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속의 화려함, 바 테이블 위의 쓸쓸함

2030 세대의 이중적인 외로움에 대하여

by 류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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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은 액자다.


벽에 거는 종류가 아니다. 자기 인생을 잘라 붙이는 종류의 액자다. 가장자리 밖으로 밀려난 것들은 아무도 보지 못한다. 웃고 있는 사진만 남는다. 울었던 밤은 프레임 바깥에 있다.


한가한 밤이었다. 가끔 오는 손님이 바에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엎어놓고 한참을 잔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먼저 물었다. 오늘 어쩐 일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냥이요. 인스타그램 보다가 그냥 오게 되었어요.


순전한 나의 추측이다. 아마 그녀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누군가의 브런치 사진이 올라와 있었을 것이다. 네다섯 명이 접시를 사이에 두고 웃고 있는 사진. 그 밑에 해시태그가 줄줄이 달려 있었을 것이다. 행복한 주말. 소중한 사람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남들의 삶은 빛났고 자기 방은 어두웠을 것이다.


그녀는 두 번째 잔을 받으면서 말했다. 저도 친구 있거든요. 근데 막상 연락하려면 손이 안 가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연락하면 만나야 하고 만나면 괜찮은 척해야 한다. 에너지가 없는 밤에는 괜찮은 척조차 사치다.


SNS에서 2030 세대는 전부 분주하다. 여행을 가고 맛집을 다니고 사이드 허슬을 돌린다. 보는 사람은 생각한다. 다들 잘 살고 있구나. 나만 이러고 있구나.


그런데 바에 앉으면 그 사람들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팔로워 삼천 명인 손님이 위스키를 시키며 말했다. 오늘 아무하고도 말 안 하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아무하고도 말 안 하고 싶으면서 사람이 있는 곳에 온 것이다.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는 견딜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화면 속에서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스토리에 답장을 보낸다. 그런데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방 안은 조용하다. 알림음이 꺼지면 남는 것은 천장뿐이다.


연결의 양은 역사상 가장 많다. 연결의 질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얇을 것이다.


삼십 대 남자 손님이 있었다. 팀 회식을 마치고 왔다고 했다. 열두 명이서 삼겹살을 먹고 2차까지 갔다고. 그런데 택시 안에서 갑자기 허전했다고 했다. 사람 열두 명을 만났는데 왜 이렇게 비어 있는 느낌이냐고.


나는 잔을 닦았다. 대답 대신.


SNS도 무대다. 올리는 순간 관객이 생긴다. 관객이 있으면 사람은 연기한다. 연기가 습관이 되면 진짜 감정을 꺼내는 방법을 잊는다. 서랍이 너무 깊어졌다. 열쇠도 어디 뒀는지 잊어버렸다.


손님이 많이 없을 때 바에 오는 2030 손님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한 적이 있다. 첫 잔을 비울 때까지 대부분 조용하다. 하루 종일 좋아요를 누르고 이모지를 보내고 톤을 맞추느라 쓴 에너지를 회수하는 시간이다.


두 번째 잔부터 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필터도 없고 편집도 없고 해시태그도 없는 말들.


요즘 뭐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나이 먹는 게 겁이 나요. 결혼은 하고 싶은데 연애는 하기 싫어요.


스토리에는 올리지 못할 문장들이 카운터 위에 놓인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자기 인스타를 보여준 적이 있다. 친구들과 한강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전부 웃고 있었다. 완벽한 한 컷이었다.


그 사진을 찍고 집에 가서 계속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행복한 척하는 데 지쳤다고. 하트 숫자가 올라갈수록 실제의 자기와 피드 속의 자기 사이 거리가 벌어지는 것 같다고.


좋아요는 진통제다. 통증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는다. 약효가 떨어지면 통증은 돌아온다.


나는 묻지 않았다. 그냥 다음 잔을 채웠다.


피드에 올라오는 삶과 카운터에 앉아 있는 삶 사이에는 강이 흐른다. 건너편은 환하고 이쪽은 어둡다.


한 손님이 말했다. SNS 끊으면 되지 않냐고 누가 그러는데요. 그게 되면 여기 안 왔죠.


끊을 수 없다. 연결은 이 세대의 산소이면서 동시에 독이다. 들이마시지 않으면 숨이 막히고 너무 많이 마시면 어지럽다.


화려한 피드를 가진 사람일수록 카운터에서는 조용하다. 밖에서 너무 많은 빛을 받은 눈은 어두운 곳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과 같다.


이 세대의 외로움은 이중 구조다. 바깥에서는 넘쳐나고 안에서는 텅 비어 있다. 접속하면 수백 명이 곁에 있고 로그아웃하면 아무도 없다.


인생의 많은 것들이 그렇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카운터에 엎어놓은 핸드폰 화면이 가끔 켜진다. 알림이 뜬다. 손님은 그걸 보지 않는다. 엎어놓은 채로 둔다.


그리고 옆 사람에게 말을 건다.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 행위가 이 시대의 가장 솔직한 인사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세 번째 잔을 마시고 일어서면서 말했다.


오늘 아무 사진도 안 찍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록되지 않는 밤이 때로는 가장 진짜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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