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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04. 2016

하야부사의 장렬한 산화

hayabusa asteroid probe.japan

아주 오래전 KAIST 연구원 시절, 오사카 대학 박사 출신이었던 팀장과 함께 연구 업무 협의 차 일본의 츠쿠바 과학기술 연구 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의 대덕 과학기술 연구 단지가 결국 일본의 츠쿠바 센터를 벤치마킹한 것인데 널찍하게 잘 조성된 과학 기술 도시 답게 낮은 건물들을 위주로 울창한 나무도 많았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당시 방문한 곳이 인공지능 분야의 기계 시각, Machine Vision 쪽이었는데 한 사람의 지도 교수 혹은 지도 과학자 밑에 조수격인 석박사 과정들이 달라붙어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이었다. 우리의 KAIST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당시 발표되는 논문의 수준이나 편수등은 현격한 차이를 보였었고 아직도 기본적 과학기술의 수준의 차이는 그리 많이 메꿔지지 못한 것 같다.

발빠르고 스마트한 시장 분석과 공격적 마케팅, 오너 들의 빠른 의사결정,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 더 이상 좋을 수 없이 저평가 되어있는 원화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어느 정도의 기술 수준은 제품 별로 이미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로 치닫고 있긴 하지만, 제품을 구성하는 주요 핵심 부품을 비롯한 기초 과학 분야의 수준은 아직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우주 개발 분야의 발사체, 위성체, 탐사체, 로보틱스, 원격제어, 금속재료 공학, 그리고 첨단 도료 등의 분야에서의 한국은 이제 발을 좀 디딜려고 하는 초보적 수준인 것이다.

7년만의 귀환이었다. 일본의 과학 기술 수준 뿐 아니라 과학자들과 관련 기술자들의 일본식 집념을 극명하게 보여준 이 프로젝트로 우주 개발의 입장에서 일본 역시 초강대국 임을 여실히 보여 줬다. 지구 궤도로 들어서 귀환 신고를 마치고 장렬히 산화해간 탐사선 하야부사의 일생에 고무되어 일본 국민들은 열광에 열광을 거듭했다.
한편 당시 한국에서는 도대체 로킷의 발사 실패 원인이 뭐였는지, 발사체 어디서 뭐가 어떻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도 모르는 황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질타와 격려등에서 이미 멀어져 관심 밖으로 밀려 나버린 나로호 추락 사건은, 그러한 국민적 무관심으로 인해 관련된 정책관리자들과 과학기술자들이 오히려 한숨 돌리고 있을 게 분명했었다. 후발 주자인 만큼, 한국의 우주 개발 수준은 그저 초라할 뿐이지만 이제까지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본의 아성이었던 자동차와 반도체와 모바일, 그리고 가전 부분들을 한국이 일본을 추월해 달리고 있는 만큼, 우주 개발 분야도 언젠가 일본을 넘어 일류 지평의 새 차원을여는 국가의 대열에 합류할것이다. 과학계의 명민함과 불굴의 의지가 정치계와 정부관료의 무능함을 뛰어넘을수 있을때..


지구와 화성 사이의 이토카와 라는 비구형 소행성(asteroid)의 표면 샘플 채취를 위해 2003년 발사된 Hayabusa (Peregrine Falcon.. 송골매)란 이름의 이 탐사선이 기관고장과 통신두절등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7년 만에 임무를 마치고 귀환하며 지구 궤도로 진입 후 산화했다. 탐사선이 2초 동안 혜성의 표면에서 채취했다고 알려진 샘플이 들어있는 캡슐은 무사히 지구에 떨궈뜨려 준 다음에..

하야부사가 담은 이토가와 소행성의 완벽한 모습.
이토가와 소행성은 1998년 미국의 LINEAR 프로젝트, 즉 지구에 근접한 소행성을 찾는 연구 프로젝트에 의해 발견되고 2000년 일본이 이 행성에 대한 탐사계획을 발표하자, 행성의 이름을 일본 로켓 공학의 선구자였던 히데오 이토가와 박사의 이름을 따서 공식적으로 명명하게 된다.
.. 널 이제 25143 Itokawa 라 부르노라.
소행성에 제대로 착륙하여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크기가 540m x 270m x 210m 정도의 길쭉하고 못생긴 감자같은 소행성에 아주 잠시라도 착륙하여 표면의 먼지 정도는 적어도 담아 왔으리라고 기대되는데 이것은 착륙 후 구슬을 쏴 표면을 깨부숨과 동시에 파편을 수거하려 했던 샘플 채취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의 여부가 아직 불확실 하기 때문이다.

球형이 아닌 비정형의 소행성에 착륙한 사례는 세계 최초로 기록될 것이고 하야부사가 소행성에 도달해 그 모습과 회전, 지형, 색상, 구성요소, 밀도 그리고 행성 생성 이력까지 연구할 수 있게 한 것은 인류의 우주 개발사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전에 갈릴레오 와 Near Shoemaker 등의 탐사선이 Itokawa 근처에 간적은 있었지만 행성 표면에 착륙한 건 하야부사가 처음인 것이다. 착륙에 성공했다는 것이 확실히 밝혀진다면.. 또 일본의 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시 오랜 불황 아래 경제의 호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상황속에서 역경과 고난속에서도 불굴의 의지과 각고의 노력으로 임무를 완수한 하야부사를 둘러싼 과학기술자들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았던 그 탐사선 자체의 스토리를 보며 어찌 기쁘지 않았겠는가.

일본의 우주탐사청(JAXA)이 제작한 듯한 위 유튜브 영상의 나레이터는 마치 영주가 사무라이 무사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듯한 말투로 탐사선에게 말을 한다.
.. 하야부사, 네 임무가 뭘 뜻하는 줄 알겠나?
.. 넌 이제 태양계 형성 초기의 비밀을 풀어줄 수 있는 46억전의 세계로 날아가는 거다.

하야부사 탐사선의 표면 샘플을 담은 캡슐은 모선과 분리되어 지구로 귀환했는데 이토가와 소행성의 표면에서 채취한 먼지나 암석 알갱이들이 들어있을 것으로 가대되는 그 캡슐은 호주의 어느 사막으로 떨어져 내렸다 한다.

일본 과학계는 인류를 위해 정말 대단한 업적을 쌓았다. 정말 대단한 것은 수년간 지상 관제소와 탐사선과의 통신이 두절되었음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그 과학자들과 관련 엔지니어들을 믿으며 지속적으로 지원해준 일본 정부와 관련 행정기관의 든든한 손길이 뒤에서 버텨주기 때문에, 또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는 국민이 있기때문에 가능하리란 생각이 든다.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었을 이 탐사 프로젝트의 예산 수립과 실행을 가능케 한 납세자 로서의 국민 말이다.

한편 대선 공양으로 내세웠던 달 탐사일정이 미루어질수 밖에 없는 한국의 우주과학기술 개발 현실은 과학을 대하는 한국의 정치인들과 관련 관료들의 자세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과학자들을 마치 군인 대하듯 으름장으로 밀어 부치며 과학계에서 제시된 일정을 마구잡이로 정치 일정화 하는 구태가 한국에서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는게 분명하다. 국가과제로 주어지는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예산을 투입해주는 갑이라는 입장에서, content knowledge 와는 전혀 거리가 먼 정부의 말단 주사들을 비롯, 자신들의 입신에 직결되는 관련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얼마나 과학기술자들을  무안을 주고, 비아냥 거리고, 겁박하고 있을지 그림이 그려진다. 국민이 피땀흘려 벌어 바친 세금을 볼모로. 우린 빠르게 움직이는 무정형의 혜성에는 커녕, 거의 완벽한 구체로 정해진 궤도로 돌고 있는 달에 조차도 뭘 보낼 형편이 아직 되지 못한다.


it's sooooo s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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