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한스라트
# 유쾌한 책을 만났다.
사실 3년전에 넣어두곤 나중에 심심할 때 읽어야지 하고는 까먹어버린 책이었다.
우연히 그제 교보문고 장바구니를 보다가 이 책을 찾았고,
자기전 심심풀이로 읽어보려고 책을 결제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심리치료사로서,
어느 날 자신이 신이라 주장하는 내담자를 만나게 되며,
그와 동행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풀어낸 책이다.
오랜만에 진짜 쉴틈없이 눈 아파하면서도 끝까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읽다보면 진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만,
번역을 잘한 것인지, 원문자체가 좋은것인지,
딱히 어색한 곳 없이 정말 빠르게 휙휙 넘기며 읽었다.
신이라는 개념에 대해 누군가는 긍정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개개인의 자유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개인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삶은 내가 믿는 그 존재(가진 개념으)로 인해, 남들을 함부로 깔보기 전에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하고,
나 스스로도 통제하기 어려운 내 추한 모습이나, 강박관념, 천연적인 본성과 습관들에 얽매여 괴롭지 않을 수 있게 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겪어온 많은 최악의 상황들 속에서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기능해왔다.
이 글은 신을 소재로한 소설에 불과하지만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신에 대한 가치관,
그에 대한 나의 이상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필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되새기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줬다.
사실 신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이런류의 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의 삶의 의미와 그 영향,
그리고 한 인간을 제외한 그 밖의 세계와 그의 관계,
그 관계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들이다.
거창하게 어렵게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간단하게 하자면,
인간사의 설명되지 않는 '우연'이나 당연하다 생각해 둔감해져버린 '가치'들을 설득력있게 흥미로운 서술체로 풀어낸 글이라 할 수 있다.
후속편도 두권이나 더 있다하니 바로 구매해서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뭔가 책을 읽고 생겨난 벅참과 흥분들이 있는데,
새벽에 갑자기 전화해 이것들을 공유할만한 사람이 없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