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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Dec 11. 2018

흔한 일상

@내가 사는 세상

농장을 취미로 운영하며 홀로 멋진 말들을 일곱마리나 길러내는 원더우먼 같은 시몬이 오늘은 술을 이것 저것 많이 골랐다. 오늘 무슨 파티하나? 내 물음에 그녀는, 응 친구가 저녁에 오기로 했고 얼마전 잡은 사슴으로 소시지 만들려고 하는데 무슨 술을 섞어야 하나.. 보드카가 좋을까, 리퀴르가 좋을지.. 뭬야? 사슴을 잡았다고라!

시몬은 키가 거의 나만큼 큰 친구다. 내 키가 183 cm 이고 이곳 캐나다에서도 남자로서 큰키 이건만 여자인 시몬은 그 정도로 크면서도 늘씬하다. 아마죠네스, 혹은 바이킹 여전사 느낌이 물씬 난다. 얼마전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밴쿠버로 야반도주 하는 바람에 한동안 우울해 하고 있었는데, 이젠 오히려 홀가분함을 넘어 새롭고도 신나게 일상을 즐기는것 같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그눔(the bastard)이 떠나고 나니 돈도 훨씬 안들고 냉장고에 맥주도 언제나 가득혀~~ 하며 장난스럽게 웃곤하는 그녀의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 거다.

유쾌한 hyper인 그녀는 내 샵에 들어설때면 언제나  높고 과장된 억양으로 인사를 하며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곤 한다. 그런데 40대 중반 정도인 그녀는 아웃도어 활동에 나보다 훨씬 더 소질이 있는듯 해 내 부러움을 자주 산다.

지난 여름 어느날, 난 60cm 급의 괴물 물고기를 잡았다고 흥분해서 시몬에게 자랑질을 해댔었는데 그녀는 슬그머니 폰을 꺼내 사진을 찾아 내게 보여 줬었다. 지난번 농장 뒤 강가에서 잡은건데 내 허리까지 오더군.. 허걱! 그녀가 잡은 녀석은 1m가 훨씬 넘는 몬스터 였다.  졌다 시몬.. 더구나 튼튼하지도 길지도 않은 여성용 핑크빛 낚싯대로.. ㅠㅠ

이번에도 그 느낌과 비슷했다. 내 총들은 저렇게 허구 헌날 벽에 딱 달라붙어 박물관 코스프레를 하고 있건만, 여장부 시몬은 거대한 뿔의 숫사슴을 잡아 소시지 양념 걱정을 하고있으니.. 우쒸!!

더 재미있는건, 시몬이 사냥한 그 송아지 만한 숫사슴을 이웃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크레인에 매달아 해체한후 고마운 마음에 사슴 고기를 나눠 주겠다 했더니 다들 한사코 사양했다 한다. 왜? 너도 나도 직접 더 큰 사슴을 사냥하겠다고.. 이게 내가 사는 세상의 일상적 클래스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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