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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Mar 02. 2020

at the bar

three brewers@toronto

이곳은 애일(Ale) 양조시설을 제대로 갖춘micro-brewery로 3층 구조의 입체적 내부 인테리어가 매우 돋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라거 맥주가 없어 자주 찾지는 않았지만 공간 자체를 즐기는 입장에서 가끔 오곤 하던 곳이었다.

3 Brewers는 몬트리올에도 있어서 그곳엔 몬트리올 여행 중에 딸아이를 데려 갔었다.

꽤 넓은 공간 3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2층과 3증에 아늑하고 입체적으로 마련된 단체 공간들이 많아 회사들의 communication dinner 장소로나 여러 친구들과의 모임에 적격이었다. 또한 이들이 맥주를 빚어내는 마이크로 블루어리 시스템을 친절한 가이드가 설명을 해주는 투어 프로그램도 있어 토론토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도 즐거운 곳이 될 것 같았다.

이곳 토론토 지점엔 아들 녀석도 두어번 데려 왔었다.

미국의 좀 규모가 있고 흥겹고 유쾌한 주인이 있는 술집에 가면 거의 위스키 잔 정도 크기의 여러 샘플러 잔들을 잔뜩 들고 와서는 맛보고 골라 주셔요.. 하는 경우가 있다. 위스키 처럼 한입에 털어 놓는 정도의 양으로 맥주 맛을 가늠해 보긴 힘들지만 무지 재밌는거다.

토론토에서 가장 땅 값 비싼 시내 중심 Yonge-Dundas 거리 한 복판에 위치한 3 Brewers 라는 마이크로 블루어리 술집은 아마도 왕년의 양조장을 경영하던 딸기코 아저씨들 셋이 모여 내것이 더 맛있니, 네 것이 더 맛있니 하며 옥신 각신 하다, 우리 제대로 한번 제대로 술집 안에다 양조장 만들어 맛을 겨뤄 볼까! 그래서 만들어진 세명의 양조장꾼 이 아닐까. ㅋ

오늘의 이 샘플러들은 보다시피 양이 장난이 아니며 따라서 절대 공짜일 수 없는 엄연한 메뉴의 일부다. 난 원래 저온 숙성인 라거 생맥주를 즐겨하기 때문에 향취가 강한 이러한 Ale 맥주들은 거의 마시지 않는데, 그 떨칠 수 없는 호기심 땜에 시키고 말았다. 블론드에서 시작하여 은은한 호박색이 짙어지면서 급기야는 거의 꼬냑색을 띄는 저 애일 맥주들은 마시기엔 별로 였지만 보기엔 참 그럴듯 했다. 매혹적으로 화장한 여배우 라고나 할지.. 그런데 이런 샘플러들은 친구들이나 동료들과 여럿이 어울려 왁자지껄 흥겹게 마시며 즐겨야 되는데 그저 친구라곤 저 따스하긴 하지만 말 못하는 목도리와 제 말만 실컷 쏟아 내놓는 저 두꺼운 소설책 밖에 없으니.. 하지만 아무것도 공유하기 힘든, 혹은 불가능한 부류의 사람들과 마주해 있는 다는 사실은 거의 고문에 다름 아니기에 난 벙어리 이거나, 펼치기만 하면 언제나 재잘거리는 쟤네들을 누구 보다 아낀다. 어쨌든, 거의 알콜 중독자가 아니고서는 각기 300cc 가 넘는 네개의 잔을 놓고 앉아서 이잔 저잔 혼자서 주거니 받거니 다 비워햐 한다는 것은 실로 기괴하다 아니할 수 없는데, 당연히 다 못마셨다. 주변 극장에서 시작하는 영화 시작 전에 잠시 들어와 있었던 것이기도 해서..

한번은 혼자 맥주를 홀짝이다 single-point-of-failure 란 단어가 떠오르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적이 있었다.

..

살다 보면  온갖 종류의 별의  類의 인간들을  만난다.. 머리를 절레 절레 흔들며   있는 이러한 코멘트는 내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인간 군상에 관해서는  우물안 개구리 였다. 누구 보다도 다른 나라들을 방문한 경험이 많았고, 누구 보다도 많은 다른 문화, 다른 인종, 다른 언어의 사람들과 일해  경험이 많았던 나였지만 어느 나라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건, 상식이 통했고, 쓰는 용어가 유사했으며 일상적 삶의 패턴 역시 매우 유사했었다. 궂이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나라 별로 선호되는 음식 종류 정도. 동시대를 살아 가면서 누려온 어느 정도 이상의 품질이 유지되는 제도권 교육을 이수해 가면서, 정상적으로 영위해 오고 있는 가정 생활, 그리고 어느 정도 유사한 지위를 누릴  있는 직업등에 따라 공히 형성될  있는 매우 닮아 있는 삶의 철학, 세계에 대한 비슷하고도 그만 그만한 문제 의식, 그리고 동종 산업군 내에서 쌓아가고 있는 커리어와  비슷한 연배에서 나오는 동질성, 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기 힘든 현재의 관심사 등등.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런  알았다. 어느 정도 비유적으로 말을 해도 금방  알아듣고, 다음을 이어가고, 매우 유사한 삶의 문맥 속에서 커뮤니케이션 상에서 벌어질  있는 몰이해나 곡해가 최소화되고, 무엇을 이야기 하던 필요 이상의 설명등이 요구되지 않는 소위 또래 집단 속에서의 푸근함과 용이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제도권 조직에서 벗어나 온갖 중소 규모 조직과 벌거벗은 개인들이 겨루고 있는 江湖로 내려오자 세상은 정말 달라도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었다. 그리  시간은 아니 었지만 짧게, 짧게 한국의 중소 기업등을 경험하게 되면서 조직을 분석하고 업무를 분석하고, 급기야 어느 조그만 조직에서는 짧게 나마 사장의 역할도 해가다 보니, 와우.. 이거, 사람들이 내가 알던 사람들과 전혀 다르구나.. 자신의 법적, 금전적 이해에 따라 낯빛 하나 바뀌지 않고 다른 이들을 기만할 수도 있구나. 법을 어겨도 관행이라며 우기며, 오히려 무슨 훈장처럼 생각할 수도 있구나. 공장 내에서 사보타지를 벌이거나, 협력업체와 짜고 회사를 협박을 해도 어찌 제재할 방도가 없을 수도 있구나!! 중국에서 만나본  고객이라는 인간들은 도무지 믿음이 안가는 회사 영업사원과 연결된 사기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힘들수도 있구나. 물론 거대 조직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company lawyer 들이 교묘한 법리 해석으로 교통 정리하기도 하고, 거대한 업무 프로세스 자체에 분산되어 스며들기도 하며, 리스크 관리 혹은 위기 관리 시스템의 이름으로 수행되기도 하고, 엄청난 보험에 가입하여 demage 최소화 혹은 전가 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차원에서,  엄청난 폐해를 저지르면서도 전혀 문제가 없을  있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있도록 역활과 책임을 분산과 공유시키는 교묘한 시스템으로 돌아갈  있는 자기식 대로의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기 마련인데, 그렇지 못한 작은 조직 혹은 개인들 간의 비지니스 에서는  개인 개인이 그러한 요구되는 악역을 개인의 이름을 걸고 해야 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누군가를 신뢰할  없다면, 누군가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고의로 일을 망쳐 버린다면, 돌이키기 힘든 single-point-of-failure 상황,  하나가 부서지면 전체가  주저 앉아 버리는 지경이 쉽게 가능하게 된다. 거의 본능적으로 그러한 single-point-of-failure  형성되지 않도록 조직 생활을 해왔던 나로서는 back-up 체제나 시나리오에 근거한 위험 관리가 도무지 될수 없는 이러한 작은 규모의 조직 관리에 상상할  없는 심적 부담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기본적 불신을 하게되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 하나가 조직의 critical 업무를 도맡아 하거나, 미덥지 못해 오너가 주요 업무를 도맡아 하게 되거나, 인적 대안이 전혀 없는 중소규모 조직의 실상은 제도권 조직의 시각으로서는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형국으로 운영되오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었는데, 수퍼맨적 능력을 발휘하며 비지니스적 고공 외줄타기를 계속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칫 균형을 잃을 경우 대부분 회생 불가의 상황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쨌든 정말 황당한 경험을  적이 몇번 있었고  당시 기억을 하면 정말  웃음만이 나오게 되면서 그러한 상황에서 벗어나올  있었던 내가 '운이 좋다'  생각만이 자꾸만 들게 된다.

이곳은 이렇게 혼자 시내를 산책하다 들러 간단한 식사와 어여쁜 애일을 한잔하며 책을 읽거나, 옛생각에 잠기곤 했었다.

이곳은 주로 독일 풍의 메뉴가 많았는데, 연어 샐러드도 아주 맛있게 먹었었다. 강추!

I really liked the 'Smoked Salmon & Shrimp Salad'. Ingredients were those of lovely half cut boiled egg, good pieces of avocado, fresh onion rings, chunks of tomato, overwhelmingly dark green cucumber, and not quite greasy dressing for the nice slices of well smoked salmon though a couple of shrimp were too small to pick them up.  ^,~


bye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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