더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정도는「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 나오는 소상공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유행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가 유행이었다가 다시 슬로 푸드를 찾는 것처럼 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말해줄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 일어나거나 스스로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지금은 이렇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될 거야'라고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부분은 중요한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일들이 막상 닥치는 경우, 대게 중요한 일인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우리가 모든 일을 경험할 수 없고, 준비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고전을 통해 많은 인물들이 함께한다면 본인이 처한 상황들에 대해 완벽하진 않지만 좀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고전 속 인물들을 잘 분석하여 사람과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나하고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미리 접함으로써, 좀 더 경험과 공감의 나이테를 살찌울 수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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