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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31. 2016

캐나다 스러움.. 괴물 물고기

life@the Prairie

호텔인수를 위해 이 마을에 처음 도착한 사년전 여름, 글렌 보이첵 사장은 여덟명의 직원들과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고, 우리 부부는 새로운 넘버 컴퍼니를 만들어 등록하면서 호텔 인수를 위한 제반 법적,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 두달에 걸처 연방 정부와 지방정부가 주관하는 다양한 관련 인허가를 득하고 은행 대출과 명의 이전을 위한 각종 어카운트 개설 및 법적 서류에 사인을 끝냈었다. 그 두달간 난 호텔에서 기거하며 비지니스의 각종 서비스들과 대상 고객, 직원 관리및 급여 지출 현황등을 바롯하여 레스토랑, 바, 슬롯 머신, 숙박, catering 비지니스들이 이루는 캐쉬 플로우, 주류와 그로서리, 각종 호탤 물품들을 딜리버리하는 벤더 상황등을 들여다 보며 나름 할만하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결국 final contract 에 이르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어달 동안은 생전 접해보지 못했던 호텔 비지니스라는 업태와의 허니문 기간이었다. 그래서 달콤하기만 했다. 오래전 우리의 결혼 허니문이 그랬듯 다가올 미래의 무게, 고난, 그에 따르는 모든 디테일을 모르는 상태에서 허니문은 말 그대로 달콤함 뿐이었다.

좌간, 그중 엉뚱한 달콤함도 있었으니 그것은 내가 호텔을 인수해 이 마을의 주민이 되면 꼬맹이들도 막 낚아 올리는 이런 멋진 물고기를 언제나 마음껏 잡아 올려 구워 먹고, 지져 먹고, 졸여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사년이 지난 지금도 이 물반 고기반의 강에서는 한마리도 낚지 못했지만.. ㅋ

글렌에게 낚시를 가자고 졸랐더니 글렌의 절친 도니와 여름 방학이라 내려와 있는 그의 손자들의 낚시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이 꼬맹이들의 낚시 솜씨가 보통들이 아니라서 어른들이 하릴 없이 농담이나 주고 받는 사이 파이크(pike)와 월아이(walleys)등의 대형 물고기들을 마구 낚아올리고 있었다.

눈이 커서 Walleye 라 불리는 녀석은 그 힘이 장사고 이빨이 날카로워 장갑을 끼거나 뻰찌등으로 바늘을 빼내야 될 정도다.

글렌과 도니는 연신 빈 낚시를 던져 보지만 정작 제데로 물고가를 낚아 올리는 강태공들은 아이들이었다.

오늘의 주인공 도니의 장손자의 뒷 모습은 거의 프로 조사에 가깝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부드럽게 비추는 가운데 나에게 뭔가를 보여 주겠다는 녀석의 의지는 결국 내 팔뚝보다 긴 화석 물고기 괴물 파이크를 낚아 올리게 했다. ㅎ

오늘의 낚시왕의 전리품에 글렌이 오히려 더 신나하며 포즈를 취하게 한다. ㅎ

변호사 아들과 국제 NGO에 근무하는 딸을 둔 은퇴한 도니 할배는 손자들과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인수했을 당시 호텔의 나이는 딱 백살이었다. 1912년에 건립된 호텔은 당시의 영국왕의 이름을 따라 킹 조지 호텔로 이름지어졌으며, 거대한 증기 기관차가 호텔앞을 힘차게 오가던 당시 사스카츄완주에서 네번째로 큰 번화한 타운이었던 이곳에서 마을의 구심점이자 커뮤니티의 모든 대소사들이 이야기 되던 곳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히스토릭한 호텔의 임자가 마을 주민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동유럽, 서유럽, 그리고 러시아계 백인에서 한국이라는 생소한 나라에서 온, 그것도 대도시 토론토에서 온 아무개가 인수한다는 사실에 말하기 좋아하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꽤 큰 이슈였다.

펄떡이는 물고기를 치켜든채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와 그 아들이 또 흐믓한 아빠..

도니 할배의 막내 손자가 낑낑 거리며 오늘의 수확물을 끌어 올린다. 도시에 살던 아이들이 방학이 되면 이렇게 시골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여 풍요로운 자연을 즐기며 신나게 논다. 이러한 광경들은 마치 내 어렸을적 상황과 너무 유사해 많은 추억에 잠기게 했다.


Talk to you l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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