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것은 때때로 거대한 믹서기 같다. 퇴근길에 서면, 영혼까지 탈탈 갈려 나간 기분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곧장 집으로 가기엔 어딘가 패배한 기분이 들고, 누군가를 만나 감정을 섞는 건 마라톤을 완주한 뒤에 또다시 춤을 추라는 요구처럼 가혹하게 느껴진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완벽한 타인들 속에 섞여 즐기는 고독이다. 하지만 막상 혼자 바(Bar)의 문을 여는 건, 낯선 행성에 첫발을 내딛는 우주비행사의 심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나만 붕 떠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당신의 망설임을 안주 삼아, 내가 운영하는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이라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이곳은 단순히 알코올을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지친 마음을 위한 일종의 '임시 대피소'처럼 설계되었다. 예비 단골인 당신이 이곳을 200% 즐기기 위한 몇 가지 룰을 소개한다.
첫 번째, 당신의 미각을 제한하지 말 것.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에는 꽤 급진적인 규칙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외부 음식 반입'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점이다. 보통의 바 사장이라면 질색하겠지만, 나는 술만큼이나 안주의 자유도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퇴근길에 사 온 떡볶이든, 배달시킨 기름진 방어회든 상관없다.
메뉴판이라는 감옥에 갇히지 말고 당신의 '최애 안주'를 가져오시라. 내가 준비한 위스키와 당신의 안주가 만나는 순간, 그것은 마치 갓 구운 팬케이크 위에 메이플 시럽을 뿌리는 것만큼이나 근사한 위로가 될 테니까. (단, 냄새가 너무 좋으면 나도 모르게 "한 입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너그럽게 이해해 주길.)
두 번째, 계획 같은 건 쓰레기통에 던져버릴 것.
예약 없이 불쑥 찾아오는 '워크인(Walk-in)' 손님이야말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들이다. 인생도 계획대로 안 되는데, 술 마시는 것까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니 너무 피곤하지 않나? 야근이 끝나고 난 뒤든, 약속이 파토 난 붕 뜬 시간이든,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은 언제나 열려 있다. 즉흥적인 만남에는 잘 짜인 스케줄이 줄 수 없는 낭만이 있는 법이다.
세 번째, 위스키를 몰라도 기죽지 말 것.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위스키 대백과사전 같은 사람은 아니다. 이곳의 라인업이 박물관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내가 직접 마셔보고 '아, 이건 퇴근길의 누군가에게 확실한 위로가 되겠다' 싶은 녀석들만 골라두었다. 복잡한 용어 대신 "오늘은 좀 부드러운 게 필요해"라고 말해준다면, 나의 직감을 믿고 한 잔 내어드릴 것이다. 지식보다는 공감으로 채워지는 술, 그게 이곳의 묘미다.
마지막으로, 계산할 때 나에게 작은 암호를 속삭여 주길 바란다.
"스레드(Threads) 보고 왔어요." 이 한마디면 첫 방문 손님에게 5.4321%라는 기묘한 숫자의 할인을 해준다. 왜 하필 이 숫자냐고? '5'늘도 '4'회생활에 지친 당신이, '3'(제3의 공간)에서, '2'제 편히, '1'잔 하라는, 일종의 아재 개그 섞인 철학이 담겨 있다. 이 혜택을 챙겨야 진정한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의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노골적인 헌팅이나 억지스러운 합석을 지양한다. 그저 '따로 또 같이' 머무르며, 느슨한 연대감을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른들의 놀이터가 아닐까. 오늘 밤, 강남 선릉 혼술바 어울림의 문을 두드려보시라. 나갈 땐 분명 "꽤 괜찮은 하루였어"라고 중얼거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