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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Feb 04. 2017

살아있네.. 박물관!

토론토 ROM @ Royal Ontario Museum

아.. 일단 탄성이 나온다. 지금이야 인간들이 모든 동식물의 왕이라고 뭐든 제 맘데로 닥치는데로 파헤치고 먹어치우지만 저때만 해도 수천만 년 동안 T-Rex는 지상에서의 왕이었다. 2억 3천만년 전인 삼엽기부터 Cretaceous 期 까지 무려 1억 6천만년 동안 공룡은 지구의 주인이었다. 공룡이 번성했던 그 오랜 억겁의 세월 동안 어느 외계에서 지구를 방문했던 고등 외계 생명체가 있었다면 하늘과 바다 그리고 육지에서 뛰어노는 온갖 종류의 화려한 공룡들을 보며 얼마나 놀랐을까. 얼마나 대단한 장관을 이루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우주선에 묻어온 먼지나 흙에서 기본 생명체인 박테리아의 낌새를 발견한 것 만으로도 지구의 과학계가 들썩이는 지금의 우리의 상황에 견주어 보면, 따스하고 습기가 많았던 쥬라기 당시의 엄청나게 역동적인 생명 群의 파노라마 앞에선 외계 방문자라면 그 생명의 다양성과 화려함에 취해 비틀거렸을 것이다.

토론토의 ROM, 즉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이 거대한 괴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경외로움을 자아내게 했다. 인간은 고작 지금 수만년을 살아오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든 살아 남고야 마는 바퀴벌레 처럼 인류도 앞으로 수억년 이상 계속해서 인간이라는 종을 스스로 보존할 수 있을까? 인간에 의해 잡혀먹히거나 서식환경의 오염등으로 인해 확연히 개체가 줄어들어가거나 멸종되어 버린 지구상의 고참 동식물들과 달리, 바퀴벌레나 개미등의 곤충류들은 지구 생태계 형성 이래 가장 막강하고 제멋대로인 인간이라는 적대 세력를 맞아 오히려 이들의 환경에 더욱 잘 적응하며 그 세를 불려가는 가공할 생명력과 번식력을 뽐낸다. 45억년의 지구의 역사를 24 시간이라고 볼때 인간이 살아오고 있는 기간은 고작 몇초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혹성으로서의 지구가 형성된 후 15억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생명의 가장 기본적 유기물 구조가 생겨나고, 그리고 나서 또 10억년 이란 엄청난 세월을 다시 보내고 나서야 형태를 띤 원시 생명체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지구의 지질구조는 산이 형성되고 물이 흘러 내를 이루고 거대한 바다가 생겨 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가 탄생되기 위한 인큐베이터로서의 지구 환경이 조성되게 되는데 그리고 나서도 수억년이 다시 지난 5억년 전 쯤에야 삼엽충 이나 성게등의 나름 진화된 형태의 바다 생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후 또 다시 수억년의 시공을 지나면서 치열한 바다 속 생태계의 생존 경쟁을 피해 서식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던 육지에서의 또 다른 삶을 위한 바다에서 뭍으로 기어나오는 고등 동물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급기야 공룡과 같은 거대하고 화려한 파충류들의 무시무시하면서도 환상적 세계가 화려하게 펼져지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 수십억년에 걸친 지구 지질형성의 기간 중에 대륙의 아래위가 바뀌고 떨어져 나가고 다시 붙기를 반복하기를 여러번 했다. 지극히 안정화된 우리 인간의 시대에서도 고작 몇 센티, 몇 미터 정도의 지각의 움직임에 산사태와, 지진, 그리고 쯔나미등으로 인해 온 세계가 극심한 재해의 참상에 빠지곤 한다. 이제까지의 지구 상의 생명체 중 인간은 가장 지능이 높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생물 보다 높은 지능수준이 지구에서의 보다 오랜 삶을 담보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증상들이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히려 그 높은 지능 수준때문에 자멸의 길을 스스로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티라노사우루스는 그 기민함에서 지금의 타조나 치타만큼이나 빨랐고 아귀의 무는 힘은 거의 자동차를 찌그러 뜨릴 만했다 하니, 몇 층 높이의 저 괴물이 쿵쿵 거리며 돌아다닐 때 누가 그 앞을 어슬렁 거릴 수 있었을까. T-Rex 는 30여 종이나 되는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가장 큰 녀석이 길이 13 미터에 무게가 7톤이 넘었다. 지금으로 부터 약 2억년 부터 1억 오천만년 전 까지의 오천만년 동안의 따뜻하고 습기가 많았던 기후의 기간이 바로 쥬라期 (Jurassic period)인데 이때의 우호적인 서식환경으로 인해 엄청난 수의 새로운 공룡들이 탄생하게 된다. 오늘날의 코뿔소와 유사했던 스테고사우루스, 목이 길어 슬픈 공룡이었던 60미터 길이의 브라키오사우루스,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악어의 선조격인 알로사우르스등의 꽤나 유명세가 있는 스타급 공룡들이 이 당시 등장하게 된다.

온타리오 박물관에 서있던 티라노의 이 모습은 바로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이 지프을 타고 줄행랑 칠때 따라오던 바로 그 녀석의 모습이다. 우리의 티라노들은 동식물들이 살기 좋았다던 쥬라기 오천만년을 지배해온 제왕 중의 제왕이었는데, 이는 우리가 자랑하는 유구한 오천년 배달민족 역사의 일만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번성해온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화석뿐아니라 피부조직(tissue)과 단백질 까지도 발굴되어 소설이나 영화에서와 같이 호박 속에 갇힌 공룡피를 빨아먹은 모기를 통해서가 아닌 더욱 직접적인 방법으로 복원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DNA 역시 연한이 있어 고대 생물 복원은 불가능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호기심과 치기 가득한 과학자들과 더불어  죽지도 않고 거의 무한히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의기가 투합된다면 가공할 일들이 현실화될지 누가 알겠는가.

고래와 유사한 형태의 수중 공룡은 고래와 악어를 섞어 놓은 듯한 녀석들이었다는데 이런 괴물을 한입에 삼켜버리는 또 다른 거대한 놈들이 있었으니, 스타워즈 시리즈 몇편 에선가 바다 속 나라에서 우주선이 빠져 나오는 장면에서 너무나 긴박하고 현실감 있게 표현되기도 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등의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보여주는 바다 공룡들의 부화 전쟁에서는 갓 부화한 새끼들을 보호하려는 어미 익룡들이 해안가 까지 나와 포식자의 공격을 막아내려 하는 모습이 묘사되는데 바다의 괴물 타이로사우루스가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상어의 조상 메갈로돈을 물리치는 것이다. Natural Selection 이란 오묘하고도 미스터리한 프로세스는 거의 모든 공룡류을 사라지게 하는 대신 상어와 거북 그리고 악어등을 선택했다.

공룡의 갑작스런 멸종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아무래도 운석 충돌설이 가장 맞을 것 같다. 이후 공룡은 사실 멸종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로 보다 지구환경 친화적인 모습으로 오늘날 우리의 곁에 가까이 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조류 다. 쥬라기를 걸쳐 티라노사우루스등과 같은 두다리로 뛰어 다녔던 거대한 육식 공룡 그룹인 Theropod (Beast Foot)가 초식, 잡식, 곤충식 공룡들로 진화하면서 현재와 같은 조류로도 진화하게 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공룡의 후손은 조류가 유일하다고 고생물학자들은 보고있다. 쎄로포드 육식공룡들중 티라노사우루스는 작은 축에 속했다. 우리의 티라노가 뛰는 모습은 앞의 있으나마나 한 작은 두 손만 없으면 닭이 뛰어가는 것과 거의 유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다리의 움직임이나 걸을 때 머리를 앞뒤로 흔드는 것 등 골격의 구조가 거의 같기 때문인 것이다. 우린 지금 감히 저 무시 무시한 공룡의 후손들을 튀겨 먹거나, 삶아 먹거나 아님 통채로 구워 먹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19 세기 이전 만 해도 공룡 화석은 전설로 전해지는 드라곤(서양의 龍)이나 오거(orgre)라고 불렸던 슈렉과 같은 거인, 혹은 노아의 홍수 때 익사한 거대 희생물 등의 증거로만 여겨 졌었다. 이후 19세기 와 20세기 200 여년간, 연대 측정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의 발달과 고고학 및 고생물학이 더불어 발전함에 따라 공룡 화석에 대한 발굴 작업과 생태 분석 작업들이 활기를 띄어 고대 생물 군에 대한 계보 및 진화 과정, 그리고 상세한 골격 및 근육 체계 분석, 그에 따르는 서식 환경 및 생태 분석등의 종합적 작업들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21세기 들어 중국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의 발굴 작업이 다시 활기를 띄면서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일년에 새로운 공룡의 種이 12개 씩이나 계속 발견되고 있어 관련 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환호를 받고 있다 한다. 새로운 종의 발견에 따라 해당 종에 대한 새로운 동물생리학적 발견과 함께 당시 서식 환경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이 더욱 풍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아주 오래전 세계에 대한 매우 값지고 의미있는 재조명 작업임에는 말할 것도 없고, 문자와 언어, 그리고 역사에 대한 기록과 고찰이라는 이제까지의 어떤 지구상의 생물도 가지지 못했던 오로지 인간이라는 특별한 생물종만이 가지는 가장 위대한 생리학적 재능과 도구들로 소위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특별한 책임을 완수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사 박물관이 인기가 있는 나라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그건 자연사(Natural History) 테마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쥬라기 시대의 다양한 공룡 뼈나 화석들이 어느 나라에서나 골고루 풍부하게 출토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발굴 작업이나 발굴 후 복원, 그리고 영구적 전시공간 등 소위 잘사는 나라가 아니고는 학자등의 전문인력이나 막대한 소요자금이 따라주기 힘든 때문이기도 하다. 덩치가 크고 사나워 사람들의 흥미와 인기를 독차지하는 육식공룡의 주무대가 북미 대륙이었고 나름대로 고생물학 연구가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으며 독지가들의 도네이션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이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데, 잘 아시다시피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되겠다.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워싱턴의 무슨 학회에 참석했다 아내와 함께 들렀던 이 거대한 박물관을 잊을 수 없다.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장엄하면서 우중충한 분위기와 수억년전의 괴생물들이 토해내는 트림 같은 쾌쾌한 향기, 그 거대한 개체 하나 하나의 생리, 해부학적 그리고 생태학적 detail을 접해 가면서 머릿 속은 그들이 뛰놀던 쥬라기 시대로 치닫던 당시의 흥분을 아직 잊질 못하는 것이다. 당시 서른이 다 된 어른이었던 나도 그렇게 흥분했을진데 미국을 비롯한 각 나라에서 수학여행을 오는 어린 학생들의 가슴은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교육적 환경으로 인해 돈은 안되지만 오로지 지적 호기심과 순수한 학문적 성취를 위해 고고학을 비롯한 고생물학 등의 소위 비 인기 분야에도 똑똑한 이들의 명맥이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좌간 그 엄청난 규모의 스미소니언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나라 자연사 박물관에 가도 아마 시큰둥해질  것인데 이곳 로열 온타리오 뮤지움은 그런 의미에서 나름대로 스마트한 큐레이터가 제 몸값을 하고 있었다. 다름아닌 디스플레이의 Quality 로 승부하는 것이었는데..

이 녀석은 쥬라기 공원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크기 정도의 벨로시랩터(Velociraptor) 라는 머리가 아주 비상하고 교활한 공룡 중 하나다. 토론토의 왕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꼭 저런 자세로 주방에 숨은 주인공들을 하나 하나씩 찾아내어 괴롭히는 녀석들이었다. 녀석의 눈은 두개골 크기에 비해 매우 큰데 이는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볼수 있는 막강한 시력을 위해 렌즈 역할을 하는 큰 부피의 수정체와 대형 망막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매우 잘 발달되어 있는 긴 발가락의 형태는 동작의 민첩함이 가능함과 동시에 발바닥에서의 최대한의 민감성을 컨트롤하면서 사냥감에 대한 은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다른 두 발로 걷는 육식 공룡에 비해 긴 팔은 작은 덩치임에도 상당한 공격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마치 낫같이 생긴 손톱과 긴 팔을 이용해 엄청난 덩치의 초식 공룡이나 심지어 티라노 같은 육식 공룡의 목이나 등에 떼로 달라붙어 살을 뜯어낼 수 있는 치명적 공격력을 가지기도 했다. 영화 쥬라기공원의 원작자 Michael Crichton은 그의 소설 속에서 이 벨로시랩터를 공룡 중 가장 영리한 녀석으로 묘사했던 기억이 난다.

지팍티누스 오닥스(Xiphactinus Audax)란 로마 귀족적 이름의 이 거대 물고기는 팔천오백만년 전에 바다를 주름 잡았던 길이 10미터가 넘는 아가리가 산 만했던 포식자 였다. 통통한 조기 뻥 튀겨 놓은 것 같았는데, 포획할 수만 있었다면한 일년 잘 뜯어 먹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익룡!하늘을 날아다니던 비행기 만큼이나 거대했던 프테로닥틸이다. 녀석이 자동차도 삼킬만한 거대한 입을 벌리고  꺽 꺽!! 거리며 날아다녔을 하늘을 상상해 보라. 프테로닥틸은 내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는데.. 마치 해오라기등이 미꾸라지를 찍어 먹듯 새끼 공룡들을 찍어먹곤 했었다고 한다. 쟤네들이 저렇게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점점 다가오면 아무리 돌도끼 잔뜩 움켜쥐고 바위뒤에 숨었어도 심장마비로 사망했을 듯 하다. 휴..

온타리오 박물관 천장 밑에서 유영하고 있던 이 거대한 바다 거북 역시 칠천몇백만 년 전에 살았던 녀석으로 등짝에는 일개 소대 병력이 올라 타고 끄덕없었을 듯 싶다. 시대만 잘 맞았다면 우리의 잘생긴  헤라클레스 브래드 핏이 이 녀석 등짝을 타고 트로이 해안에 상륙했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구촌을 돌아보면서 언제나 느끼고 감사하는 것이지만 우리 인간은 지구의 너무나 아름다운 지질과 기후대에 걸쳐 살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지적, 감성적 그리고 Spiritual한 능력은 지구상에 생존해 왔던 그 어떤 생물종에 우선함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이 너무 넘쳐서인가, 생태계 전체가 범 지구적으로 인간의 문명활동에 의해 빠른 속도로 황폐화되어 가고 있으며 이젠 돌이킬 수 없는 모드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이 명민한 인간들의 후손들이 지구라는 아름다운 혹성을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영원토록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 누구에겐가 기도하는 심정이 될 뿐이다.

진눈깨비 오는 밤에 찍은 왕립 온타리오 박물관 (ROM/ Royal Ontario Museum). 저 건축을 디자인한 건축가는 저러한 유사한 형태의 건축으로 유명한 독일인인데 그의 건축 철학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한 연유로 ROM 은 가장 못생긴 건축물(Most Ugly Architecture in the World) 5위 인가에 선정된다. 난 전혀 수긍할 수 없지만.. 저 건물의 새로운 크리스털 부분이 햇살을 받아 그 찬란한 빛을 반사시킬때의 광경은 사뭇 inspirational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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