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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사 Aug 15. 2021

카톡에서 남편을 차단했다

스트레스를 넘어서는 순간, 여러분은 어떻게 하나요?

'그래도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이 말에 나는 남편을 차단했다. 큰 아들한테 그렇게 감정을 섞어서 화를 내면 안 된다는 남편의 말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말이 너무 서운했고 화가 났다. 그리고 남편에게 더 이상 말 시키지 말라며 카톡에서 차단해 버렸다.


사정은 이랬다. 지난밤 나는 큰 아들의 학습지를 채점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사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답에서 완전히 오답을 적었고, 처음에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가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까지 다른 문제는 어떻게 풀고 맞은 거지?' 그러고 보니 다른 문제에 풀이 과정이 적혀있지 않았다. 그래서 물었다. "너 또 답안지 베껴 쓴 거야?" (최근 문제집 답안지를 베껴 써서 걸린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아이가 펄쩍 뛰면서 엄마가 자기를 의심한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어쭈... 엄마한테 대들어?' 전날 밤 우리 둘의 싸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내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하루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바로 하루 전날 밤 나는 집을 나갔었다. 아이들은 싸우고 장난을 치다가 옷장을 부쉈고, 기껏 차려둔 저녁 식사가 맛없다며 불평했고, 물을 엎질렀고 그것을 보고 한 아이는 웃다가 입안에 가득했던 밥알들이 밥상 전체에 흩뿌려졌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엄마는 집을 나갈 테니 잘 살라고 당부하며 30분 동안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사건이 있었다. 


[전날의 사건 기록] 


아이들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간 것도 처음이고, 남편을 차단한 것도 처음이다. 둘째 아들이 어른은 울지 않는다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고 했을 정도로 우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였다. 남편의 전화를 받고 무슨 일인가 싶어서 부모님이 달려오신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개인적인 이야기를 쓴 이유는 "인내의 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마침 읽고 있었던 책, <최악을 극복하는 힘>에는 '인내의 창'에 대해서 나오는데, 당시 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운이 좋았다고 싶을 정도로 도움을 받았다. 평소 스스로 인내의 창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당황스러웠던 그 시간 덕분에 나는 내 인내의 창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 그림 13.3 스트레스 역치 참고 (p. 406)


'인내의 창'이란 외부 자극을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말한다. 인내의 창은 자라온 환경에 따라 적응되고 형성되는데, 위 그림에서처럼 스트레스의 역치가 인내의 창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내의 창(스트레스 역치)을 넘어서는 스트레스 각성이나 정서적 강도를 경험할 때는 실제 상황이 해롭지 않을 때도 우리 몸은 위험이라고 감지하게 된다. 모든 것을 편향적으로 왜곡하는 경향이 생긴다. 부정적인 성향이 강화되고 타인을 비난하는 경향과 실수를 저지를 확률도 높아진다. 장기간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노출된 후 적절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어 인내의 창은 점차 좁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한 가지, 우리의 인내의 창을 넓히는 것이다. 


인내의 창을 벗어난 지난 이틀을 돌아보면 역치를 벗어났을 때의 나의 반복적인 패턴은 회피였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아이들을 두고 집을 나갔고, 남편 카톡을 순간적으로 욱해서 차단했다는 것은 아쉽고 후회되는 행동이다. 나의 인내의 창이 더 넓었다면 애초에 아이와 싸우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면 인내의 창은 어떻게 넓힐 수 있을까? 엘리자베스 스탠리는 인내의 창을 넓히기 위해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지혜와 용기다.


지혜는 우리가 원하거나 기대하는 대로가 아니라
현재 있는 그대로를 직시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지금 순간에 가장 효과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또 용기는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이 상황이 달라지기를 바라지 않고
현재의 순간에 머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능력 이 합쳐지면 어떤 영역에서든
주체성과 효과적 행동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겠지만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그럴 것이다.
 
-<최악을 극복하는 힘>, p.341


위 문장이 600쪽에 달하는 이 책의 핵심인 것 같다. 그러면 지혜와 용기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저자는 지혜를 발휘하기 위해서 이렇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라고 한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지혜) 그리고 "내가 이 경험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이 경험에 머무를 수 있을까?" (용기)


<최악을 극복하는 힘>은 몇 가지 방법들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인내의 창에서 벗어난 상황이라면 내가 지금 땅과 접촉하고 있고 지지받고 있다는 접촉 감각에 주의를 돌림으로써 안전하고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접촉 지점 연습을 해볼 수 있다. 만약 너무 과도하게 각성되어 있다면 접촉 지점 연습이 오히려 무력감을 느낄 수 있으니 그럴 때는 스트레스를 방출하기 위해서, 20분간 달리거나 계단을 오르다 보면 몸이 지쳐서 질주하는 생각이 가라앉을 수 있다. 


동시에 평소에 인내의 창을 넓히는 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힘든 일을 겪을 때 그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 반응하는 대처 행동(회피)은 무의식적으로 패턴화 되었는데 이것을 한 번에 바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기대하는 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내 삶을 마주하고 그에 대응하는 효과적 선택을 할 수 있으려면 꾸준하고 반복적인 훈련은 꼭 필요하다. 나는 나의 반복적인 대처 반응을 알았으니 다음 세 가지 방법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1. 집중했다면 회복에도 초점을 맞춰 나를 돌보자

건강한 음식, 수분 공급, 운동, 수면,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 여가 활동, 지지적 관계에 의식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쓰자. (일주일 중 하루는 충분하게)


2.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기 위한, 두 가지 질문을 해본다. 

1)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2) 내가 이 경험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이 경험에 머무를 수 있을까?


3. 평소 접촉 지점 연습 및 마인드 피트니스 연습을 꾸준히 한다 

저항이 달라지기를 바라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저항에 머물 수 있는 연습, 매일 최소 2회씩 5분에서 15분까지 늘려보자.



인내의 창을 넓혀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좋은 부모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두 가지 확실한 목적이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를 돌봐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찾았다.  그동안 '해야 하는 일로 가득 찼던 내 일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점검해볼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큰 수확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리더들이 자기 조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 돌봄을 우선시하면 조직 구성원들에게도 자기 조절이 결 정적이고 반드시 필요한 사명의 일환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는 사실이다. 만약 전체 조직에서 오직 한 사람만 지속적으로 인내의 창 을 넓히는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상적인 경우 그 사람이 리더 가 될 것이다. 회복탄력성에 대해 자신이 말한 바를 실천하는 리더들은 사회의 모순된 메시지와 해로운 결과를 척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들은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정립하는 데 기여한다. 그 결과 조 직 전체가 자기 돌봄 행동을 우선시하고 집단적 인내의 창을 넓히게  된다. -p. 562
어쩌면 우리는 사고 뇌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외부 기대를 충족하고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욕구에서 동기를 부여받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 싶은 우리의 일부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일부 사이의 엇갈린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면  내적 분열이 초래되고, 이는 결국 분노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 욱이 ‘강력한 지도자’(또는 ‘좋은 부모’, ‘도움이 되는 동료’)로서 그렇게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분노를 계속 부정하고 억누른다면 점차 습관적 감정 억제로 이어지고, 이는 스트레스 각성, 염증, 만성 통증, 습관에 대한 의존 등을 증가시켜 생체 적응 부하를 가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p. 458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인내의 창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기 때문인 것 같다. 집을 나가서 한 행동이 3km 산책이었고, 밤에 일기를 쓰면서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다음 날 부모님의 방문으로 위로도 받았다. 무의식적으로 했던 나의 행동과 주변의 도움들은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들이다. 책과 주위의 많은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다음에는 아이가 화를 낼 때 같이 화를 내며 아이의 잘못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진정할 수 있도록 현재 어떤 느낌이고, 왜 그렇게 느끼는지 물어볼 수 있기를... 나의 인내의 창이 충분히 더 넓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남편은 내가 진짜로 차단했었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ㅎㅎ 

마무리는 훈훈하게...

#씽큐온10기 #큐블리케이션 #최악을극복하는힘 #스트레스


*본 콘텐츠는 제작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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