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것

by 류이음

친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모바일 청첩장이었다. 화면 속 두 사람은 세상 행복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나는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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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나는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다. 서른이 넘은 여자. 지방 출신. 서울에 혼자 산다.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 나의 프로필이다. 이 프로필은 종종 결혼이라는 단어와 세트로 묶인다. 왜 결혼 안 해. 좋은 사람 없어. 늦으면 힘들어. 세상에는 나를 걱정해 주는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아직 모르겠다. 무엇을 모르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게 문제다.


주위 사람들의 결혼을 본다. 어떤 결혼은 견고한 성처럼 보인다. 어떤 결혼은 위태로운 젠가 게임 같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기도 하고 불행해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은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나는 그들의 삶을 전부 알 수 없다. 퇴근 후 마시는 기네스 흑맥주의 첫 모금처럼. 시원하고 짜릿하지만 그 안에 든 모든 성분을 알 필요는 없는 것처럼.


나는 100% 맞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다. 그런 건 없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행성에서 각자의 중력에 맞춰 살아왔다. 문화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한다. 같은 샴푸를 쓰고 같은 냉장고를 열어야 한다. 그건 보통일이 아니다. 엄청난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포기일지도 모른다.


나의 세계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나는 겨울을 좋아하고 여름을 싫어한다. 주말에는 집에서 뒹굴거린다. 다이시댄스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여름에도 따뜻한 두유 라떼를 마신다.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진하게 우려 마시는 아침을 좋아한다. 냉동실에 늘 식빵을 쟁여두고 토스터기에 구워 먹는다. 이런 사소하고도 중요한 나의 세계.


누군가 이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상상한다.


그가 만약 여름을 좋아한다면. 주말 아침마다 등산을 가자고 한다면. 시끄러운 음악을 싫어한다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면. 식빵은 눅눅해진다며 냉동실에 넣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물론 맞춰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한다면. 하지만 어디까지 맞춰야 하는 걸까. 나는 다른 회사와 협업하는 일이 많다. 서로 다른 회사의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거기에는 늘 적당한 긴장감과 거리가 존재한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그 모든 경계를 허무는 일처럼 보인다. 나는 그게 조금 두렵다. 직장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나는 나 자신과의 거리도 필요하다.


연애는 종종 한다. 연애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같다. 상큼하고 가볍다. 기분 좋은 산미가 있다. 하지만 결혼은 닭한마리 칼국수나 맑은 버섯 전골 같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아야 한다. 속이 편해야 하고 따뜻해야 한다. 나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 그 생각의 흐름에 올라타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의 인물들은 대부분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담담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나도 그냥 나의 속도로 살아가고 싶다.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나의 겨울을 존중해주고 나의 따뜻한 두유 라떼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내가 집에서 뒹굴거릴 때 조용히 자신의 책을 읽는 사람. 어쩌면 그런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상관없다.


나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혼자 맞는 겨울 아침. 따뜻한 홍차. 토스터기에서 갓 나온 식빵.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하루가 시작된다. 결혼은 그 좋은 하루에 또 다른 좋은 하루가 더해지는 일이어야 한다. 좋은 하루를 망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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