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lular Reprogramming
줄기세포는 억울하다. 밤낮없이 자신을 쪼개고 쪼개어 피와 살(이 되는 세포들)이 되어주건만, 막상 돌아오는 건 스캔들뿐이다. 10여 년 전 황우석 박사와의 언짢은 관계로 언론의 뭇매를 맞고 조용히 실험실에서 잠적 중이었는데, 최근 높으신 분들의 줄기세포 시술 의혹으로 다시 달갑지 않은 관심을 받아서 자아 분열이 올 것만 같다. 아무리 자아 분열이 특기인 줄기세포 라지만, 이러다 제 명에 못 죽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줄기세포의 명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되려 자기들이 제 명에 죽지 않으려 줄기세포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 벨몬테 (Juan Carlos Izpisua Belmonte) 박사 연구팀은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응용해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나이가 들면 세포도 스트레스나 손상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드는 세포의 노화가 일어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역분화(Cellular reprogramming)라는 과정을 이용하여 세포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을 개체 수준에서 처음으로 확인하였다. 다행히 이 연구는 이용당하는 줄기세포도 흡족해하지 않을까 싶다.
줄기세포는 능력이 많다. 여러 가지 세포가 될 수 있는 능력 (만능성) 말이다. 상황에 따라 피(혈구세포)가 될 수도, 살(피부세포)이 될 수도 있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몸에 있는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 세포 분열을 하여 세포 수를 늘리기 시작하는데, 이 무렵 갓 만들어진 세포들은 바로 이 만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피가 되거나 살이 되고 난 후에는 다시 원래의 줄기세포가 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쉽게 말해서, 한번 뜨거운 맛을 본 삶은 계란이 다시 흐물흐물한 날계란이 될 수는 없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 논리를 뒤엎고 삶은 계란이 날계란이 되는 방법이 2006년에 발표된다. 그것도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당시 야마나카 (Shinya Yamanaka) 박사 연구팀은 줄기세포의 만능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무엇인지 찾고 있었고, 본인의 연구와 다른 실험실의 발표된 연구를 바탕으로 만능성에 필요한 24개의 유전자를 추려냈다. 이 24개의 유전자가 있어야 – 엄밀히 말하면, 이 유전자들이 만들어 내는 24개의 전사 인자가 있으면 – 줄기세포는 어느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다. 야마나카 연구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미 분화를 마친 피부세포에 이 24개의 유전자를 넣어줘서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 cell)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분화를 마친 세포를 다시 줄기세포로 만드는 과정을 역분화라 한다. 이윽고 24개 유전자를 더 추려나간 끝에, 역분화에 꼭 필요한 4개의 유전자를 찾아낸다. 이 4개의 유전자는 연구자의 이름을 물려받아 ‘야마나카 팩터’라 불린다. 단 4개의 야마나카 팩터만 넣어주면 이제 삶은 계란은 날계란이 될 수 있다.
세포 입장에서 보면 역분화가 일어나는 것은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과 같다. 피부세포로 제법 살맛(?) 나던 찰나에, 다시 예전 자신이 무엇이 될지도 모르던 수정란 무렵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에 있는 이에게는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달가운 일이 아닐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 추억의 아름다움을 깨달은 이에게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 간절한 일이 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벨몬테 연구팀은 역분화를 통해 늙은 세포의 시간을 반쯤 거꾸로 돌려 개체의 회춘이 가능한지를 실험해 본다. 세포의 역분화에 필요했던 4개의 야마나카 팩터를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실험 모델인 쥐에서 발현시켜 쥐의 노화를 늦춰보고자 했다.
문제는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데, 너무 많이 돌리면 안되고 ‘반쯤 적당히’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늙은 세포의 회춘이 목적이지, 이것이 과해 줄기세포와 같은 상태가 되면 곤란하다.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다른 연구팀이 몇 해 앞서 같은 목적으로 야마나카 팩터를 쥐에서 발현시켜 보았는데, 불과 4일 만에 몸에서 암이 발견되었다. 통제를 벗어나 분열하는 세포들이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 암인데, 애꿎게도 줄기세포도 자가 분열이 특기인지라 애먼 시기와 장소에서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게 된 세포들은 암이 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시 아까 계란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이번에도 당신은 계란을 삶고 있다. 그런데 적당히 삶아 반숙을 먹고 싶었건만, 본의 아니게 삶는 시간이 길어져 완숙이 되었다. 누군가는 충분히 익은 계란의 촘촘한 질감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오늘 당신은 촉촉한 반숙이 먹고 싶다. 완숙을 반숙으로 만드는 레시피를 찾던 차에, 옆집에서 완숙을 날계란으로 만들었단 얘기를 듣는다. 당신은 옆집과 비슷한 레시피로 완숙을 반숙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또 다른 옆집에서 먼저 이렇게 했다가 완숙이 반숙을 넘어 상한 날계란이 되어버렸단 소문을 듣는다. 어머니는 레시피를 알고 계실 것 같은데, 물어보면 ‘그냥 적당히’ 하면 된다고 대답하실 게 뻔하다.
항상 이 ‘적당히’가 어렵다. 많은 경우 적당히를 찾는 방법에는 이렇다 할 왕도가 없다. 부단히 시도해 보고 실패하면서 적당한 지점에 서서히 한 걸음씩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벨몬테 연구팀의 이번 회춘 연구는 일부 매체에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인 것처럼 화려하게 포장한 것과는 달리, 중심이 되는 아이디어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연구는 아니었다. 역분화를 통해 노화를 늦춰보자는 아이디어는 이미 2011년에 ‘세포’ 수준에서 검증되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개체’ 수준에서, 늙은 쥐가 가진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줄기세포가 되지 않고 그 중간 지점인 젊은 세포에서 멈추게 하는 ‘적당한’ 역분화 레시피를 찾는 데 사실상 핵심이 있다.
항상 이 ‘적당히’가 어렵다.
많은 경우 적당히를 찾는 방법에는 이렇다 할 왕도가 없다.
부단히 시도해 보고 실패하면서 적당한 지점에
서서히 한 걸음씩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적당한 레시피를 찾지 못해 암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벨몬테 연구팀은 5년 동안 야마나카 팩터가 발현되는 정도와 시간을 늘려보기도 하고 줄여보기도 한 끝에 야마나카 팩터의 스위치를 2일 동안 켜고 5일 동안 끄는 이른바 주 2일 근무제(?)를 도입함으로써, 마침내 빠르게 늙어가고 있던 쥐의 노화를 역분화를 통해 늦추고 수명을 30% 정도 늘리는데 성공한다. 야마나카 팩터의 스위치를 4일 동안 켰을 때 암이 생겼던 이전 연구를 생각하면, 불과 이틀 차이로 삶이 연장되기도 하고 삶이 망가지기도 하는 것이다. 완성된 논문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주 2일 레시피를 찾아내는 데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망스러운 시기가 있었음을 같은 업계에 있는 연구자들이라면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 끗 차이로 생사가 결정되는 생명의 경계가 오묘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도, 그 얇은 경계를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에게는 녹록지 않은 도전을 안겨주는 대목이다.
실은 야마나카 팩터를 이용해 세포의 역분화에 성공했던 2006년의 연구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분화된 세포를 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만든 것은 야마나카 연구 팀의 빛나는 성과이지만, 분화된 세포가 만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보다 무려 40여 년 앞선 1962년에 거든 (John B. Gurdon) 박사의 올챙이에서 새로운 올챙이가 만들어지는 실험을 통해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 공로로 거든 박사와 야마나카 박사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이때부터 세포의 만능성을 이용한 복제 실험들이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천천히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고, 1980년대에 배아 줄기세포가 배양되고 그 후로 이 줄기세포의 만능성을 주관하는 유전자가 밝혀지면서 서서히 세포의 역분화를 발견하게 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번 발견은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인간의 노화를 늦추기 위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이제 고되고 더딘 점진적인 진보의 과정에 이제 막 발을 내디뎠다. 완숙이 반숙이 될 수 있다는 명제가 가능성으로만 머물지 않으려면, 만들어진 반숙을 수많은 미식가들에게 먹여 보고 진짜 반숙이 맞는지 맛, 식감, 영양소를 검증해야 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학계와 제약 회사의 과학자들이 이 가치 있는 시간을 엄격한 실험으로 묵묵히 채워나갈 것이다. 섣불리 반숙이 아니라고 판단하지 말고, 섣불리 반숙이 맞다고 우기지도 말자. 더 이상 줄기세포를 억울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하겠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