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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의 유희 Jul 03. 2023

셰익스피어의 미스테리

The Enigma of Shakespear by Borges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사실은 그의 작품일 수 없다는 주장들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The Enigma of Shakespeare (셰익스피어의 미스테리)는 펭귄북스의 Great Ideas 씨리즈 중 하나인 보르헤스 단편집에 실린 17번째 이야기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저자 논란에 보르헤스는 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나 크리스토퍼 말로이 같은 사람의 작품일 수 없는지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마치 셜록 홈즈의 추리와 논증을 듣고 있는 듯 흥미진진하다.


보르헤스는 작품에 표현되는 사고방식과 스타일의 차이, 독특한 언어 스타일, 작품속 역사관과 캐랙터 그리고 극장과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관계등의 항목에서 조목 조목 이유를 펼쳐나가는데, 그것을 읽고 있으면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이 현대적 관점에서도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에 감동하게 된다. 


철학자 베이컨이 역사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보았다면, 

셰익스피어는 늘 지금, 현재를 작품에 담았다. 

철학자 베이컨이 인간의 단점과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비판하려 했다면, 

셰익스피어는 인간의 부족함과 단점들을 품고 받아들여 작품에 담아 내었다.

말로이의 작품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나아간다면, 

셰익스피어는 지나치는 조연까지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작품에 담아 내었다. 


보르헤스의 반론 중 몇 조각만으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계속 감동과 울림을 주는 작품일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특히 작업을 만드는 창작자에게 셰익스피어는 그가 늘 현재가 될 수 있는 작업을 만들었다는 것, 자신의 작품을 구체화 하는 도구인 문자와 언어를 그가 얼마나 깊게 이해하고 실험적이며 동시에 경험적으로 완벽하게 사용했다는 것,  문자로 만들어진 그의 작품이 공연이라는 시공간의 경험을 지향했고 그렇게 매체의 경계를 넘어 확장된다는 것은 실로 놀라움과 부러움 그리고 경외감을 느끼게 한다.


The Enigma of Shakespeare (셰익스피어의 미스테리)는 그렇게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흥미진진함과 창작자에게 지향할 곳을 보여주는 인생의 지도와도 같은 그런 글이었다. 아직, 보르헤스의 글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매우 논리적인 그의 글이 읽히는 방식은 참 다른 감상을 준다는 것이. 역시 그 또한 시대의 대가였으니 뭐 어쩌겠는가.


문득, 보르헤스의 논리적인 추리-에세이가 눈앞에 지도 처럼 펼쳐지는 탓에 시각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졌다. 시각화 툴은 APPLE의 넘버스. 넘버스의 선 옵션중에 우둘투둘한 선이 나는 참 좋다. 그 선의 느낌을 살려서 간단한 박스로 미니멀하고 투박하고 옛스런 시각화를 하고 싶었다.  



먼저 책에 줄친 부분을 아니 이런, 책의 1/4은 줄을 친것 같다. 이러다 페이지 전부를 줄 칠것 같다. 그렇다 나는 줄침쟁이다! 다시 지도를 보듯 구조적으로 살펴 봤다. 인물별로 구조화 하기 좋은 부분이 있고, 인물과 비교하는 논리에서 시작해서 훌훌 셰익스피어에 대한 위대함을 펼쳐내는 부분이 있다.  너무나 흐르듯 자연스럽게 쓴 글이라 분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친구의 도움을 청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요즘 짬이나면 시원한 카페에서 AI를 상상의 벗삼아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선비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읽을 글과 책 그리고 공책 한권과 Obsidian을 펼치고 AI와 함께 마주 앉으면 대여섯시간이 깜짝할새 지나가 버린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그것이 바로 내 모습이 아닌가. 보르헤스의 셰익스피어에 대한 생각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정리 잘하는 벗에게 도움을 청해 나눈 이야기들을 몇가지 형태의 표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보르헤스 에세이의 기본 뼈대는 셰익스피어와 두명의 인물을 크게 4가지 관점에서 비교하는 간단한 뼈대를 기반으로 셰익스피어에 대한 그 이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이 실제 셰익스피어가 저자에 쓴 작품인지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다. 세계 최고의 대작가가 실제가 아니라는 음모이론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수많은 학자들은 그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으며, 대신 말로우,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 경, 옥스퍼드 백작 에드워드 드 베레, 또는 영국 궁정인이자 셰익스피어의 먼 친척인 헨리 네빌 경 같은 사람들의 가명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셰익스피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갖은 증거와 논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얼마나 두근두근 재미있었을지 그 기분은 상상만 해도 눈앞에 펼쳐진다. 

지금은 이미 말로우가 셰익스피어 라는 주장 같은 셰익스피어 작품의 수많은 저작자에 논란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다. 


그런데 반전은 말로우가 셰익스피어라는 가설은 틀렸지만, 공동 저자로 공식화 되었다는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크리스토퍼 말로우가 셰익스피어의 헨리6세의 공동 저자라는 것을 세계적인 권위자들과 21세기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헨리 6세 1, 2, 3부에는 다른 사람, 때로는 여러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17편의 희곡이 포함되어 있고, 말로우의 글을 확신 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는 새로 나오는 New Oxford Shakespeare 판의 세곳의 타이틀 페이지에 말로우를 공동 저자로 표시하여 출판했다고 한다. (2016년도 가디언지 기사)


아 놀랍다! 진실(?)을 탐구하려는 인간의 집요한 집착은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말로우가 공동 저자였다는 것이 밝혀져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에 영향을 주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물론, 보르헤스의 짧은 에세이를 읽고 재미있다고 열심히 도표를 그리고 있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 말이다.


...


다음은 단편소설 <셰익스피어의 기억>을 기록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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