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했다.
나에게는 나를 싫어하는 여자 선배가 생겼다. 정확히는 나를 유난히 괴롭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몰랐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나의 모든 것에 토를 달았다. 보고서의 글자 간격. 내가 마시는 따뜻한 두유 라떼.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하는 나의 습관. 그녀의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잘못된 일 투성이였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말들을 기계처럼 반복했다.
싸우고 싶지 않았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사는 서울은 충분히 버거웠다. 회사라는 정글에서 또 다른 전투를 벌일 힘이 없었다. 나는 그저 월급을 받고 내 작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 같았다. 사무실 공기를 차갑게 찔렀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다이시댄스의 음악을 떠올렸다. 이어폰 없이 머릿속으로 재생했다. 그것은 나만의 방어막이었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작은 공간.
어떤 날은 퇴근길에 와인 한 병을 샀다.
술이 약해서 반도 못 마실 걸 알았다. 하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무언가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힘든 하루를 견뎌낸 나에게 주는 위로 같은 것. 그녀를 미워하는 대신 나를 돌보기로 했다. 그 편이 더 쉬웠다.
시간이 흘렀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 그렇게 여섯 달이 지났다. 상황은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괴롭혔고 나는 여전히 견뎠다. 끝나지 않는 굴레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회사를 그만뒀다.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쉬워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출근 날. 나는 평소처럼 일했다.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녀도 그랬다. 우리는 그렇게 끝났다.
인생은 가끔 이런 식이다. 내가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문제가 저절로 사라진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아서 잔뜩 움츠렸는데. 알고 보니 발목에 찰랑이는 작은 물결일 때가 있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나는 아등바등 살지 않는다. 그렇게 살기에는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모든 것에 이유를 찾고 해결책을 만들려고 하면 피곤해진다.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 강물에 떠 있는 나뭇잎처럼.
그녀가 떠난 사무실은 평화로웠다.
나는 여전히 따뜻한 두유 라떼를 마신다. 가끔 그녀가 생각난다. 하지만 밉지는 않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없다. 그게 전부다.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