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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y 08. 2016

카누 2 부. 연꽃 그리고 신화적 이미지들

알곤킨: 자작나무 껍질로 카누를 만드는 사람

이미지는 그 비주얼적 요소로 인해 촉발되는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나 기억, 혹은 사상 등을 동반하게 되는데, 고요한 호수 위를 카누를 저어 가며 맞이하게 된 많은 visual delight 들 중에 그윽한 禪적 분위기로 나를 사로잡았던 이 곳. 신화적 인물들이나 켄타로스 같은 반수 반인이 저벅 거리며 등장할 것 같기도 했고 달마 대사가 그 여유로운 몸집으로 가부좌를 틀고 선 큰 눈을 부라리고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마치 설치 예술 작품처럼 호수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古死木 밑동 들. 독야 청정 하늘로 높이 오르다 키가 너무 커지면서 피뢰침으로 화해버린 엽기적 운명 속에벼락을 맞아 순식간에 생명의 수액은 다 증발되고 숱 검댕이가 되어 버린 거목 들. 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다 뒤를 돌아다보는 바람에 돌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생각났다.

물속 깊숙한 곳 잔뿌리 어디쯤에 남아 있던 생명은 다시금 새싹을 피우고.

푸르렀던 날의 추억물속으로 가라앉아 완전히 잊히기엔 너무나 화려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전 수면 위에서의 삶은 이제 다 잊고 편안히 가라앉아 영원한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떻겠소 라는 말을 나무들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요, 벼락 맞은 고목나무님, 이제는 추억할 만큼 하지 않았나요. 당신 뒤 아름다운 숲을 형성하며 병풍처럼 둘러진 푸르고 활기찬 젊은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으니 세상 옛일 이제 그만 다 잊으시고 당신의 태어난 곳, 어머니 대지로 돌아가시기를..

아틀란티스의 가로수 이기라도 했던 것일까.. 사방으로 뻗어간 거대한 뿌리를 호수 속에 깊이 박은 채
밑 둥만 남은 거목은 아직도 제 자리인 양 당당하게 서있다.

점점이 남아 있는 고사목들은 이곳이 오래전부터 대단한 삼림 지역이었음을 말해 준다.

이곳이 거대한 사슴 무스(moose) 들이 노니는 곳이었다. 너무 더워서였는지, 아님 무슨 모임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우리 팀이 당도했을 때는 아쉽게도 무스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고요하고 그윽한 공간에는 아름다운 수초와 야생 水蓮이 가득했는데, 통상 보아오던 거대한 크기의 연잎과 연꽃이 아닌 작고 귀여운 야생 연꽃 밭이었다.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하얀 잎새를 활짝 펴고 있는 연꽃이었다.

조심스레 카누를 저어 다아가 잠시 멈춰 선 다음 고마운 마음으로 그 모습을 담아본다. 하얀 꽃잎들에는 티 한점 없었고,

햇살에 반짝이며 매끈한 모습을 하고 떠있는 수생 식물들의 잎새 모습은 마치 유화를 보는 듯했다.

이 수려하고 청정한 야생 식물원 위를 떠 나니는 기분은 정말 황홀했다. 뒤를 돌아보며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토마스에게 소리쳤다.
.. 무스가 안 보여도 좋아! 대신 로터스 밭을 봤다네!
무스가 보고 싶은 토마스는 미련을 버리진 못했다. 마치 목화처럼 작은 주먹 만한 새하얀 연꽃들이 피어있는 곳. 너무 이뻐서 카누를 저어 떠나기 싫었다.

이곳을 벗어나기가 아쉬운 마음에, 토마스와 내가 저어가는 카누는 또 뒤뚱뒤뚱 갈지 자 모드로 돌입했다.

1920 년대 캐나다의 전설적 풍경 화가들인 그룹 오브 세븐(Group of Seven)알곤킨 주립 공원의 이러한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 들어와 살며 평생토록 작품 활동을 했다.

이곳에 가을이 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이 쉽게 되지 않는다.

이 아름다운 정경을 이들 생태계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카누 여행에 새삼 감사를 하게 된다.

알곤킨(Algonquin)은 이 부근에 살았던 인디언 부족의 이름으로 '자작나무 껍질로 카누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자신이 스스로 화분이 되어 다른 생명의 싹을 틔웠다.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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