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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Aug 20. 2016

캐나다스러움.. 몬스터 물고기 낚기

@assiniboine river.sk

 내가 꼽는 가장 큰 한국스러움은 우리가 원한다면 언제나 오르내리고 손발 담글 수 있는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바다가 어디에나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담스럽고 이웃 같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정겨운 동식물들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만의 한국스러움의 색동 정서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깊고도 맑은 계곡과 하천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은 그 크기나 모양새, 그리고 이름조차도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럽다. 나이 사십 중반 넘게 그런 아름다운 산하에서 살던 내가 이곳 캐나다로 와 살아가고 있는지 어언 십 년이 넘어간다. 그런데 이곳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의 스케일과 함께 해오는 동식물들 중 물고기들은 유독 내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민물 물고기들에 대한 이미지들을 모조리 바꿔 놓는 것들이다. 이곳 강이나 호수에서 살아가는 소위 캐나다스러운 물고기들은 한국에서 나와 함께 자라왔던 알록달록하고 작고 어여쁜 물고기들이 전혀 아니었다. 이곳의 주민들과 처음 낚시를 했을 때 그들이 이 물고기들을 낚은 다음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고는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물에서 끌어올리자마자 머리를 발로 밟아 퍼덕이지 못하게 하고, 낚시 바늘을 뺄 때는 미리 준비한 뻰찌를 이용했으며 녀석들의 이빨에 손가락을 물리지 않기 위해 두꺼운 가죽 장갑까지 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물고기들의 크기는 작게는 사오십 센티, 크게는 일 미터가 족히 넘는 것들이었다. 전투적이고 위협적인 짙은 갈색 색상에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거대한 입을 가진 대형 육식성 어류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인데 내가 캐나다인으로 이곳에서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바에는 이런 몬스터 급 녀석들과 빨리 안면을 트고 서로 잘 지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ㅎ


두 갈래로 뻦쳐오른 등 지느러미가 사나운 이 녀석은 농어(perch)과에 속하는 walleye로 눈이 커서 월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월아이는 캐나다의 영어권 지역에서는 피커럴(pickerel) 혹은 yellow pike로 불리기도 하는데 pike 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월아이는 캐나다 전역의 강이나 호수에서 서식하는 스포츠 낚시의 대표적 어종 중 하나인데 보통 70cm 정도까지 자라고 지금까지의 기록은 42 인치, 즉 1 미터가 좀 넘는 크기가 가장 큰 것으로 잡혔다고 한다.

어제저녁 해가 다 지고 난 후, 어스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즈음 내 호텔 바로 앞을 통과해 흐르는 Assiniboine 강에 나가 캐스팅을 시작했는데 이십여 분간의 캐스팅에도 감감무소식이었으나 이윽고 한 녀석이 형광 초록색 루어를 그 큰 입으로 꽉 물어 버렸고 난 캐나다에 온 지 거의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괴물 사이즈의 월아이를 낚아 올릴 수 있었다. 워낙 둔중한 몸짓의 물고기라 계속해서 퍼덕거리는 손맛을 느낄 수 있는 한국에서의 작은 물고기들에 비해 그저 서너 번 낚싯대가 무겁게 휘청거리기만 한 다음 녀석을 물가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60cm 정도가 되니 거의 다 자라난 녀석이었다.

녀석의 큰 입에 나있는 이빨은 날카롭고도 길어서 두꺼운 가죽 장갑을 끼고 준비해 간 펜치로 낚시 바늘을 빼낼 수 있었다. 워낙 크기가 큰 녀석이라 가져간 버킷에 물구나무서기로 처박혀 퍼덕거렸다. 토론토에서 살다 이곳으로 온 지 4년이 넘었지만 가을에 연못에서 송어를 잡아본 것 말고는 이렇게 유구하게 흐르는 역사적 강인 아시니보이네 강가에서 제대로 물고기를 잡아본 것은 처음이다. 사실 다들 크기 때문에 월척이라 칭하기 멋쩍긴 하지만.

호텔에 묶고 있던 위니펙에서 온 맥가이버라는 별명의 친구와 동행했는데 내가 잡고 나서 그에게 낚싯대를 건네며 한번 잡아 보라 했고 십여분 후쯤 그도 바슷한 크기의 walleye를 낚아 올렸다. 우린 두 마리의 수확물을 가지고 즐겁게 호텔에 돌아와 대형 싱크에 물을 받아 녀석들을 풀어놓은 뒤 관찰했다.

다음날 새벽,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아니, 낚시하는 아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라는 꿈속 캐나다 신선 할배의 일갈에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다섯 시 오십구 분! 날은 이미 밝았으나 잔뜩 구름이 낀 날씨에 가랑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어제저녁 낚시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욕심이 생긴 나는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낚싯대와 펜치, 장갑과 빠깨쓰를 챙겨 차에 싣고 강으로 향했다. 혹시 오늘 아침에도 또 잡히지 않을까, 이번엔 파이크로 보내 주셔요 라는 마음속 주문과 함께.

그랬더니 정말 파이크, 노던 파이크를 잡았다. 그것도 첫 캐스팅에! 별생각 없이 멀리 캐스팅한 후 릴을 천천히 감는데 한 반쯤 갑았을까, 갑자기 묵직한 댕김이 느껴졌고 이내 좌우로 흔드는 요동이 시작되었다.

 부슬비에 젖은 강가 진흙 모래밭으로 끌어올려진 녀석은 파이크였다. 이제껏 남들이 잡은 파이크들을 사진만 찍어 오다가 드디어 녀석을 내손으로 낚아 올라는 순간이었다. 침착하게 버킷에 강물을 담고 장갑을 낀 후 뻰찌로 녀석의 입가에 박힌 바늘을 제거한 후 버킷으로 구겨 넣었는데 워낙 큰 녀석이라 어제의 월아이와 마찬가지로 거꾸로 처박히며 계속해서 퍼덕거렸다. 호텔로 가져와 아들아이가 올 때까지 살려둘 요량으로 수초들을 뽑아 버킷을 덮어 녀석이 몸부림치다 빠져나가는 걸 막았다.

수년 전 이곳에서 무지개 송어를 잡아 봤고 이제 월아이 와 파이크도 낚아봤으니 연어와 철갑상어를 제외하고는 캐나다에서 서식하는 대표적 어종들은 한번씩 잡아본 셈이다. 한국에서처럼 작고 이쁜 고기들이 그립긴 하지만 대륙에 어울리는 대형 몬스터 물고기들과 씨름하는 것도 즐겁다. 낚시 역시 캐나다에서 즐길수 있는 소박한 스포츠 중 하나인데 특히 어물전이 없는 이곳 대평원의 복판에서 펄떡이는 생선을 대할수 있는 길은 내가 직접 낚아올라는 수 밖에 없다.



bye for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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