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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tage Festival

8월의 시작을 알리는

by Peter의 Konadian Life








에드먼튼의 헤리티지 축제(Heritage Festival)는 매년 8월 초 Heritage Weekend - 보통 Civic Holiday가 포함된 3일간의 연휴 주말 - 에 열리는 명실상부한 캐나다 최대 규모의 다문화 축제이다.

헤리티지 축제 안내도 (William Hawrelak Park)

매년 8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이 축제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캐나다 사회 속 다문화 공존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가 되고 있다.

기록을 보면 헤리티지 축제는 1976년, 에드먼튼 헤리티지 축제 협회(Edmonton Heritage Festival Association)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단 11개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소규모 행사였으며, 한국도 그 첫 참가국 중 하나였고 11개 나라에 해당하는 각 커뮤니티는 전통 음식, 공연, 공예품 등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문화를 소개했다.

세월이 흐르며 축제는 꾸준히 성장해서 2015년 40주년 기념행사에서는 60개 이상의 파빌리온(pavilion: 대형천막)에 85개 문화 공동체가 참여했고, 이후 2017년에는 사상 최대인 약 5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캐나다 최대의 다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부득이하게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매년 여름마다 시민들에게 활력을 주었던 축제가 멈추었을 때 느낀 아쉬움은 그만큼 축제가 에드먼튼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25년 축제는 8월 2일 ~ 4일까지 68개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대형 행사로 확장되어 진행했었다. 초기의 11개 공동체에서 수십 년간 발전해 60개 이상의 파빌리온과 85개 이상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다문화 축제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에드먼튼이 가진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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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에드먼튼의 헤리티지축제는 윌리엄 하울락 공원(William Hawrelak Park)에서 열려왔다. 노스 사스캐처원 강(North Saskatchewan River) 계곡에 자리한 이 대규모 공원에는 1967–68년과 1973년에 지어진 오종서주의 서양 모더니즘 양식의 파빌리온 건물 5개가 있으며, 역사적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또한 헤리티지 앰피시어터(Heritage Amphitheatre)는 서부 캐나다 최대의 야외 공연장으로, 약 2,900명을 수용하며 여름철 다양한 공연의 장이 되어왔다.

Heritage Amphitheatre in Hawrelak Park

그러나 2023년부터 하울락 공원의 대규모 리노베이션으로 인해 축제의 행사 장소가 에드먼튼 엑스포 랜즈(Edmonton Expo Lands)와 보든 파크(Borden Park)로 옮겨졌다. 50주년을 맞은 2025년에도 두 장소에서 68개 문화 공동체가 함께 축제를 진행했다.



헤리티지 축제를 진행하는 동안 각국의 파빌리온에서는 전통 공연(음악과 춤), 음식, 전통 의상, 공예품, 사진 및 이야기 전시가 펼쳐진다. 일부 파빌리온에서는 역사 재현이나 미디어 전시(예: 웨일스의 반란 재현) 같은 특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렇게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모든 세대가 직접 체험하며 세계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 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다양한 민족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축제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인식, 이해, 존중을 증진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캐나다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공동체들이 화합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축제의 수익 일부와 음식권 기부는 지역 푸드 뱅크에 전달되며, 2014년에는 약 10만 달러가 기부되기도 했다. 즉, 단순한 문화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나눔의 장으로도 기능하는 것이다.

한국 파빌리온은 매년 다양한 공연과 음식을 통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사물놀이, 태권도, 부채춤, K-pop 댄스 등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가 펼쳐지고,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직접 한국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며 자원봉사로 축제를 지원한다. 수익금의 일부는 기부되며, 이는 한국 커뮤니티의 사회적 기여를 잘 보여준다.

내가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온 2008년에는 축제에 대해 이야기는 들었지만 직접 가보지 못했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아내와 함께 아이들에게 “캐나다에서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매년 행사장을 찾았다.

특히 큰아이가 사물놀이를 배우면서부터는 우리 가족의 참여가 더 특별해졌다. 큰아이는 중학생 때부터 장고와 꽹과리를 연주했고, 고등학생 시절에는 12발 상모 돌리기까지 배워 무대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2011년 여름 한국에서 오신 할머니와 고모 앞에서 공연을 보여드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던 큰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전공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공연 참여를 멈췄지만, 둘째가 그 뒤를 이어 중학교 9학년부터 사물놀이 공연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단순히 무대에 서는 것을 넘어 사물놀이 팀원들이 자체적으로 준비해서 한국에서 사물놀이를 전공한 전문가들을 초빙해 단기간이라도 새로운 연주 기법을 배우면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물놀이 멤버들이 연습장에서 연주에 흠뻑 빠져버린 모습으로 땀에 젖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매주 일요일마다 마땅한 연습장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알음알음 지인들을 통해서 휴일에 비어있는 태권도장등을 빌려서 땀 흘려가며 다음 공연을 위해 꾸준히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딸아이가 사물놀이를 새로이 시작하는 이민 1.5세 또는 이민 2세 학생들에게 사물놀이 전수에 힘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부모로서 그리고 한국인으로서도 더없이 대견할 따름이다.

에드먼튼 헤리티지 축제는 나와 내 가족에게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문화체험의 커다란 장이다. 이 축제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민족의 문화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며,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나누고 확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계속 이어져, 에드먼튼 뿐 아니라 캐나다 사회 전체에 다문화 공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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