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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an 07. 2019

이쁜 새들과 놀다

ice fishing@batka lake.sk

 단단하고 깨끗한 얼음 아래의 물고기들을 낚으러 왔지만 녀석들의 외면을 받는 바람에 더욱 유쾌한 방문객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거였다.

오늘은 바람 한점 없이 영하 10도 정도의 푸근한 날씨가 펼쳐진 가운데 난 바트카 호수에서 수잔과 로른 부부와 함께 아이스 피싱을 하기로 했었다. 지난번에 구입한 수동 오거(auger)로 구멍을 뚫었다. 60cm 정도의 얼음을 뚫는데 2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궂이 개솔린 엔진이 달린 자동 오거가 필요하지 않았다.

두시간 정도가 흘렀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깅을 좀 해줘야 하나..? 여름 낚시와는 물고기들의 분포가 다른것 같군. 딴 쪽에서도 탄성 소리가 나질 않는걸 보니 나만 못 낚고 있는건 아니야..

내 친구들인 수잔과 로른 부부는 오렌지색 단열 텐트속에서 낚시 중이고 난 그 바로 옆에서 두개의 구멍을 내고 자리를 잡았다. 나처럼 도시에서 살다온 로른 부부는 이곳 바트카 호수의 호젓함과 깨끗함을 사랑한다. 

로른네 역시 한마리도 낚지 못하고 있었고 우린 그저 적당한 수다로 겨울 얼음 낚시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다. 영하 10도는 이곳에선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두시간 이상을 아무 입질없이 기다리려니 역시 지루했다.

그때 어디선가 표르릉~ 새 한마리가 날아와 미끼로 쓰던 송사리를 물고 달아 났고 녀석은 다시 날라와 오거의 손잡이 끝에 앉았다.

이렇게 예상치 않았던 만남이 시작되었다.

지루함을 떨치려 난 불을 피우겠다며 호수 입구 바베큐 테이블 공간으로 올라 왔다.

눈이 잔뜩 쌓여 얼어있던 장작들을 포개 넣고 차안에 있던 두터운 광고선전책을 한장씩 찢어 불쏘시개로 사용하며 통나무 장작에 드디어 불을 붙였다. 만세!! ㅎ

로른 부부도 천막을 걷어 올라 왔고 마을 주민 친구 한명 역시 내 모닥불 주위에 모였다.

이렇게 눈이 가득 내려 앉은 숲과 호수에선 겨울잠을 자지 않는 동물 식구들의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 바트카 레이크의 하이웨이 건너편 매지 레이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사슴과 무스, 그리고 간혹 겨울잠에서 깬 곰들의 방문까지 받곤 하는데 이들에게 먹이를 제공할 경우 겨울 내내 지속적인 방문을 받을수도 있다. 사실 사람들이 야생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금지되어 있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도저히 먹이를 구할수 없어 인가로 내려오는 사슴 가족들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듯 하다. 슈렉의 고양이 처럼 애처러운 눈망울을 반짝이며 집 주인을 바라보는 사슴을 두고 어찌 그냥 돌아설수 있을까나..  

난 친구들에게 호수에서 먹이를 찾아 날아든 새 이야기를 했고 수잔은 미끼로 쓰던 송사리들을 탁자위 눈에 뿌려 놓았다. 녀석들이 금방 다시 날아올 거라며..

잠시의 기다림을 있고나서 녀석들이 주변 나무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곤 즐거운 관찰과 함께 겨울 토박이 새들과의 우리의 교감이 시작되었다. 이 녀석들은 Grey Jay 라 불리는데 워낙 사교적(friendly)이고 호기심이 많으며 똑똑한지라 사람들이 오면 주변에 모여 사람들과 사귈 기회를 엿보는 정도까지 된다. 특히 먹이를 찾기 힘든 눈내린 숲과 호수에서 사람들은 사겨볼만한 존재들인데, 사람들이 아이스 피싱을 위해 살짝 얼어있는 송사리들을 미끼로 쓰려고 가져 오기 때문이다.

이이스 피싱에서 물고기는 전혀 못잡았지만 우린 이 어여쁘고 깜찍한 새들을 지켜 보느라 신이 났다.

파닥거리는 녀석의 날개가 어찌나 싱그럽고 활동적이던지..

우리가 자신들을 해치지 않는다는걸 경험적으로 잘 아는 새들은 스스럼없이 날아와 언 송사리들을 한마리씩 물어 갔다.

캐나다엔 스노우 버드들이 많다. 캐나다에서의 Snow Bird는 오늘 우리가 눈속에서 만난 새들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겨울이 혹독하고 유난히 긴 캐나다의 겨울을 피해 남쪽 나라 미국의 아리조나나 텍사스 등지로 겨울을 보내려 내려가는 주민을 일컬어 스노우 버드라 칭하는데 주로 여유가 있는 시니어들이나 미국에 주택을 가진 연금 생활자등 이다. 해서 연초 쯤에 내려가 지내다 사오월에 다시 올라 오곤 한다. Snow Birds Association은 캐나다에서 꽤 큰 조직을 형성하고 있으며 활발한 정보제공및 교환을 통한 회원들의 권익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겨울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에는 동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들기도 하는데 그런 겨울이 지난 후의 사냥 시즌에는 각 동물들의 개체 분포에 따라 사냥 대상 동물이 대폭 줄어 들거나 금지가 된다. 주민들 역시 추첨에 당첨된 인원들만 사냥 허가를 얻을수 있게 된다.

마커스와 수잔은 예전에도 해봤다며 송사리를 하나씩 들고 새들이 물어가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어서 오렴 새들아~~ 수잔의 몸짓 외침.. ㅎ

이렇게 우린 새들과 놀면서 아이스 피싱을 하고, 눈속에서 불을 피우며 바베큐도 즐기며 산다. 사냥과 스노우 모빌링, 스노우 슈잉, 그리고 길고 긴 설원의 트래일을 따라 컨트리 스키를 타다 보면 긴 겨울은 어느덧 지나고 푸른 계절이 오게 된다.

사람들은 이곳의 겨울이 너무나 춥고 길다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도 이 긴긴 겨울을 불평하며 산다. 하지만 겨울만이 주는 미학적, 도가적 취향을 즐길수 있게 된다면 종종 감사함과 뿌듯함이 차오르기도 하고, 자연의 또 다른 모습을 대하며 큰 희열을 느끼기도 하며, 우리의 일상적 삶이 혹독한 겨울에도 변함없이 영위될수 있음에 한없이 겸손해지기도 한다.


I love 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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