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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Jun 28. 2020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인간의 미래

우리는스스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진격의 거인>이라는 일본 만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이 제목을 듣는 순간 흥분할 수도 있겠다.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기다릴 수 없어서 일본에서 만화로 발행이 된 것을 몰아서 보곤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대장정의 끝을 향해 가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피해자로만 생각했던 우리 편(주인공)이 사실은 가해자였고, 높은 성벽으로 시민을 가두어 놓은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그들의 왕이었다는 것.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자신의 종족이 더 이상 세상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멸종시켜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아... 스포가 되었다면 죄송합니다ㅠ)


이곳의 시민들은 기억을 잃고 영문을 모른 채 성벽 안에 갇혀 산다 (출처: <진격의 거인>)


만화를 볼 때는 작가가 도대체 이런 세계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감탄했는데, 이번에 <영양의 비밀> 책을 읽으면서 이 만화에 나오는 거인 종족이 호모 사피엔스를 빗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모 사피엔스처럼 배타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동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 에서 왕은 자신의 종족을 '악'으로 규정하고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호모 사피엔스는 가는 곳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호모 종들을 포함한 생물들을 멸종시켰다. 서식지를 파괴하고 스스로의 터전을 황폐화하는 것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생명다양성 재단의 최재천 박사는 이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축소시켜 시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출처: 유튜브 <생명 다양성 재단>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난 건 자정 가까운 시간이다. 르네상스가 1초 전이니 산업 혁명 후 본격적으로 환경을 파괴한 시간은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양의 비밀>에서 행동 생태학 박사 프레드 프로벤자는 이 짧은 시간을 다시 다섯 단계로 나눈다. 개척/교역/풍요/지성/쇠퇴의 시대가 그것인데, 특히 '쇠퇴의 시대' 특징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그대로 적어놓은 듯 하다.


*쇠퇴의 시대
: 도덕적 타락과 방종, 부패와 불의, 자아도취, 겉치레, 심미주의, 쾌락주의, 소비 지상주의, 물질주의, 허무주의, 냉소주의, 염세주의, 운명론 등의 현상을 보인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이들 사이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한다.


위와 같은 특징 외에 쇠퇴기에는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들의 멸종 속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2100년까지 기존 식물과 동물 종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것은 정상 속도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인류도 멸종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최재천 박사는 2012년 독일의 미술전에 초청된 우리나라 작가로부터 요청받은 책의 첫 챕터에서 "호모 사피엔스 실록" (A CACOMMITTEE FOR THE ANNALS OF HOMO SAPIENS)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이 글은 호모 사피엔스가 멸종한 이후에 우리를 능가하는 매우 지능적인 동물들이 우리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가정하에 쓴 글이다. 상상해 보건대 그들은 우리를 이기심과 탐욕으로 지구를 순식간에 망쳐놓고 갔다며 비난하지 않을까.


프로벤자 박사는 우리가 지구에서 체류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거주하는 환경(다른 사회와 자연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각 개인은 욕망을 강력하게 제어해야 하며, 국가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관리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2,500년 전 공자가 문명의 과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한 말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우리의 짧은 인생에서 그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기가 쉽지 않고,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장기적 이익이 아니라 단기적 이득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낼 여지는 분명히 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우리 각자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달려있다.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다시 우리의 '믿음'에 영향을 미쳐
'경험'에 대한 영향으로 돌아간다.
믿지 않았다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영양의 비밀>, p. 387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 경험 => 인식 => 믿음 => 보는 방식


결국 보는 방식은 믿음에 영향을 끼치고 그 믿음은 다시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프로벤자 박사는 "보는 방식"을 산에 오르는 경험에 빗대어 설명한다. 산을 오른다고 마을의 위치가 바뀌지 않지만, 마을을 내려다보는 나의 관점은 극적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면서 관점은 계속 바뀌고 꼭대기에 도달한 이후도 마찬가지라고. 결국 우리는 어떤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계속 관점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다음 <영양의 비밀>의 한 문단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상상 속에서 위안이 된다.


처절한 패배 뒤에 찾아오는 겸손 (출처: <영양의 비밀>, p. 437)


시작은 모든 것은 불완전하고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시간과 공간과 개체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원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지식은 불확실하며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변화와 우연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목표는 예측이나 통제가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표는 예측이나 통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어떻게 지금까지 자신의 길을 만들어 왔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처음 언급했던 자신의 종족을 악이라고 규정하고, 멸망시키는 것이 세상을 위해 최선이라고 단정 지었던 <진격의 거인>의 왕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왕은 스스로 엄청난 오류를 만들었다. 그 결정을 했다는 것은 본인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사결정이 수많은 사람들에 영향을 끼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로부터의 통제가 아니라 개인이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멈추지 말고 관점을 계속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누구도 틀릴 수 있으며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


상상이지만 호모사피엔스 실록이 쓰여진다면.. 변화를 만들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기록되었으면 좋겠다. 그 노력이 성과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양의비밀 #씽큐on #씽큐온5기 #모두화이팅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와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는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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