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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Nov 21. 2017

그 땅의 향기가 난다

@the hotel

남아공산 와인 루데버그(Roodeberg)를 마시며 문득 그 아프리카의 풍모가 떠올랐다. 아직 그 대륙의 향기를 접해본 적은 없지만 인류의 선조가 처음으로 뛰어 놀았던 아프리카 특유의 붉은 땅의 색상 역시 마치 고향의 이미지 처럼 펼쳐진다. 남아공의 대표 품종 피노타쥬(Pinotage)를 비롯, 멀로(Merlot), 쉬라(Shiraz), 그리고 물론 Cab Sauv (까버네 쇼비뇽, 여기선 줄여서 그냥 캅 삽 이라고도 부른다) 까지 모두 블렌딩 하여 만든 작품이다. 20불 미만 가격으로 이런 진한 풍미와 독특한 향기의 와인을 만들어 낼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님 20불의 가치를 내가 무시하고 살아오는 것일까..

한잔의 와인을 마시며 떠올려 볼수 있는 것들은 의외로 많다. 얼마전 BC 5000년 경에 빚어진 와인이 발견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역사가 문자로 제대로 쓰여지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들은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해 와인을 빚어 마셨다. 삶의 고단함과 두려움에서 잠시 해방되기 위해, 절대신성 치하에서의 제단에 올리기 위한 가장 필수적 공물의 하나로, 아님 그저 여흥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 시키기 위해, 어떤 명분이었던 핑개였던 간에 인간의 집단에서 술은 이들을 통치하고, 결합시키고, 화해시키고 또 느슨한 휴식의 여지를 제공하기 위해 작용되었던 묘약이었을 것이다.

와인 비지니스를 시작하며 많은 종류의 와인들을 대하게 되면서 이젠 그 맛의 뿌리가 조금씩은 느껴지는듯 하다. 같은 포도 품종으로 빚어졌지만 그 산지의 특성에 따라 와인의 맛이 얼마나 다를수 있는지 놀란다. 또 같은 산지라도 한해 한해 다를수 밖에 없는 햇살과 바람, 강수량, 그리고 토양의 비옥도에 따라 또 풍미가 달라질수 밖에 없다는것도 어렴풋이 느낀다. 한 모금의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며 그 포도주를 만들어낸 땅과 사람들, 그리고 그곳을 여행한 적이 있다면 그 추억과 더불어 잠시 그 지방의 역사까지 그려볼수 있다면 한잔의 와인이 주는 정신적 혜택이 작다고 볼수 없는것 같다. 스카치나 보드카, 혹은 맥주를 마시며 젖어들기 힘든 감흥이 포도주 한잔에는 있는듯 하다. 와인은 역시 혼술의 선택이기도 하다. 수다가 함께하는 와인은 그 향과 맛을 오롯이 마주 하기가 힘들 것이니..

오늘 처음 대한 이 South Africa 산 와인의 검붉은 색상과 진하디 진해 깊이 들이 마시면 현기증까지 나게 하는 라스베리 향에서 영화 Safe House에서의 덴젤 워싱턴의 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남아공의 케이프 타운에서 맛보는 Pinotage 는 최고지.. 눈을 가늘게 뜨며 만족감에 꽉찬 표정으로 그 와인의 맛을 회상하는 전직 CIA 요원의 모습이..


Drink more wine gu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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