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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렐라 Jun 27. 2021

소시지 냄새

아는 것이 아는 것일까

June 24, 2021


요리하는 것이 너무나 귀찮았던 어느 날, 저녁으로 소시지를 구워먹기로 했다. 오븐을 예열하고, 알맞는 온도에서 한참을 구웠더니 맛있는 냄새가  집안에 퍼졌다. 입에 침이 고이는 향기에 행복함을 느끼며 접시에 가득 담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맥주 한캔 따서는 ‘-‘ 등의 소리를 내어가며 탱탱한 소시지를 우적우적 먹었다.


신나게  먹고 나서야 집의 창문을 열어놓지 않았다는  깨달았다. 안방과 작은방, 거실까지 냄새가 배었다. 캐나다에서 한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대단한 음식 먹었다고  집에서 냄새가 이렇게  줄은 몰랐다.


음식냄새가 원래 이렇게 강렬했던건지,  코가 예민해진건지  수가 없다. 진작 신경 쓰지 않은 걸 후회하며 ‘하아 창문  열어놓고 먹을걸,’ 하는 말을 무심코 내뱉었다. 서둘러 안방의 창문을 열고, 작은방의 창문을 열다 문득 매일같이 생선을 굽던 남양주의 우리집이 떠올랐다.


아빠는 해산물을 좋아했고,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생선을 구웠다. 소시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생선은 냄새가 났을테지. 갈치, 고등어, 삼치, 조기  종류를 가리지 않고 온갖 생선이 매일 식탁에 올랐다. 문득, 이렇게 냄새에 민감하게 구는 지금의 내가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나 싶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밥을 먹기 전에 생선을 구울 때야 당연히 고소한 냄새가 났는데, 정작 그 후에는 생선냄새로 괴로웠던 기억이 없다.


지금과 달리  시절의 나는 냄새에 매우 둔했던 것인지, 냄새가 배지 않게 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엄마의 노력이었는지. 어린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너무나 아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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