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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Jul 11. 2021

혹시 여러분도
'원숭이 트랩'에 잡혀있지 않나요?

"집중해서 빨리, 더 많이 하는 것"이 미덕이 아닌 세상

인도에서는 사람들의 음식을 훔쳐가는 원숭이들을 잡는 기발한 방법이 있다. 용기 입구가 겨우 원숭이 손이 들어갈 정도만 뚫어놓은 용기 안에 음식물을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원숭이는 손을 넣어 음식물을 꺼내려다 손이 빠지지 않자, 음식물을 움켜 쥔 채로 꼼짝없이 붙잡히고 만다. 욕심이 많은 원숭이들의 습성을 이용한 이 트랩에 물리적인 장치는 없다. 도망치고 싶다면 그냥 손에서 쌀을 놓으면 되는데, 먹이를 움켜잡은 손은 원숭이를 무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는 원숭이를 어리석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그림 출처: (좌)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M. 피어시그/(우) geoffmead.blog)


원숭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먹을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 '음식을 보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껏 그들을 살려준 이 방법은 결국 자신의  자유를 희생시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남인도 원숭이 트랩을 은유로 인간의 "가치 경직성"도 설명된다. 한때 나에게 잘 봉사한 가치 시스템을 너무 강하게 믿다 보면, 변화한 상황에서 동일한 가치 시스템이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게 하여 나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19 후반~20세기 초, 제조업 시대에 생산성은 노동자의 자율성을 줄이고, 조직이 언제나 최우선이라는 방침에 적용되었다.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일을 최대한 더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다. 그러나 10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때와 똑같은 효율성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초생산성>의 저자, 마이클 하얏트는 문제는 우리가 대부분 공장 노동자가 아니라 지식 노동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경제 사회에서는 일을 더 많이, 더 빨리 마치면 마칠수록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 뿐이다. 마이클 하얏트는 지금 우리는 "이 일을 정말 해야 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생산성이 뛰어난 기업인들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해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생산성이란 명쾌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에너지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생산성이란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이루는 것이다.
-<초생산성>, 마이클 하얏트


나도 지금껏 "일은 집중해서 빨리, 더 많이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쉬고 있을 때도, 주말에 밀린 잠을 자고 있을 때도 항상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며 자책했었다. 일은 해도 해도 늘 부족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새로운 일은 계속 생기지만 나는 원숭이처럼 움켜쥔 일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지금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해주었다. 마이클 하얏트는 생산성을 재정의 한다. 현대 사회에서 일은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일하는 것이라고, 더 적게 일해도 "옳은 일"을 하고 있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그러면 "옳은 일"은 뭘까?


마이클 하얏트는 <초생산성>에서 "옳은 일"은 "갈망 영역"이라고 말한다. 갈망 영역은 내가 하고 있는 어떤 일을 열정과 능숙도에 따라 네 가지 영역으로 구분했을 때, 열정도 있고 능숙도도 높은 영역을 말한다. 다른 세가지 영역은 아래와 같이 구분된다. 1~4번에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매칭하다보면 각자가 어떤 일에 무관심하고, 어떤 일을 고역스럽게 여기는지, 정말 자신이 갈망하는 일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옳은 일"에는 갈망 영역 외에도 잠재적으로 갈망 영역이 될 수 있는 -미래에 성장할 것을 고려한 X영역도 포함된다)


이 책은 고맙게도내가 능숙하고 열정이 있는 "옳은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외의 일들을 가지치기를 하고 자동화하고, 위임하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준다. 내가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2단계 "잘라내라"에서 저 레버리지 업무를 위임하는 방법이다. 위임의 필요성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을 시켜야 하고,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하고, 상대방도 다른 일로 늘 바쁘기 때문에 그냥 내가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들이 하나 둘 쌓여가고 새로운 일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늘 바빴는데 나는 그 많은 일들을 다 잘 해내는 것이 일을 잘하는 거라고 착각했다. 


'말하기 껄끄럽지만,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나는 너무 자주 일을 택했다' 책의 서문에 너무나 공감이 된다. 지금 일이 많은 것은 내가 스스로 조정하지 않으면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작은 업무들에 압제당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하자.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효율적이었던 일을 과감하게 정리하자.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자. 원숭이 트랩에 빠진 원숭이를 보며 '손을 놓으면 될걸.'이라고 했던 말을 나에게도 해보자.


진정한 생산성이란
갈망 영역에 해당하는 일은 더 많이 하되 다른 모든 일은 줄이는 것이다.
생산성이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추구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마이클 하얏트


#씽큐온10기 #큐블리케이션 #초생산성 #위임하기 #자유

썸네일 이미지 출처: <Caught in a monkey trap?>, agility3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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