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운 Feb 25. 2017

종교의 의미

- A.J.크로닌의 <천국의 열쇠> 중

#나는 그들처럼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들과 같이 신부의 모범적 행동을 기계처럼 흉내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나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보는 신부의 처사가 당연한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지나친 기우일까? 아니면 나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지나친 자만심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하나이며 진정한 사도적인 교회'에 대하여 신부가 강연한 후에 내가 그에게 한 말을 그는 아직 잊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이렇게 당돌하게 반문했다.

"신부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진실로 어떤 양심을 가진 신도이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종파는 그리 문제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들은 학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주시하였고, 신부는 나를 설득시키려 들지는 않고 나의 기를 가차없이 꺾으려는 듯 차갑게 내뱉었다.

"치셤, 너는 굉장한 이단자가 될 것 같구나."

적어도 우리 두 사람은 한 가지에만은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었다. 그건 내가 결코 하나님의 소명을 받지 않으리라는 사실이었다.

아직 20세도 채 안 된 애송이 주제에 나는 이렇게 건방지고 비판적인 글을 쓰고 있다. 이것이 젊은이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허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가 어떤 문제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왜 나는 자꾸 따지려고만 들까? 그대로 순응하지 못하고.

-<천국의 열쇠> 중


#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으로 살고있다는 걸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행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에게 자랑하려 암기하고 외우는 책으로,

종교를 악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매거진의 이전글 그건 인생이 아니다. 그건 사는게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