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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Sep 22. 2015

#2 워홀 시작, 호주 뉴캐슬에 정착. (140416)

호주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330일간의 세계일주

#2 워홀 시작, 호주 뉴캐슬에 정착. (140416) 


# 마당에 잔디가 있는 그리고 트램펄린 하나쯤은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는데, 지금 그런 집에 살고 있다. 게다가 집값은 무지 싸다! 주에 75불이라니?! 제일 싼 방이 2인 1실로 100불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뭐 독방에 집도 겁나 넓고.. 최고다 최고 하루에 모든 종류의 비를 다 볼 수 있다. 가랑비 싸락 비 장대비 소나기.. 영국이 따로 없다 ㅡㅡ 웃긴 건 그 사이사이에 해가 쨍쨍 비친다는 거. 해비치는 때는 날씨가 '너무 ' 좋다. 스페인 만은 못하지만,, 그런 때는 덩달아 기분도 좋아진다. :) 밤에 나가 머리를 들면 바로 오리온 자리가 보인다. 시골이 라그런지 별이 엄청 많다. 여기도 이만큼이나 별이 잘/많이 보이는데 사막에 가면 얼마나 쏟아질 만큼 보일까나? 사막 가는 게 기대가 된다. 



# 청소일을 시작했다. 하루 네시간만 일해도 월 120만 원. 시급이 거의 만칠천 원 정도 되니까 과외하는 것보다 낫다. 아침 10시 즈음 출근해서 2~3시 사이에 퇴근하는데 일단은 생활비 정도는 벌리지만, 돈은 안되니 저녁 잡을 하나 더 구해야지.  몸 쓰는 일이긴 하지만 재밌다. 단순노동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고 또 나름 재밌다면  재밌으니까. 4시간 일하고 90불 정도 벌었으니까 한국에서 하루 종일  막노동하는 것 만큼 벌었네. 같이 일하는 형님들은 다 좋으신 분들인 것 같다. 말씀을 들어보니 내 나이또래 사람중에 7개월 동안 20000불을 벌어 간 사람이 있단다. 대단하다. 나도 그 정도는 모아야 여행이라도 갈 수 있지 않을까나?ㅋㅋ 올해까지 여기서 돈 벌면, 3천은 모을 거 같은데 그걸로 내년에 진짜 세계일주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여긴 차가 없으면 다닐 수가 없다. 사람 다리로 걷는 데는 한계가 있다 ㅋㅋ 일 년에  한두어 번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오곤 했었는데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었지.. 집에서 일하는 곳까지는 거의 한국 집에서 명동까지 정도 되는데 매번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왜 차값이 싼지 알 거 같다. 기름값도 한국보단 싼 거 같고 ㅋㅋ 일본도 그렇고 호주도 그렇고, 너무 비싸 심해 너무해 한국이 대중교통수단은 값도 싸고 시설도 최고. 버스 지하철 교통비 연계한다 그랬을 때 그냥 그런가 부다 했었는데, 서울만큼 좋은 곳이 없다. 특히나 서민들한테는. 적자안나 는지 적자 나면 어디서 메꾸는지 완전 궁금 



# 전수/의방생활이 여기서 지내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재밌다. 밥 뭐 먹을지 장 봐와서 같이 반찬에 밥에 이것저것 직접 해먹고 야식으로는 옥수수를 사다가 쪄먹는데 아무런 조미료를 안 넣어도 엄청  맛있다. 소금도 설탕도 필요 없다. 무슨 이런 옥수수가 다 있어. 다음번엔 감자도 사다가 쪄먹어야지. 이번 주말엔 오징어 채랑 야채볶음, 소고기 장조림을 해볼까 한다. 밑반찬이 없으니까 밥 먹는 게 매일 옷 입는 거만큼 어렵다 ㅡㅡ  소고기가 엄청 싸다. 1Kg에 만이천 원 정도? 한국에서 빕스나 아웃백 가서 먹는 스테이크 네 덩이가 만이천 원이라니? 대신 돼지고기는 개 비싸다. 소고기랑 비슷.. 그러니까 다들 소고기 먹지, 닭은 한국이랑 비슷한데 크기는 비교불가다. 세 명이서 한 마리 배부르게 먹을 정도? 처음에 닭날개 봉 보고 다린 줄?! 야채는 크고 싸다. 호박 감자 옥수수 양파.. 종류도 엄청 많은데 조미료 같은 거 안 넣어도 맛나다. 


# 청소일 시작한다고 했더니 동생이 '청소가 힘든 게 얘기할 사람도 없고 그냥 일만 하는 거라서 돈은 많이 받을지 모르겠지만, 금방 지루해진다. 청소만 하다 가는 건 아닌가 생각 든다'고 했다. 의방 생활하면서 많이 느꼈는데,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 꼭 해야 하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들, 밥 먹고 씻고 청소하고 일하고 그러느라고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시간들을 제외한, 그 사이사이의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일하고 와서 피곤하다고 쉬고 놀아버리는 게 아니라 글을 쓰든 사진을 찍으러 나가든 아니면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그걸 찾아서 거기에 의미 부여하고 지내야 쉽게 지치지 않을 것 같다. 


# 오다가다 짬날 때마다 읽었던 노인과 바다가 거의 끝에 왔다. 생각보다 술술 읽히고 재밌어서 신기하다. 상황 묘사하는 것도 이미지가 잘 들어오고 스토리도 지루하지 않게 빠르게 흘러간다. 연말에 남미에 갔을 때 꼭 쿠바를 가고 싶어서 체 게바라 평전이랑 헤밍웨이 책을 몇 권 들고 왔는데, 읽다 보니까 가서 보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다. 한 달 여행으론 안 되겠다.


# <불안> 필사 한 권 다 끝내 놓고 잠깐 쉬고 있었는데, 다시 끄적여봐야겠다. 알랭 드 보통 책은 영문본만 다 골라왔는데, 매일 필사하는 게 언어 배우는데 도움 많이 된다니까 꾸준히 해야지. 


#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사는 거 군대 이후로 처음인데 같이 사는 K와 D와 T는 참 재밌는 아해들이다. 애 같은데도 애 같지 않은. ㅋㅋ 아침에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난 일하러 가니까 밥은 먹어야 될 거 같아서 꼬박꼬박 챙겨먹는데 일어나서 밥 먹을거나고 물어보고 밥 차려오고 정리하고 ㅋㅋ 엄마가 따로 없다. 박창순 어디 가겠나 마찬가지겠지. T는 어제 학교에 가서 밤을 새우고 왔다.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잔다. D는 오늘 시드니에 갔다가 내일 온다면서 내일 집세 낼 걱정을 한참 하다가 갔다. K는 알바 가서 저녁에 돌아올 때 야식 사온다 그랬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같이 사는 거 은근 걱정했는데, 은근 재밌다. K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초밥 먹고 싶다. 스시스시스시 


# 끄적이다 보니까 290명이 행불 됐다던데.. 또 고등학생들이네 제발 인명피해 많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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