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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shin Jul 03. 2016

영원한 팔에 기대어

True Grit aka 더 브레이브 or 트루 그릿

종교가 뭔지도 몰랐던 어렸을적 춥지만 정갈했던 시골 교회의 양초 바른 마루 바닥에 앉아 따라 불렀던 그 찬송가는 내가 평생을 살면서 가끔씩 되뇌이게 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되었다. 마치 우리의 노래 아리랑과도 같이 단순하면서, 서글프기도 하지만 왠지 위로가 되는, 요즘 유행한다는 소위 힐링적 음률과 서정성을 가졌달까.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항상 기쁘고 편안하겠네 영원하신 팔에 안기세..

존 웨인 주연의 서부시대 복수극 True Grit을 코엔 형제가 리바이벌한 영화 내내 이 찬송가는 아주 느리게 계속 흐른다. 거의 전지전능한 주인공이 악당들을 끝까지 추적해 사단을 내버리고야 마는 전형적 서부 활극을 기대했다면 이러한 음색과 가사의 곡이 가당키나 한것이었을까. 하지만 난 전반부 몇개의 에피소드가 지난 후부터는 그 부드럽고 따뜻한, 그리고 느린 이 음악에 '압도적으로' 꽂힌채 영화를 볼 수 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신기했던것은 죽은자들, 살해된자들의 모습이 계속해서 비춰지지만 그때마다 이 곡의 음률이 함께하면서 분위기가 비현실적으로 부드러워진다는 거다. 목이 매달리고, 얼굴에 총구멍이 나면서 피범벅이되고, 고통에 입이 잔뜩 벌어져 꽁꽁 얼어버린 시체들 등등이 이 곡의 가사대로 영원한 팔에 안겨 영원한 안식에나 들어서고 있는듯, 화면에 비춰지는 죽은자들의 모습에서 별다른 공포나 전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감독이 선택한 이 착하고 따스한 곡조에 실려 죽은자들은 말없이 그들의 세계로 떠나고 산자들은 그들의 몫을 위해 또 어디론가 떠난다. 그 사이 거대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은 인간들에게 터를 제공하며 그들의 삶과 죽음을 조용히 목도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이 음악처럼.

아빠의 복수를 위해 말도 않되는 여정을 떠나는 이 당찬 딸래미의 연기를 보는건 큰 즐거움이다. 이 소녀가 진정한 true grit 이다. 영화 내내 흐르는 Leaning on the Everlasting Arms 은 이 소녀  Mattie 의 theme 이다.

악당이라고는 하지만 나름 적당한 선을 지킬줄 아는 악당을 보는 것도 영화의 즐거움일 것이다.

현상금 사냥꾼, 바운티 헌터나 다름없는 듯한 연방 보안관은 그 시절 그 장소에 살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던듯 제프 브릿지스의 연기는 참 너무 자연스러웠다.  은행을 털곤 했지.. 은행은 악당이거든 에헴.

고지식해서 멍청해 보이기도 하고, 어줍잖은 허풍에, 급기야 혓바닥까지 찢어져 발음조차 제데로 되지 않게 되어버린 텍사스 레인져 역의 하바드 출신 맷 데이먼을 보는건 진짜 웃기다. ㅎ

한때 두둑한 배짱으로 무법천지의 서부 시대를 풍마했던 True Grit 들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서커스의 한켠에서 서부 활극 재연 단원들로 연명하고.


ci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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